연준의 양적긴축(QT) 조기 종료가 향후 10년 미국 금융시장에 가져올 구조적 변화

美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를 멈추다

2025년 10월 29일 새벽(한국 시각) 발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는 두 가지 점에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첫째,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0.25%p 인하했으며, 둘째이자 더 결정적인 변화로 12월 1일부로 양적긴축(QT)을 조기 종료한다고 명시했다. 본 칼럼은 ‘QT 종료’라는 결정이 채권‧주식‧달러‧실물경제 전반에 미칠 1년 이상, 최대 10년까지의 장기 파급효과를 데이터·사례·역사적 비교를 통해 집중 분석한다.


1. 대차대조표 축소 중단, 숫자로 보는 충격

구분 코로나 직후(2020.03) 최대치(2022.04) QT 종료 직전(2025.10) 증감폭
총자산 4.24조 달러 9.00조 달러 6.60조 달러 ▲2.40조 달러
국채 보유 2.45조 달러 5.78조 달러 4.34조 달러 ▲1.44조 달러
MBS 보유 1.37조 달러 2.71조 달러 1.91조 달러 ▲0.80조 달러

연준 자산이 2022년 고점 대비 약 2.4조 달러 줄어든 시점에 QT 종료 버튼이 눌렸다. 이는 2017~19년 QT 1차 라운드의 최종 축소폭(0.7조 달러)을 3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QT 피로도’가 단기에 누적되면서 시스템 유동성(Reserves) 한계선에 근접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1-1. 준비금 한계(Scarce Reserves)는 어디인가

  • 2019년 9월 레포시장 패닉 당시 준비금 잔액: 1.55조 달러
  • 2025년 9월 평균 잔액: 2.08조 달러
  • 연준 내부 추정 ‘안정적 바닥’: 명목 GDP 대비 8~10% → 약 2.0~2.3조 달러

수치상 버퍼(안전판) 2천~3천억 달러만 남은 상태에서 QT를 지속하면 단기자금금리가 통제 범위를 이탈할 위험이 컸다. 이는 ①은행 지급준비 비율 규제, ②MMF(머니마켓펀드)의 역레포 잔액 고갈, ③단기 국채 공급 증가 등과 맞물려 있었다.

주목

2. 장기 금리·수익률 곡선에 대한 구조적 영향

QT 종료 직후: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 4%선 재돌파 → ‘장단기 금리차(10Y-2Y) +47bp’로 역전폭 축소.
이는 연준이 금리 인하(단기)와 유동성 유지(장기)라는 ‘트위스트 효과’를 의도한 결과로 해석된다.

2-1. 베이스라인 시나리오(2026~2030)

  1. 연평균 실질 GDP 1.8%, 코어 PCE 2.2%
  2. 준비금 증가 속도: 평균 1500억 달러/년(명목 GDP 성장률-물가 연동)
  3. 장기 균형금리(r*) 2.25% 재상향

→ 10년물 명목 수익률 3.75~4.25% 박스권, 듀레이션 리스크 프리미엄 상방 제한.
투자 인사이트: 인컴 투자자는 2026~27년 사이 5~7년물 구간 롤다운 전략, 기관투자가는 2s10s 커브 스티프너(steepener) 스프레드 거래가 유효.

2-2. 리스크 시나리오(스태그플레이션 재연)

① 유가 110달러 이상 지속 ②미국 정치교착·재정 적자 확대 ③연준 ‘재 QE’ 가속 → 달러 약세·인플레 기대 상승 → 장기금리 5.0% 상단 테스트 가능성.
시사점: 인플레 연동채(TIPS)·골드·리소스 ETF를 헤지 포트폴리오에 편입.


3. 주식시장 밸류에이션과 스타일 로테이션

2024~25년 다중 확장(Multiple Expansion)을 이끈 주체는 무한대 유동성 기대가 아니라 초과이익이었다. 그러나 준비금 정체 국면에 진입하면 유동성 팩터가 다시 P/E 밸류에이션 결정변수로 부상한다.

주목

3-1. 섹터 상대 매력도(2026~2028)

섹터 Q(잉여 현금/시총) 알파베타(유동성 민감도) 전망
금융 0.12 +0.35 지급준비 증가 → NIM 하락 리스크
IT(대형) 0.08 +0.55 현금창출력 견조, 재매입 여력↑
리츠 0.06 +0.75 장기금리 4% 박스면 배당주 재평가
경기소비 0.04 +0.60 임금·고용 둔화 모니터링 필요

장기 포트폴리오 제언: IT 메가캡(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 40%, 품질 배당(인터넷 리츠·인프라) 25%, 인플레 헤지(TIPS·골드 ETF) 15%, 미드 듀레이션 IG채 20%


4. 은행·금융 시스템 안정성 재평가

QT 종료는 은행 지급준비 부족 패닉 재발 가능성을 낮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럴 해저드’ 논쟁이 커질 수 있다.

4-1. G-SIB 레버리지 규제 환경

  • 보젤 III 최종 규제안(2025년 7월): SLR 5% → 5.5% 상향
  • 준비금 보유는 ‘무위험 자산’으로 계산되나, 레버리지 비율 제한에는 포함
  • 예금 유출 대비 손실흡수능력(TLAC) 강화가 과제

따라서 중소형 은행은 여전히 역레포·FHLB 차입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레포 스트레스 발생 시 연준이 Securities Lending Facility를 확대 가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 글로벌 파급: 달러·유동성·신흥국

①달러지수(DXY) 105→102 하향 안정 시 EM 자금 유입 회복
②다만 美 재정 적자·총선 리스크로 달러 리스크 프리미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음
유로존·일본은 QT 종료 시차가 더 길어 달러 유동성 우위 지속 → 글로벌 달러 스프레드 20~30bp 수준 유지 예상

신흥국 통화채 투자 전략: 2026년부터 페루·멕시코·인도 INR 채권 등 “캐리+성장” 조합이 매력적.


6. 역사적 레슨: 2013·2019·2020과 무엇이 다른가

테이퍼텐트럼(2013)은 QT가 아닌 QE 축소 예고에서도 금리가 급등했다.
QT 1.0(2017~2019)은 준비금 한계선을 오판해 2019년 9월 레포 패닉을 촉발.
코로나 QE 폭발(2020)초과 유동성의 ‘큰 미끄럼틀’ 사례.
이번 QT 2.0 종료사전 경계선 접근 → 선제 종료라는 점에서 학습 효과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7. 결론: ‘적정 대차대조표’ 시대의 투자지도

연준이 QT를 조기에 멈추면서 “유동성은 성장하는 경제에 비례해 확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는 준비금-명목 GDP 정책 비율이 사실상의 신규 중간 목표가 됐음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1)장단기 금리 상단을 제한, (2)유동성 패닉 리스크를 완화, (3)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동시에 △재정 건전성 악화 △정치 불확실성 △국제 원자재 가격 재반등이 겹치는 경우 스태그플레이션형 충격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투자자는 ‘균형형 포지션’을 유지하되, 연준이 재QE에 나설 가능성을 헤지 자산(금, 리소스, 인플레 연동채)으로 방어해야 한다.

글로벌 투자자에게 남는 질문은 하나다. 2026년 이후 연준이 ‘팻 핑거(Fat Finger)’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적정 대차대조표 원칙을 지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향후 수년간 가장 중요한 경제 지표는 GDP·인플레가 아니라 ‘준비금 잔액’일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 이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