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한 달째로 접어든 가운데, 미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국제방송사 ‘자유아시아방송(Radio Free Asia·RFA)’이 오는 금요일부로 모든 편집·제작 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RFA 측은 새 회계연도(2025회계연도) 예산 집행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한된 자금을 보존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회사는 예산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재가동할 수 있도록 최대한 운영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RFA 최고경영자 베이 팡(Bay Fang)은 내부 공지를 통해 “
30년 가까운 역사에서 처음 겪는 대규모 운영 축소”라고 강조하며 “안정적 자금이 확보될 때 재가동할 수 있도록 책임 있게 발자국을 줄인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해외 지국을 폐쇄하고 무급휴직(일시 해고) 상태였던 직원을 공식적으로 해고하며 법정 퇴직 위로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로 이미 올초 무급휴직에 들어갔던 수백 명의 직원은 사실상 정리해고 수순을 밟게 됐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부 지출 축소라는 광범위한 기조 속에서 RFA, 미국의 소리(VOA), 라디오프리유럽/라디오리버티(RFE/RL) 등 국제방송 3사에 대한 예산 중단 방침을 발표했으며, 이로 인해 RFA 직원들은 지난봄부터 급여를 받지 못해 왔다.
그러나 2025년 4월, 연방 지방법원은 행정부가 의회의 승인 없이 정부 산하 방송사의 예산을 일방적으로 끊을 수 없다며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의회에서 잠정예산(Continuing Resolution, CR)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실제 자금 집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 RFA 측 설명이다.
RFA란 무엇인가?
1996년 개국한 RFA는 미국 국제미디어기구(USAGM) 산하의 비영리 독립언론으로, 중국·북한·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등 아시아 권역 9개 언어로 뉴스를 송출한다. 인권단체들은 “권위주의 국가에 신뢰받는 대안 정보 창구”라며, 특히 중국 신장 위구르족 탄압 실태를 최초로 알린 매체 중 하나로 평가한다.
‘연방정부 셧다운’이란?
셧다운(shutdown)은 미국 의회가 예산안이나 임시예산을 기한 내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비필수 연방정부 기능이 일시 정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필수 인력은 무급으로 근무하거나, 아예 출근을 못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번 셧다운은 2025년 10월 1일 시작돼 29일 현재 29일째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 시각·향후 전망
미디어 연구자들은 “RFA·VOA·RFE/RL 등 미국 국제방송 3사는 국익 홍보 수단을 넘어, 글로벌 미디어 경쟁력 확보라는 외교적 자산”이라고 설명한다. 예산 공백이 장기화되면 권위주의 국가 내부 정보 유통망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또한 미국 내에서도 ‘언론 독립성’을 이유로 행정부·입법부가 방송 편성에 직접 간섭하지 않는 관행이 있는데, 이번 사태로 정치적 압박과 재정 자율성 간 긴장 관계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한편 RFA 노조는 “퇴직 수당이 지급된다 해도 해외 언론 자유 확대라는 공공재 기능이 훼손될 것”이라며 의회에 긴급 예산 승인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연방예산 협상이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만큼, RFA 재가동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 하원 세출위원회 소속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안보·정보전’ 차원에서도 국제방송의 공백은 치명적”이라며 조속한 예산 절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양당 간 국경장벽·사회복지 예산을 둘러싼 이견이 커 셧다운 종료 시기를 예단하긴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