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쇼핑 성수기를 앞두고 가성비 전략을 내세운 유통 대형사들이 소득 수준이 다른 소비자층을 모두 흡수하며 선전하고 있다다. 월마트(Walmart)와 TJ맥스(T.J. Maxx)의 모회사 TJX는 이번 주 각각 연간 가이던스를 상향하고 홀리데이 시즌 출발에 대해 낙관론을 밝혔다. 두 회사는 최근 분기들에서 상·하위 소득층 전반에서 쇼핑객 유입이 확대됐다고 밝혔으며, 같은 주에 홈디포(Home Depot), 로우스(Lowe’s), 타깃(Target) 등 다른 주요 미국 유통업체들이 이익 전망을 하향하고 고가·대형 구매의 주저를 언급한 것과 대비를 이뤘다.
2025년 11월 20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월마트와 TJX는 각각의 실적 발표에서 거시환경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가격 대비 가치에 대한 수요가 뚜렷하게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회사의 주가는 목요일 동반 상승했으며, 같은 날 미국 3대 주가지수가 하락 반전한 것과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월마트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존 데이비드 레이니(John David Rainey)는 CNBC 인터뷰에서
지난 몇 분기 동안 소비자들의 지출 패턴이 ‘가치를 찾고 선택적인(value-seeking and choiceful)’ 성향을 보여 왔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생길수록 이런 경향이 더 강화되며, 더 많은 가치를 찾게 된다
고 덧붙였다.
TJX를 이끄는 어니 허먼(Ernie Herrman)은 자사에 마샬스(Marshalls)와 홈굿즈(HomeGoods)가 포함돼 있음을 상기시키며,
홀리데이 분기가 ‘강한 출발(strong start)’을 보였고,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가치를 찾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고 밝혔다.
양사의 선전은, 투자자·업계 전문가·경제학자들이 연말쇼핑 성수기 매출과 내년 미국 경제의 전망을 가늠하는 시점에서 눈에 띄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로스(Ross)와 버링턴(Burlington) 같은 오프프라이스(off-price) 체인, 그리고 달러 제너럴(Dollar General), 달러 트리(Dollar Tree), 파이브 빌로(Five Below), 코스트코(Costco) 등 가성비 지향 소매업체에도 우호적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들 기업은 향후 수 주 내에 최신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거시환경의 혼선도 뚜렷하다. 최근 몇 달간 대규모 감원이 아마존(Amazon), 버라이즌(Verizon), UPS, 타깃(Target) 등에서 발생하면서 노동시장 불안이 커졌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증시가 버팀목을 얻은 것이 버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더불어 연방정부 셧다운이 장기화되며 최신 고용·물가 지표의 공개가 지연되는 등, 소비·경기 판단을 더욱 어렵게 했다.
소비자의 말과 행동 간 괴리도 관찰된다. 소비자 심리지수는 역대 최저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급락했지만, 10월 소매판매는 CNBC/전미소매연맹(NRF) 리테일 모니터에 따르면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이는 곧, 심리적 불안과 실판매의 엇갈림이 올해 연말 매출의 가늠자를 더 흐리게 만들었음을 시사한다.
이 탓에 홀리데이 전망은 짙은 안개 속이다. 전미소매연맹(NRF)은 연말 쇼핑 매출이 전년 대비 3.7%~4.2% 증가하며 사상 처음 1조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PwC는 소비자들이 전년 연말 대비 평균 지출을 5% 줄일 계획이라고 내다봤다. 상반된 전망은 기업별 전략과 고객구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음을 암시한다.
대형 홈임프루브먼트 기업의 보수적 스탠스도 두드러졌다. 홈디포, 로우스, 타깃은 이번 주 연간 이익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고객들이 대형 프로젝트나 고가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홈디포와 로우스는 주택 거래량 감소로 촉발된 보수적 지출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년여 동안 소비자들은 리모델링·대규모 수리 같은 고가 지출 대신, 소규모 개선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패턴을 이어왔다. 이는 주로 자가 보유와 주택 순자산 증가 혜택을 본 고객층이 중심임에도 지출 심리가 위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로우스 CEO 마빈 엘리슨(Marvin Ellison)은, 집을 가진 소비자도
정부 셧다운, 높은 관세, 기타 정책 변화
에 관한 뉴스에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가격 민감도와 구매 미루기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로우스는 이에 대응해 상품 구색 확대와 전문 시공업자(프로) 고객 유치 등 내부 전략으로 체감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깃은 자체적 난관을 일부 겪어온 가운데, 홀리데이 시즌에는 고객이 가격을 더 면밀히 비교하고, 선물 지출을 늘리는 대신 장식·식품 등 다른 영역의 지출을 줄이는 트레이드오프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타깃은 식품·생활필수품 3,000개 품목의 가격을 인하하고, 1달러 크리스마스 오너먼트처럼 진입가격(오프닝 프라이스 포인트)을 낮춘 상품으로 유인을 강화했다. 릭 고메즈(Rick Gomez) 최고커머셜책임자는 이 같은 전략을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설명했다.
