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쇼핑시즌 앞두고 소비자 물가에 본격 반영될 관세 영향

Beavercreek Shoppers

오하이오주 비버크리크 한 쇼핑몰에서 2025년 10월 21일(현지시간) 쇼핑객들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올해 들어 관세가 인플레이션 지표에 주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었으나, 연말 쇼핑 대목을 앞두고는 소비자 가격에 본격적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2025년 10월 3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부터 순차적으로 부과해 온 대중(對中) 및 개별 국가 대상 관세는 연중 내내 2.5%~3% 사이를 오르내린 소비자물가지수(CPI)·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과 함께 움직이며 물가 하방 압력을 억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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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CPI나 핵심 PCE(식품‧에너지를 제외한 지수)와 같이 널리 참조되는 공식 물가지표가 급격히 치솟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러나 관세가 없었다면 하향 안정됐을 지표를 기존 고점에 묶어 두는 효과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Bank of America(BoA)의 경제학자 아디티야 바베(Aditya Bhave)는 보고서에서 “관세가 소비자 인플레이션을 높였느냐는 논쟁은 의미가 없다. 이미 관세가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입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관세가 핵심 PCE를 약 0.5%포인트가량 밀어올린다고 추정한다.” — 아디티야 바베, Bank of America

기업들은 관세 시행 이전 재고를 선(先)확보하거나 마진(이익률)을 희생해 가격 인상을 억제해 왔다. 그 결과 올해 지금까지는 소비자 체감 상승폭이 작았다. 그러나 재고가 소진되고 비용 전가가 본격화되는 11월 이후부터는 가격표에 관세가 더 명확히 반영될 것으로 BoA는 내다봤다.

BoA가 제시한 모델에 따르면 관세를 고려할 때 2025년 9월 핵심 PCE는 연율 2.9%를 기록한다. 관세가 없었다면 2.4% 선에 머물렀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는 8월 연율 2.9%와 같은 수준으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같은 수치를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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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Chair Jerome Powell

연방준비제도(Fed)는 식품·에너지 변동을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설정하고 있다. 2021년 3월 이후 해당 지표가 줄곧 목표를 웃도는 가운데, 10월 29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때 제프리 슈미트(캔자스시티)와 로리 로건(댈러스) 두 지역 연준 총재는 동료위원들의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했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가격 인상

바베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전체 관세 비용의 50%~70%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기업이 부담한다”고 분석했다.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9월 의류 가격전월 대비 0.7% 상승했다. 커피·가구·생활용품 등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측된다. 이러한 품목은 CPI 바스켓에서 비중이 크지 않지만, 자주 구매된다는 특성상 체감 물가를 단숨에 끌어올려 ‘자기실현적 인플레이션’ 심리를 조성할 수 있다.

TD 코웬 “달걀·커피처럼 소비 빈도가 높은 품목은 CPI 가중치보다 훨씬 큰 심리적 충격을 준다”

TD 코웬은 올 연말 관세가 부과되는 인조 크리스마스트리를 예시로 들었다. 거의 모든 제품이 중국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작년보다 비싼 트리’ 가격표를 마주하며 인플레이션을 체감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Artificial Christmas Trees

만약 같은 관세가 2024년 연말 쇼핑시즌에도 적용됐다면, 소비자들은 총 $406억(약 55조 원)을 추가 지출했을 것이라고 LendingTree는 추산했다. 해당 기관의 Budget Lab은 2025년 6월 새로 부과된 관세의 70.5%가 소비자 가격에 전가됐다고 밝혔다.

LendingTree 수석 애널리스트 매트 슐츠(Matt Schultz)는 “더 많은 미국인이 선물 구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신용카드와 개인대출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모델로 계산할 경우, 소비자 1인당 관세 부담액은 평균 $132에 달한다.


용어·배경 해설

관세(Tariff)란 특정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무역 수지 개선 등을 목적으로 활용한다. 기업은 관세를 가격 인상이나 마진 축소로 흡수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최종 판매가에 포함돼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일반 가계가 구매하는 상품·서비스 묶음의 가격 변동을 측정해 물가 수준을 보여 주는 지표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미국 상무부가 작성하며, 중소기업·서비스업 가격까지 폭넓게 포함한다. 연준이 통화정책 판단 시 주로 참조하는 지표는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PCE’다.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재고가 충분할 때는 기업이 비용을 흡수하지만, 재고가 소진되는 순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이번 연말이 바로 그 시점이라는 것이 월가와 학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시장·정책 파장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한층 복잡해진다. 기준금리를 내려도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면, 향후 추가 금리인하 여력이 제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슈미트·로건 총재는 “지나친 완화가 잠재적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이견을 제시했다.

기업 실적 측면에서도 관세는 마진 압박을 가중한다. 대형 유통업체 일부는 ‘프라이빗 브랜드’ 비중을 높여 원가를 낮추고 있으나, 소규모 업체는 가격 인상 외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에게는 섹터 선별적 전략이 요구된다. 비용 전가 능력이 큰 필수소비재·고급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있으나, 가격 민감도가 높은 가구·의류 업종은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세는 단순히 무역 분쟁 도구를 넘어, 소비 심리·통화정책·기업 실적 등 경제 전반에 복합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연말 쇼핑시즌이 관세 효과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월가의 진단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