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을 뒤덮은 기록적 폭염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냉방 효율성’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다. 난방·냉방(HVAC) 설비는 건물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전력 사용량 증대는 곧 탄소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술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는 상황이다.
2025년 8월 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에 본사를 둔 기술 스타트업 ‘런와이즈(Runwise)’가 난방에 이어 냉방까지 최적화할 수 있는 독자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선보이며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동창업자 제프 칼턴(CEO), 리 호프먼, 마이크 쿡은 “건물 내부 환경을 데이터로 읽고, 필요할 때만 설비를 가동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대형 건물의 HVAC 시스템은 ‘블라인드 모드’로 작동한다. 중앙에서 설정한 단일 온도값으로 전체 공간을 제어하기 때문에, 공간별 온도 편차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 결과 여름철에는 일부 사무실 직원이 스웨터를 껴입고, 겨울에는 반대로 더위를 호소하는 ‘역설적 불편’이 빈번히 발생한다.
1. 런와이즈의 기술 원리
런와이즈는
“날씨 예측 알고리즘과 무선 온도 센서 네트워크를 중앙 제어기에 연결해, 설비 가동 시간을 실시간으로 조정한다”
고 설명한다. 예컨대 연면적 10만 ft2(약 9,290㎡) 규모 건물이 보일러 1대를 사용하더라도, 최소 20~25개의 센서를 주요 지점에 배치해 공간별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후 사용자가 입력한 목표 온도, 향후 기상 예보, 실내·외 온도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얼마나 자주’ 또는 ‘얼마나 오래’ 보일러·냉각기를 가동할지 계산한다.
시리즈 B는 벤처투자 업계에서 두 번째 대규모 투자 라운드를 의미한다. 초기 제품·시장 검증(시드·시리즈 A)을 마친 기업이 성장 가속화를 목적으로 자금을 유치하는 단계다. 이는 회사의 사업 모델과 기술이 일정 수준 검증됐음을 시사한다.
2. 설치 현황 및 성과
런와이즈 플랫폼은 현재 미국 10개 주, 1만 개 이상의 건물에 적용돼 있다. 고객사는 리레이트드(Related), 에쿼티 레지덴셜(Equity Residential), 퍼스트서비스 레지덴셜(FirstService Residential), 뉴욕교통공사(MTA), 항만청(Port Authority), 내셔널 그리드(National Grid), 루딘(Rudin), 르프락(LeFrak), UDR, 더글러스 엘리먼(Douglas Elliman), 아캄(Akam) 등 약 1,000곳에 달한다.
회사는 지금까지 1억 달러(약 1,333억 원) 이상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곧 상당량의 탄소배출 저감 효과로 이어지며, 임대인·임차인 모두에게 재정적 이익과 쾌적한 근무 환경을 제공한다는 평가다.
3. 자금 조달과 향후 계획
2025년 8월 초, 런와이즈는 멘로벤처스(Menlo Ventures)가 주도한 5,5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며 총 누적 투자금 7,900만 달러를 확보했다. 이번 라운드에는 누빈리얼에스테이트(Nuveen Real Estate), 뮌헨리벤처스(Munich Re Ventures), 매스뮤추얼벤처스(MassMutual Ventures), 멀티플라이어캐피털(Multiplier Capital), 소마캐피털(Soma Capital), 핍스월(Fifth Wall) 등도 참여했다.
제프 칼턴 CEO는 “추가 자금은 전국적 시장 확대와 인공지능(AI) 기능 통합에 집중 투입될 것”이라며 “건물 데이터를 축적할수록 우리 알고리즘이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AI는 대규모 데이터 세트에서 패턴을 빠르게 학습해, 사람이 인지하기 어려운 변수까지 고려한 예측 모델을 생성한다. HVAC 최적화 알고리즘에 AI를 접목하면 온도·습도·시간·인원 변동 등 복합 요인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어, 에너지 절감율이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4. 전문가 시각 및 시장 파급효과
기자 관전평: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탄소배출 감축 의무와 운영비 절감이라는 ‘투트랙’ 과제에 직면해 있다. 건물주 입장에서 에너지 효율성은 즉각적인 비용 절감으로 연결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 대응 측면에서도 필수 요소다. 런와이즈가 확보한 10,000개 건물 데이터는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알고리즘 성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자산이 된다.
또한 보일러 중심 난방 최적화에서 냉방·공조 영역으로 확장한 것은 시장 저변을 넓히는 결정적 포인트다.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에 따라 전력 계통 안정이 국가 차원의 과제가 되는 상황에서, 수요 관리(Demand Response) 솔루션으로도 활용될 여지가 있다.
다만 스타트업 특유의 확장 속도와 설비 노후화가 심한 건물의 기술 수용성 간 ‘간극’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건물주는 초기 투자 비용과 시스템 통합(레이어드)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하며, 규제·인증 기준도 지역마다 달라 맞춤형 전략이 요구된다.
5. 용어·배경 설명
HVAC : 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의 약자로, 난방·환기·냉방 설비를 통칭한다.
시리즈 B 투자 : 벤처기업이 성장 단계에서 받는 두 번째 주요 투자 라운드로,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이 확인된 후 본격적인 사업 확장 자금이다.
Demand Response(수요반응) : 전력 사용자를 대상으로 전력 피크 시간대 소비를 줄이거나, 요금 인센티브를 통해 전력 사용 패턴을 조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냉·난방 시스템 최적화 기술은 에너지 시장 구조와 도시 기후 정책 전반에 걸쳐 파급력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