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초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FTC) 위원 레베카 슬로터를 해임한 조치가 연방법에 어긋난다고 17일(현지시간) 판결했다.
2025년 7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로렌 알리칸(Loren AliKhan)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행정부가 독립규제기구 위원을 제거할 때는 연방법이 보장하는 해임 보호 조항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며, 이번 조치는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FTC는 무엇인가?
FTC는 1914년 설립된 독립규제기관으로, 미국 내 소비자 보호와 공정거래 감독을 책임지는 조직이다. 위원들은 통상 7년 임기를 보장받으며, 대통령이 임명하더라도 의회의 승인과 ‘정당한 사유(for cause)’ 없이는 해임할 수 없도록 법률로 보호된다. 이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규제기관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트럼프 행정부는 슬로터 위원 해임과 관련해 ‘무능’ 또는 ‘직무유기’와 같은 법정 요건을 제시하지 않았다” ― 알리칸 판사
알리칸 판사는 결정문에서 이렇게 지적하며, 대통령의 일방적인 해임 시도가 헌법상 권력분립(separation of powers) 원칙을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분석
헌법학자들은 이번 판결이 독립규제기관 인사권 분쟁의 중요한 ‘선례’를 추가했다고 평가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다수의 위원회를 겨냥해 “행정 효율성을 위해 해임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법원은 다시 한 번 의회의 견제 필요성을 확인시켰다. 특히 FTC처럼 시장 경쟁과 소비자 이익을 감독하는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은 미국 반독점 정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향후 다른 독립기관의 인사 공방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사건의 파장과 전망
슬로터 위원은 즉각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며, 트럼프 측은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만약 상급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면, 행정부는 독립기관 해임 요건을 강화하는 새로운 내부 지침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회는 해임 규정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한 입법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배경 설명: ‘해임 보호(removal protections)’란?
미국 연방법은 주요 독립규제기관의 위원을 ‘정당한 사유’ 없이 해임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여기에는 1중대한 직무태만, 2비위 행위, 3형사범죄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보호 장치는 행정부가 단순히 정책적 견해 차이를 이유로 위원을 경질하지 못하도록 설계돼 있어, 기관의 정책 일관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다.
기자 의견
이번 판결은 미래 행정부가 독립규제기관의 인사권을 행사할 때 ‘법적 정당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도록 압박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아울러 FTC의 반독점·소비자 보호 활동이 최근 빅테크 기업 규제와 맞물려 주목받는 가운데, 슬로터 위원의 복귀 여부는 미국 IT 산업 규제 지형에도 실질적 파급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