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샌ctuary(피난처) 도시’1에 대한 연방기금 지급 중단 조치를 다시 한 번 가로막았다.
2025년 8월 2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윌리엄 오릭(William Orrick) 판사는 로스앤젤레스(LA)·볼티모어·보스턴·시카고 등 30여 개 지자체를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가 ‘협조하지 않는 도시’로 지목한 곳들에 대해 ‘연방자금 삭감’을 금지하는 예비 금지명령(injunction)의 범위를 확대했다.
오릭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 명령은 원고들이 연방이민법 집행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모든 연방기금을 박탈하겠다고 위협한다. 이는 헌법이 금지하는 강압적 조치에 해당한다”
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는 2025년 4월 이미 샌프란시스코 등 16개 시·카운티를 보호하는 동일 취지의 명령을 내린 바 있으며, 이번 판결로 뉴욕주 올버니 카운티 등 추가 지방정부까지 보호 범위가 확대됐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5년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서명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s)을 둘러싸고 제기됐다. 해당 명령은 지방정부가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에 협조하지 않으면 교통·보건·치안 등 분야에서 배정되는 예산을 차단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고 측 지자체는 이를 ‘위헌적 협박’이라 주장하며 연방법원에 제동을 요청했다.
‘샌ctuary 도시’란 무엇인가
‘샌ctuary(안전지대) 도시’는 자체 조례나 내부 규정을 통해 불법체류자에 대한 신원 확인·구금·추방 절차에서 연방정부와의 협력을 제한하는 도시를 통칭한다. 미국 전역에 약 300개 이상 존재하며, 이민자 인권과 지역사회 치안 확보를 이유로 든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조치가 연방 이민법과 공공 안전을 저해한다는 입장이며, 법적·재정적 압박 수단을 동원해 협조를 강제해 왔다.
법원의 판단 근거
오릭 판사는 트럼프 행정명령이 미 헌법 수정헌법 10조와 예산배정조항(Spending Clause)을 침해한다고 봤다. 수정헌법 10조는 ‘연방정부가 명시적으로 부여받지 않은 권한은 주(州)·지방정부에 귀속된다’고 규정한다. 또한 연방정부가 예산을 무기 삼아 지방정부 정책을 ‘과도하게’ 지정·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특히 오릭 판사는
“연방기관이 예산 편성·집행 권한을 넘어 지방정부의 입법·행정 재량에 개입하려는 시도”
라고 지적하며, 이번 행정명령의 위헌성에 무게를 실었다.
정치적·사회적 파장
LA, 시카고 등 대도시는 다민족·이주노동자 비중이 높아 이민정책 변화에 민감하다. 지방정부는 ‘연방자금 삭감’이 현실화될 경우 경찰·교육·주택·보건 공공서비스의 예산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지방분권 강화 및 연방 권한 남용 방지라는 헌법 원칙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한다. 반면 이민법 집행을 어렵게 만들고 도시 안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향후 절차
트럼프 행정부 측은 항소 절차를 이미 밟고 있다. 결국 미 연방항소법원, 나아가 연방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법원 간 판결이 엇갈릴 경우 연방·주 정부 간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 시각Opinion
이번 판결은 ‘연방기금 배분’을 정치적·정책적 무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신호를 연방정부에 보낸 것이라 평가된다. 동시에 지방정부도 형사범과 민사 이민사건을 구분해 협력 여부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핵심은 공공안전·인권·지방자치 간 균형이다.
향후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중간선거·대선 등 정치 일정과 맞물려 이슈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기업·이민자 커뮤니티 모두 법적 불확실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1샌ctuary 도시는 인권단체와 지자체가 사용하는 용어로, 연방 차원의 공식 법적 지위는 아니다. 연방정부는 ‘이민 집행 비협조 도시(non-cooperative jurisdictions)’라는 표현을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