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시도 제동

워싱턴 D.C.—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던 조치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2025년 9월 1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자이아 컵(Jia Cobb) 미 콜럼비아특구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9일(현지시간) 밤, 쿡 이사가 제기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를 해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임시 금지명령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쿡 이사가 지난달 28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백악관을 상대로 “연준 이사 해임권 남용”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지 약 2주 만에 내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월 25일 성명을 통해 쿡 이사를 ‘사유 해임(for cause)’ 형식으로 즉각 해임한다고 발표했으나, 법원 판결로 실제 해임 효력은 정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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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임 사유 주장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주택금융청(FHFA) 윌리엄(빌) 펄티 국장이 제기한 의혹을 근거로 쿡 이사의 주택담보대출 사기(mortgage fraud) 관여 가능성을 ‘해임 사유’로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조지아주와 미시간주에 보유한 주거용 부동산 서류 서명 과정에서 허위 사실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쿡 이사는 모든 불법 행위를 전면 부인하며 “

나는 사임하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나를 해임할 법적 권한이 없다

”고 즉각 반박했다. 그는 연준 역사상 첫 흑인 여성 이사로, 지난 2022년 5월 23일 취임 선서를 했다.

연준 이사의 ‘for cause’ 해임 규정이란?
1913년 제정된 연방준비제도법(Federal Reserve Act)에 따르면, 대통령은 연준 이사를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갖지만 그 근거는 ‘정당한 사유(for cause)’일 때에 한정된다. 통상적으로 ‘for cause’는 중대한 직무 태만이나 범죄 혐의 등 공익에 악영향을 주는 명백한 사유를 의미하며, 단순 정책적 불일치나 정치적 이유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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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이후 줄곧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이사들에게 기준금리를 더 빠르게 인하할 것을 공개적으로 압박해 왔다. 쿡 이사 역시 금리 인하 속도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어, 일각에서는 이번 해임 시도에 정책 불만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Federal Reserve Building

법정 공방의 쟁점
쿡 측 법률대리인 애비 로웰(Abbe Lowell) 변호사는 8월 29일 열린 심문에서 “‘빌 펄티 국장의 한밤중 트윗’이 해임 사유가 될 수는 없다”며 트럼프 측 논리에 허점을 지적했다. 로웰 변호인은 쿡 이사의 서류 서명이 모두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졌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측은 “사기 혐의가 사실일 경우 연준 이사 직 수행이 불가능할 만큼 중대하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구체적인 범죄 증거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법원은 관련 사실관계와 ‘for cause’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본안 심리를 예고하며, 그때까지 현상 유지 명령을 유지할 방침이다.

연준 독립성과 시장 파장
연준 이사는 14년 고정 임기로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구조다.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공개적으로 해임하려 한 사례는 이번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중앙은행의 정치화 논란이 재점화됐다. 경제학계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경우 금리 결정 과정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장기적으로 물가 안정 및 금융시장 예측 가능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8월 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임 선언 직후, 국채 금리가 일시적으로 6bp 상승했고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0.4% 강세를 보였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 인사 리스크가 통화정책 경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bp는 0.01%p

향후 전망
법원은 임시 금지명령 이후 통상 수주 내에 예비적 결정을 내리고, 연준 이사직 지위에 대한 최종 판단은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쿡 이사가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대통령의 연준 이사 해임권 제한’이라는 선례가 더욱 강화된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소할 경우, 후임 인선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논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 의견: 금융법학자들은 “이번 사안은 단순 인사 분쟁이 아닌, 통화정책의 독립성 대 정치권력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치적 중립성 논쟁에까지 파급되는 ‘바늘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쿡 이사는 계속해서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FOMC)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해임 시도’ 자체가 인사 불확실성을 야기한 만큼, 시장과 정치권 모두 법원 판결을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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