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 두 다스(약 24개국)에 달하는 세계의 부유국들이 글로벌 개발에 대한 참여를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이들 국가 가운데 상당수가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삭감하고, 다자 대출기관을 통한 자금 지원도 줄인 것으로 목요일 공개된 연구가 보여줬다.
2025년 11월 2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커밋먼트 투 디벨롭먼트 인덱스(Commitment to Development Index, CDI)는 38개 주요 경제권을 100개가 넘는 지표로 평가해 각국의 정책이 저소득·개도국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한다. 이 지수는 개발금융, 투자, 이민, 무역, 환경과 보건, 그리고 안보 및 기술에 걸친 정책 성과를 종합 반영한다.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센터 포 글로벌 디벨롭먼트(Center for Global Development, CGD)가 2년마다 집계·발표하는 이번 순위에서 스웨덴, 독일, 노르웨이, 핀란드는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해당 네 국가는 다차원 지표 전반에서 균형적 기여를 보이며 리더십을 이어갔다.
영국은 두 계단 상승해 최신 순위 5위를 차지했다. 다만 이는 정부가 발표한 원조 예산 40% 삭감 이전의 데이터를 반영한 결과로, 향후 발표될 지수에서는 순위 하락이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반면 미국은 이번 발표에서 두 계단 하락해 28위에 머물렀다. 이 순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발표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원조 삭감을 아직 온전히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CGD의 선임 정책 펠로우 이안 미첼(Ian Mitchell)은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하는 변화는 매우 중대하다’고 평가하며, 추가적인 순위 하락을 예상했다.
이번 순위 발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번 주말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을 개최할 준비를 하는 가운데 나왔다. 남아공은 이번 회의에서 의장국 지위를 미국에 이양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미국의 대외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미국국제개발청(USAID)을 폐쇄했다. 그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불참할 예정이며, 다수의 선진국이 국방비를 우선시하면서 원조와 개발금융을 축소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일부 긍정적 신호가 포착됐다. 2019~2023년 사이 4분의 3 이상의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 것으로 연구는 파악했다. 다만 중국의 배출 증가로 전 세계 총배출량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민자와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 수는 늘어났다고 미첼은 덧붙였다.
CGD는 ‘일부 국가는 이민이나 환경에서 개선을 보였지만, 전반적 추세는 후퇴하고 있다’며 ‘무기 수출, 무역 장벽, 화석연료 보조금이 모두 증가 중’이라고 밝혔다.
지표 해설: 커밋먼트 투 디벨롭먼트 인덱스(CDI)란 무엇인가
CDI는 선진국의 정책이 저소득·개도국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다차원적으로 측정하는 종합 지수다. 각국의 재정적 기여(원조·개발금융)뿐 아니라, 투자환경 조성, 이민·난민 수용, 무역 개방, 환경·보건 성과, 안보·기술 정책 등을 100개가 넘는 지표로 평가한다. 이처럼 정책 전반을 폭넓게 반영하기 때문에, 단순한 원조 규모 순위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다자 대출기관(multilateral lenders)은 다수의 국가가 자본을 공동 출자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보건·교육 등 장기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하는 기관을 뜻한다. 최근 이들 경로를 통한 자금의 축소는 개발 재원의 안정성과 프로그램의 연속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왜 원조 삭감이 문제인가
원조와 개발금융은 경제 충격에 취약한 국가에게 외화 유동성과 사회안전망을 제공한다. 그러나 국방비 증액 등 국내 우선순위 변화로 인해 원조 예산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 보건·교육·기후적응과 같은 핵심 과제가 지연될 위험이 커진다. 이번 보고서가 지적한 무기 수출 증가와 무역 장벽 강화, 화석연료 보조금 확대는 개도국의 구조개혁과 녹색전환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전문가 관점: 순위 변동의 함의
유럽 북부국가의 상위권 유지는 다부문 정책의 일관성과 국제 공공재 기여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영국의 5위는 과거의 정책 성과를 반영하지만, 원조 40% 삭감이 향후 지속가능한 개발과 글로벌 파트너십에 미칠 영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28위와 추가 하락 가능성은 대외원조 축소가 규범 설정과 다자 협력 리더십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2019~2023년 다수 국가의 배출 감축과 이민자·난민 수용 확대는 환경·인도주의 영역에서의 진전을 시사한다. 그러나 중국의 배출 증가로 총배출이 상승한 점, 그리고 무기 수출·무역 장벽·화석연료 보조금의 동시 확대는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에 상쇄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핵심 인물과 일정
이안 미첼의 평가처럼, 정책 급변은 지수 순위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데이터 컷오프 이전의 조치는 다음 주기에 본격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주최하는 이번 주말 G20 회의에서 의장국 이양이 예정된 미국의 향후 개발 협력 기조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참은 대외원조·다자협력 신호에 대한 시장과 파트너 국가의 해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요약 정리
CDI 최신 보고서는 미국·일본을 포함한 약 24개 부유국의 개발 기여 후퇴를 지적했다. 스웨덴·독일·노르웨이·핀란드는 상위권을 유지했고, 영국은 5위로 두 계단 상승했으나 원조 40% 삭감 이전 데이터라는 한계가 있다. 미국은 28위로 두 계단 하락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삭감이 향후 지수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남아공 G20 개최와 의장국 이양 시점에 발표된 이번 결과는 선진국의 원조 축소·국방비 우선 흐름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배출 감축과 이민·난민 수용 확대는 일부 긍정적 변화로 제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