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해임의 정당성 여부가 연방대법원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연방대법원은 1월 21일(현지시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지, 특히 법이 규정한 ‘for cause(정당한 사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등을 두 시간에 걸쳐 심리했다.
2026년 1월 21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심리에는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인물들이 법정에 참석해 주목을 끌었다. 리사 쿡(Lisa Cook) 연준 이사는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사기 의혹을 이유로 해임을 발표한 이후 자신의 해임에 대해 법적 이의를 제기한 상태이다. 쿡 이사와 함께 법정에 앉아 있던 인물은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으로, 파월 의장의 법정 참석은 연준 내부 결속과 독립성 지지의 상징적 행보로 해석된다.

법원 심리에는 현직 연준 이사인 마이클 배러(Michael Barr)와 전 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Ben Bernanke)도 참석해 연준의 독립성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개인 해임 사건을 넘어서 중앙은행 독립성의 향방과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파월 의장은 법무부의 별도 형사 수사 대상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으며,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가 참석 자제를 경고한 가운데도 법정에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쟁점
핵심 쟁점은 연방준비제도법(Federal Reserve Act)이 이사 해임을 대통령에 의해 ‘for cause로만 가능하게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문언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법에 정의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연방준비제도법은 1913년에 제정되었으며, 당시 의회의 의도는 중앙은행을 정치적 간섭에서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은 ‘정당한 사유’의 해석이나 해임 절차에 대한 구체적 규정을 두지 않았다.
대법원 변론 과정에서 보수 성향 및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은 해당 사유에 공직 이전의 행위를 포함해야 하는지, 또 단순한 과실이나 부주의(negligence)가 해임 사유에 해당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대표적 질문 및 변론
보수 성향의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은 현직 연준 관료가 취임 전에 촬영된 영상에서 아돌프 히틀러나 쿠 클럭스 클랜(KKK)에 대한 찬사를 표하는 장면이 발견된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냐고 질문했다. 쿡 측 변호를 맡은 폴 클레먼트(Paul Clement)은 이에 대해 “그런 경우라면 즉각 탄핵 사유가 될 것”이라며 “사실상 매우 빠른 시일 내에 사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행정부를 대리한 미 연방정부 총변호사(D. John Sauer)는 쿡의 주거지 제출 서류를 “속임수 또는 중대한 과실(deceit or gross negligence)“로 규정하며 해임 정당화를 주장했다. 반면 클레먼트 변호사는 쿡에게 혐의 통지, 반박 증거 제시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사법심사가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통상적인 해임 법리인 INM(inefficiency, neglect of duty and malfeasance in office)에 따른 절차와 유사한 요소들이 필요하다는 논지였다.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쿡 사건과 같은 경우에 왜 별도의 청문회가 필요하냐고 반문하며 “한 문장으로 끝날 수 있다: 실수였을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클레먼트는 “우리는 이것이 많아야 의도하지 않은 실수였을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쿡 이사의 해임 배경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를 주택 담보 대출 금리 우대를 받기 위해 서로 다른 두 채의 부동산을 모두 ‘주거(primary residence)’로 잘못 기재했다는 의혹을 근거로 지난해 8월 해임을 발표했다. 쿡 이사는 이 혐의를 부인했으며, 해당 서류 작성 시점에는 2022년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이사로 지명되기 이전이었고, 한 채를 “휴가용 주택(vacation home)”으로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법정에서 변론을 맡은 쿡 측은 해당 표기가 부주의한 실수에 불과하며 공식 해임 전에 적법한 통지와 청문회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이를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맞섰다.
법·용어 설명
연방준비제도법에서 언급된 “for cause”는 직역하면 “정당한 사유”이며, 이는 통상 법률상 또는 규범상 중대한 위반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국 법체계에서는 특정 용어의 의미가 법률 문언뿐 아니라 입법 의도와 판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이번 사건은 해석의 문제로 귀결된다. 또한 INM은 “inefficiency(비효율), neglect of duty(직무태만), malfeasance in office(직무상 배임)”의 약자로, 공직자 해임 사유로 전통적으로 사용돼 온 기준이다. 일반 독자들이 혼동할 수 있는 용어들을 별도 문단으로 정리해 이해를 돕는다.
법정 밖 반응과 정치적 파장
법정 심리 전, 의회 내 민주당 인사들은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집회를 열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맥신 워터스(Maxine Waters)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만 복종하는 중앙은행을 원한다며 이번 해임 시도가 권력 집중을 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터스 의원은 집회에서 “분명히 말하자면, 이것은 권력과 통제에 관한 문제다”라고 밝혔다.
쿡 이사는 심리 후 검은색 SUV에 탑승해 현장을 떠났으며 취재진과의 접촉은 없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경제·금융시장에 대한 잠재적 영향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이 약화되면 정책금리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에 따라 금리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인식되면 투자자와 금융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예상 물가상승률)이 변동성을 보일 수 있으며, 이는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확대, 달러화 변동성 증가, 그리고 위험자산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특히 연준 의사결정의 예측가능성이 저하되면,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기업의 투자 결정이 지연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물가안정 및 최대고용이라는 연준의 의회적 위임 목표 달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법적 절차가 결국 연방대법원의 해석에 따라 정리될 경우, 단기적 불확실성은 해소될 수 있다. 대법원이 ‘for cause’의 범위를 좁게 해석해 대통령의 즉시 해임 권한을 인정하면 연준 독립성은 실질적으로 약화될 수 있고, 반대로 해석이 좁지 않거나 절차적 보호를 강조하면 중앙은행의 제도적 안정성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결과는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 변동성의 방향을 결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통화정책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향후 일정과 전망
대법원의 이번 심리는 연방준비제도의 구성원 해임과 관련된 법리적 기준을 다루는 중요한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판결 시점과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대법관들의 추가 서면 질의나 보충논변이 이어질 수 있다. 법원의 최종 판단은 연준의 운영 방식과 대통령과의 관계, 나아가 금융시장과 거시경제의 기대 형성에 장기적 영향을 줄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해임을 넘어 제도적 독립성과 정치권과의 권력관계를 재정의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