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9월 5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여러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해당 장면은 게티이미지 소속 사진기자 케빈 디치(Kevin Dietsch)가 촬영했다.
NBC뉴스 조사분석팀(Decision Desk)이 여론조사 플랫폼 서베이몽키(SurveyMonkey)와 공동 수행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세·이민·공중보건 등 트럼프 행정부의 연이은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의 국정 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2025년 9월 7일, NBC뉴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조사는 8월 13일부터 9월 1일까지 미국 성인 30,19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1.9%포인트다.
국정 수행 지지율 여전히 40% 초반
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 국정 수행에 대해 43%가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57%는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6월 조사와 유사한 수준이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의 평가는 더 부정적이어서, 인플레이션 대응에 대한 지지율은 39%, 무역·관세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41%에 그쳤다.
반면 이민·국경 관리 분야에서는 문항별 차이가 나타났다. ‘국경 보안 및 이민 관리’라는 다소 포괄적 표현을 쓴 절반의 응답군에서는 47%가 긍정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추방 및 국경 보안’처럼 보다 직접적 표현을 쓴 나머지 절반에서는 긍정 평가가 43%로 낮아졌다.
백신에 대한 초당적 지지
눈에 띄는 대목은 백신에 대한 강력한 찬성 여론이다. ‘질병 예방을 위한 백신 사용’에 대해 전체의 78%가 ‘강하게 혹은 다소 지지’한다고 답했으며, 이 중 49%는 ‘매우 지지’라고 밝혔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93%, 무소속 72%, 공화당 67%가 찬성해 ‘초당적 지지’ 양상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응답자의 33%, 무소속 응답자의 약 30%는 백신 사용에 반대 입장을 보이며, 특히 무소속은 6월 대비 반대 비율이 5%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일부 백신 접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신·공중보건 행보가 양당 의원 모두의 반발을 산 가운데, 이번 조사 결과는 해당 노선이 정치적으로 위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치 ‘내부자(Insider)’ 선호 뚜렷
이번 조사에서 ‘경험 있는 정치 내부자’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58%로, ‘체제 변화를 외치는 정치 외부자(Outsider)’를 선호한다는 응답 42%를 크게 앞섰다. 공화당 지지층만 살펴보면 60%가 외부자를, 민주당 지지층의 75%와 무소속의 60%가 내부자를 선호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궁극의 아웃사이더’ 이미지를 고수해 온 전략과 대비된다. 전문가는 “‘변화를 위한 외부자’라는 메시지가 2020년대 초반에는 유효했지만, 현재 유권자들은 실행력과 경험을 더욱 중시하는 양상”이라며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가장 중요한 현안: 경제 그리고 민주주의 위협
전체 응답자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를 묻자 경제(특히 인플레이션)와 민주주의 위협이 1·2위를 차지했다. 이어 보건의료, 범죄·치안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공화당은 ‘범죄·치안’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비율이 6월보다 5%포인트 상승한 18%로 집계돼, 경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 ‘민주주의 위협’은 선거제도 신뢰 약화, 사법부 독립성 훼손 등 제도적 리스크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2024년 대선 이후 미국 정치 담론에서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상태다.
인플레이션, 생활비 상승이 압도적 고민
경제 관련 세부 항목 가운데 인플레이션 및 생활비 상승을 가장 큰 우려로 꼽은 비율이 45%에 달했다. 이는 주택 가격·금리·세금·실질 소득 등 다른 경제 현안을 30%포인트 이상 앞지른 수치다.
개인 재정 상태에 대해 ‘작년보다 좋아졌다’고 답한 비율은 25%, ‘악화됐다’ 33%, ‘비슷하다’ 40%로 조사됐다. 공화당 지지층의 40%는 재정 상태가 개선됐다고 답해 전체 평균보다 긍정적이었다. 무소속과 30세 미만 여성은 6월 대비 각각 4, 5%포인트 더 ‘개선’ 쪽으로 이동했다.
강한 감정의 분극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감정을 묻는 항목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49%가 ‘분노(Furious)’를 선택해 가장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의 27%는 ‘열광(Thrilled)’, 18%는 ‘행복(Happy)’, 28%는 ‘만족(Satisfied)’이라고 답했다. 무소속은 긍정 8% 대 부정 56%로, 양당 지지층보다 상대적으로 중간 지대에 머무는 경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투표 의향과 실제 투표 참여율은 감정의 강도와 직결된다”며, 2026년 중간선거에서 극단적 감정 양극화가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정치적 중도층을 더 좁힐 가능성을 경고한다.
용어 설명
1서베이몽키(SurveyMonkey): 미국 온라인 조사업체로, 실시간 데이터 수집·분석 플랫폼을 제공한다. 기업 및 언론사가 대규모 표본을 빠르게 확보할 때 주로 사용한다.
2표본오차(Margin of Error): 모든 표본조사는 모집단의 완전한 의견을 100% 반영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는데, 이때 실제 값과 표본 값 간 최대 오차 범위를 통계적으로 추정한 수치다.
3NBC 뉴스 Decision Desk: 선거 개표·여론조사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는 NBC 내부 조직으로, 각종 선거 예측 모델과 정기 여론조사를 발표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정치 컨설턴트들은 초당적 백신 지지와 경제 불안이라는 두 축이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 복합적인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본다. 백신 문제는 장관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강경 노선이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견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인플레이션 관리 실패가 지속된다면 민주당은 경제 이슈를 파고들어 재집권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여론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지지층 결집에는 성공했지만, 중도층과 무소속의 신뢰 확보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년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 구도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경제·공중보건·법치주의 세 가지 키워드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차기 권력 지형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