월마트의 고객 스펙트럼 확대도 확인됐다. 레이니 CFO는
모든 소득 코호트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상위 소득층에서의 확대가 더 두드러진다
고 말했다. 이는 가격 대비 가치가 부유층에게도 매력적임을 시사한다.
TJX의 허먼 CEO는 자사의 핵심 경쟁력을 가치(Value)에 둔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적 콜에서
브랜드, 패션, 품질, 가격의 조합이 우리를 다른 소매업체와 구분 짓고, 약 50년에 걸친 다양한 유통·경제 환경에서도 매우 잘 작동해 왔다
고 말했다. 텔시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데이나 텔시(Dana Telsey) 역시 리서치 노트에서, TJX가 실적을 연속적으로 상회한 사실은 가치 중심 제안(Value Proposition)의 강점을 부각시키며, 가격 민감성이 커진 환경에서 소비자에게 계속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TJX CFO 존 클링거(John Klinger)는 최근 분기 실적 콜에서,
모든 소득층의 고객
이 매장과 온라인에 방문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저소득층 고객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취약층의 부담은 여전히 변수다. 월마트의 레이니 CFO는
연간 강한 매출 가이던스를 제시
했음에도, 다른 고객보다 더 큰 압박을 체감하고 있는 저소득층 사이에서 지출 완화의 ‘포켓(pockets of moderation)’이 관찰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 내 고·저소득층 간 임금 성장률 격차가 뚜렷하다고 언급했다.
레이니는 정부 셧다운 기간 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저소득층 식비 보조) 지급이 중단된 고객들의 지출 둔화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은 해당 지원금이 다시 지급되면서 매출이 반등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실적 콜에서
우리도 다른 기업과 같은 신호를 보고 있으며 주의 깊게 관찰 중
이라면서도,
월마트는 그 누구보다 충격에 잘 방어된 포지션에 있다
고 강조했다.
용어·맥락 해설
– 오프프라이스(off-price): 정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브랜드 상품의 재고·이월 물량 등을 판매하는 유통 모델을 말한다. TJ맥스, 로스, 버링턴 등이 대표적이다. 재고의 발견형 쇼핑 경험과 가격 메리트가 결합돼 호황·불황 모두에서 고객 흡인력이 높다고 평가된다.
– SNAP: 미국의 연방 저소득층 식비 지원 제도로, 지급이 일시 중단되면 식료품 지출 여력이 즉각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이번 보도에서도 지급 재개가 매출 회복으로 연결되는 정황이 언급됐다.
– 오프닝 프라이스 포인트: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제시하는 최저 진입가격대를 의미한다. 타깃의 1달러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같은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분석: ‘가성비’의 양극단 포섭과 홀리데이 변동성
월마트와 TJX의 동반 강세는 가격 대비 가치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모두에게 공통의 의사결정 축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재확인한다. 저소득층에게는 필수재 중심의 절약이, 고소득층에게는 합리적 지출과 가격 민감화가 각각 작동한다. 동일 고객이 다른 카테고리에서 상향·하향 소비를 교차적으로 수행하는 ‘선택적 소비’가 확산될 경우, 가성비 유통업체는 트래픽과 객단가를 모두 방어하기 용이하다.
반면, 홈임프루브먼트와 같은 고가·장기 프로젝트는 심리·금융 제약에 민감하다. 주택 거래 위축과 정책 불확실성, 관세·셧다운 이슈는 대형 구매의 타이밍을 지연시킨다. 이와 대조적으로, 식료품·생활필수품·의류 등은 가격 인하와 딜에 즉시 반응하는 수요가 견조하다. 따라서 홀리데이 시즌의 승자는 가격·브랜드·재고 회전을 정교하게 결합해, 절약 욕구와 ‘선물 수요’를 동시에 충족하는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저소득층의 지출 피로, 임금 격차, 정책 변수(예: 셧다운) 같은 하방 리스크는 상존한다. 이 리스크는 SNAP 등 이전소득의 지급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할인·프로모션이 매출을 견인하더라도 마진 압력을 수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주가 흐름에서 보듯 방어적이면서도 범소득층을 포섭하는 ‘가성비 모델’은 지수 하락 국면에서도 상대적 강세를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