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주가가 13.6% 급등했다. 이는 경쟁사인 엘리 릴리(Eli Lilly)의 실험용 경구형 체중 감량제(orforglipron) 임상 데이터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한 데 따른 즉각적인 투자 심리 변화 때문이다.
2025년 8월 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과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비만 치료제 분야의 경쟁 구도를 다시 한 번 뒤흔들었다. 투자자들은 GLP-1 유사체 계열 치료제 전반의 판세를 재평가하며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oral semaglutide)에 유리한 국면이 형성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epler Cheuvreux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에번스(David Evans)는 이메일 코멘트에서 “시장에서는 릴리의 orforglipron이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이번 데이터는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라며 “이에 따라 GLP-1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 전망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이런 시각 변화는 곧장 주가에 반영됐다. 노보 노디스크는 세계 최대 비만 치료제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주사 제형인 위고비(Wegovy)와 오젬픽(Ozempic)으로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해 왔다. 반면 릴리의 orforglipron은 경구 제형이라는 편의성으로 주목받았으나, 임상 효능·안전성 지표가 예상을 밑돌면서 투자 매력이 단기간에 반감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노보 노디스크가 불과 일주일 전, 2025년 매출 성장률 가이던스를 두 번째로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당시 시장은 ‘고성장 둔화’ 신호로 받아들였으나, 경쟁사 위험 요인이 약화되자 유동성이 급속히 복귀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주가 반등은 단순한 기술적 반등이 아니라 펀더멘털 재평가로 해석된다.
GLP-1(Glucagon-Like Peptide-1) 수용체 작용제는 혈당 조절 및 식욕 억제를 동시에 유도하는 기전으로, 당뇨병 치료제에서 비만 치료제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체중 감량 효과와 심혈관계 위험 감소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주사 제형의 투여 번거로움이 시장 확대의 장애 요인으로 거론돼 왔기에, 릴리의 경구형 시도는 업계 판도를 흔들 잠재력이 컸다.
그러나 임상 데이터가 기대에 못 미치자 투자자들은 ‘경구형=절대 우위’라는 전제를 수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약 순응도라는 장점을 확보했더라도, 효능·안전성에서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 지위 확보가 쉽지 않다”며 세마글루타이드의 브랜드 파워가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을 점쳤다.
시장조사 기관들은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해 왔다※본 기사 내에서는 구체적 수치를 언급한 조사 기관 명칭이 제공되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경쟁 구도에 따라 전망치가 요동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엘리 릴리는 orforglipron 외에도 주사 제형 Mounjaro(무운자로)로 이미 당뇨·비만 분야에 진출해 있다. 다만 경구형 후보물질 부진은 향후 연구·투자 전략 재정립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노보 노디스크 역시 경구 파이프라인 고도화를 지속하며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에서 볼 때, 이번 사건은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임상 데이터 투명성·시장 예측 가능성’이 제약·바이오 업종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임을 재확인시켰다. 특히 임상시험 초기 단계에서 형성된 과도한 낙관론이 실제 시장 진입 시점까지 유지되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겼다.
결론적으로, 릴리의 orforglipron 데이터 부진은 올해 들어 연속적인 가이던스 하향으로 흔들리던 노보 노디스크에 ‘반전의 기회’를 제공했다. 향후 두 회사가 경구형·주사형·장기 지속형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어떤 임상·상업적 전략을 취할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