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발 —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Fed) 독립성의 시험대가 될 법정 공방이 본격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쿠크(Fed 이사)를 전격 해임하려 하자,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은 즉각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아 쿠크 이사가 당분간 직위를 유지하게 됐다.
2025년 8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아 콥 미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약 두 시간 동안의 구두변론을 청취한 뒤 “해임이 위법이라는 논리를 더욱 구체화해 달라”며 쿠크 측에 오는 9월 2일까지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대통령이 말하는 ‘해임 사유(for cause)’는 곧 금리 인하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 애비 로웰, 쿠크 측 변호인
이 발언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중앙은행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Fed는 이미 법원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으며, 현재 쿠크는 Fed 홈페이지에 이사로 계속 등재돼 내부 금리정책·감독정책위원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통화정책 충돌 배경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2017~2021년) 동안 Fed의 금리 동결·인상 기조를 거세게 비판한 데 이어, 2025년 1월 재집권 이후에도 제롬 파월 의장과 금리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Fed가 2024년에 세 차례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역정책 변화로 인플레이션이 자극될 위험을 우려해 12월 이후 금리를 동결한 결정을 문제 삼고 있다.
시장은 9월 16~17일 FOMC에서 기준금리가 현행 4.25%~4.50%에서 0.25%p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공격적인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쿠크 이사는 2024년 세 차례 인하·이후 동결 모두에서 다수 의견에 동참해 왔으며, 이는 대통령과 견해가 엇갈리는 대목이다.
‘해임 사유’의 법적 공백
연방준비제도법(1913)은 이사 해임 요건으로 ‘for cause(정당한 사유)’만을 규정하고 구체적 정의나 절차는 두지 않았다. 미 역사상 대통령이 Fed 이사를 해임한 전례는 없다. 이번 소송은 그 공백을 최초로 시험하며, 최종적으로 대법원 판단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측은 쿠크가 2021년 미시간·조지아주 주택담보대출 신청서에 각각 ‘주거용 1차 거주지’로 기재해 금리 혜택을 받았다며 ‘모기지 사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쿠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설령 사실이어도 2022년 상원 인준·취임 이전 행위는 해임 사유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행정부는 8월 29일 법원 제출 서류에서 “시점에 관계없이 사기 의혹은 공복(公僕)의 청렴성을 훼손하기에 충분하다”는 논리를 폈다. 또한 “대통령이 행정부를 지휘하는 광범위한 헌법 권한”을 근거로 Fed 이사 해임 제한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Fed 독립성 vs. 행정부 권한, 시장 파급
시장 영향도 가시화됐다. 트럼프가 쿠크 해임 방침을 밝힌 직후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였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의 정치적 종속은 인플레이션 통제력을 약화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Fed 독립성은 장기 물가안정·금융시장 신뢰를 지탱하는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2020년 이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과 통화 완화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가운데, 미국 사례는 글로벌 정책 가이드라인에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 해설: ‘for cause’란 무엇인가?
‘for cause’는 일반적으로 중대한 직무 태만, 직권 남용, 부패·비리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법률·판례마다 범위가 달라 명확성의 원칙 논쟁이 잦다. 다른 독립규제기관의 경우, 대법원은 ‘무능·태만·부패’ 등 직무 기간 중 발생한 사유만 해당한다는 취지로 해석해 왔다. Fed의 독특한 구조—정치권 예산 통제를 받지 않고, 은행평가·금융안정 기능이 결합된—도 향후 판결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대법원 보수 다수 의견은 2020년대 초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연방주택금융청(FHFA) 등에서 대통령 해임권을 확대 해석했으나, 2025년 5월 명령에서는 Fed를 ‘역사적·제도적으로 구별되는 기관’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Fed 이사 해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별도로 확립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향후 절차 및 파급 효과 전망
지아 콥 판사가 9월 초 추가 서면을 검토한 후 1심 결정을 내리더라도, 패소 측은 즉시 컬럼비아 연방항소법원—나아가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어, 그간 Fed의 정책 연속성과 시장 변동성 관리가 관건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쿠크를 최종적으로 해임하면, 7인 이사회 중 네 번째 지명권을 확보해 중도·비둘기파 약화를 도모할 수 있다. 반대로 법원이 쿠크 손을 들어주면, 대통령의 Fed 인사권은 대폭 제약받아 향후 백악관과 중앙은행 갈등이 고착될 전망이다.
※ 본 기사에 포함된 전망·해석은 로이터 기사와 현지 법원 자료에 기초한 전문 기자 분석으로, 최종 사법 판단과는 다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