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소심, 엘리 릴리의 메디케이드 환급 사기 유죄 판결 유지
시카고 제7연방순회항소법원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엘리 릴리(Eli Lilly & Co.)가 제기한 1억8,370만 달러 규모의 메디케이드(Medicaid) 사기 배상 판결 항소를 기각했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연방배심원단은 지난해 8월 “엘리 릴리가 의도적으로 일부 의약품의 과거 판매가격을 소급 인상하면서도 인상분에 대한 환급을 정부에 지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배심원단이 산정한 6,123만 달러를 연방 허위청구법(False Claims Act)에 따라 삼중 배상(Treble Damages) 규정을 적용해 1억8,370만 달러로 확정했고, 이번 항소심도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을 주심한 조슈아 콜라(Joshua Kolar) 판사는 “배심원단은 엘리 릴리가 법을 회피하려는 부당한 위험을 인지하거나 묵살했다는 충분한 증거를 들었다”고 판시했다. 그는 또 “엘리 릴리가 평균제조사도매가격(AMP)을 보고하면서 실제로는 인상 후 가격을 누락해 정부에 6,000만 달러가 넘는 손해를 끼쳤다”며, “회사의 매출 규모가 아무리 커도 이 숫자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건의 배경과 핵심 쟁점
“엘리 릴리는 2005년부터 2017년까지 도매상에게 이미 납품한 의약품에 대해 소급 가격 인상을 강제했다.” — 원고 로널드 스트렉(Ronald Streck)
리베이트 구조를 이해하려면, 미국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의 약가 환급 메커니즘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제조사는 분기마다 해당 의약품의 AMP를 보고하고, 이 가격을 기준으로 각 주정부에 일정 비율의 리베이트를 돌려줘야 한다. 엘리 릴리는 도매상 재고에 적용된 인상분을 AMP 계산에서 제외해 평균가를 낮췄고, 그 결과 정부는 더 적은 리베이트만 받게 됐다.
원고인 로널드 스트렉은 약사이자 변호사로, 연방 허위청구법 퀴탐(Qui Tam) 조항에 따라 정부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법은 내부고발자(Whistleblower)가 정부 손실 회복분의 최대 30%까지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한다.
엘리 릴리는 “도매상에게 별도로 지급한 서비스 수수료가 소급 인상분을 상쇄했다”며 불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차례 규제 당국에 자사 계산 방식을 고지했으나 그 어떠한 ‘경고’도 받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법과 메디케이드 약가환급 프로그램 규정상, 인상 전·후 가격 모두 보고하는 것이 상식적이며 엘리 릴리의 단독 해석은 용납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재무적 파장과 산업적 함의
엘리 릴리는 2025년 상반기에 매출 282억9,000만 달러, 순이익 84억2,000만 달러를 기록해 2017년 대비 매출이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이번 판결로 인한 1억8,370만 달러 지급은 단기적 재무 부담은 크지 않겠지만, 규제 리스크와 명성 손상을 피할 수 없다는 평가다.
회사 주요 제품으로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 비만·폐쇄성 수면무호흡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공동 판매 중인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스(Jardiance)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문제 행위가 발생한 2005~2017년 기간 이후에 승인돼 직접적 연관은 없다.
산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두고 “사내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이 단순 내부절차에 그치지 않고, *가격 책정 결정*에까지 실질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특히 미국 정·관계가 약가 인하와 메디케이드 예산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비슷한 소송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 해설: AMP·Treble Damages란 무엇인가
① Average Manufacturer Price(AMP)는 제조사가 도매상에게 판매한 의약품의 평균 가격으로, 메디케이드 리베이트 계산의 핵심 변수다.
② Treble Damages는 허위청구법 위반 시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한 조항으로, 기업에 강력한 억지력을 부여한다.
이 두 제도는 “기업의 고의적·반복적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인 동시에, 내부고발자에게 거액의 보상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장치다.
향후 전망과 기자 의견
법조계에 따르면 엘리 릴리는 대법원 상고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항소심에서 사실관계와 법리 모두가 명확히 확인된 만큼 상고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확률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자의 시각: 여러 회계·약가 이슈를 취재해온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건은 “가격 인상에 따른 의도적 정보 누락”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다. 즉, 복잡한 회계기준 해석 문제가 아니라 보고 의무 불이행에 가까워 규제 당국과 법원이 강경 기조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다른 다국적 제약사들도 유사 관행을 철저히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내부고발자가 제기한 퀴탐 소송이 공중보건 분야에서 거액 배상으로 이어진 사례는 투자자 관점에서도 시사점이 크다. 법적·윤리적 리스크 관리가 중·장기 주주가치 유지의 필수 요소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사건 일지
• 2005~2017년 — 도매상 재고 의약품에 소급 가격 인상 적용
• 2018년 — 내부고발자 로널드 스트렉, 퀴탐 소송 제기
• 2022년 8월 — 배심원단, 6,123만 달러 손해 인정
• 2022년 8월 — 1심 법원, 삼중 배상 적용해 1억8,370만 달러 선고
• 2025년 9월 11일 — 7연방순회항소법원, 1심 판결 유지
이번 판결은 제7연방순회항소법원 사건번호 23-2134: U.S. ex rel. Streck v. Eli Lilly and Co.로 기록됐으며, 소송 당사자는 인디애나폴리스에 본사를 둔 엘리 릴리와 내부고발자 로널드 스트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