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 릴리, 슈퍼루미널과 최대 13억 달러 규모 비만 치료제 공동 개발 계약

미국 제약사 엘리 릴리(Eli Lilly)비상장 신약 개발사 슈퍼루미널 메디신스(Superluminal Medicines)와 최대 13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비만 치료제 발굴·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을 통해 릴리는 슈퍼루미널이 보유한 카디오메타볼릭(cardiometabolic) 질환·비만 관련 신규 타깃 발견 플랫폼에 접근권을 확보했다. 카디오메타볼릭 질환은 심장·혈관 질환과 대사성 질환이 복합적으로 얽힌 상태를 뜻하는 의학 용어로, 대표적으로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이 포함된다.

릴리는 지난해부터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GLP-1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노보 노디스크와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번 계약은 릴리가 비만 치료 포트폴리오를 경구용 후보 물질까지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계약 조건 및 재무적 규모

슈퍼루미널은 본 계약에 따라 선급금(up-front)·마일스톤·지분 투자·순매출 계층별 로열티를 단계적으로 받을 수 있다. 구체적인 지급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계약 총액은 최대 13억 달러에 이른다. 현재 미국 내 바이오 기술 라이선스 계약 기준으로도 상위권 규모에 해당한다.

마일스톤(milestone) 지급은 임상 단계 진입, 허가, 판매 달성 등 주요 이벤트 달성 시 지급되는 성과급 성격의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비상장사가 대형 제약사와 맺는 기술 이전 계약에서 주로 활용되는 구조다.

릴리는 지분 투자(equity investment)도 단행한다. 이는 단순 기술료 지급에 그치지 않고 슈퍼루미널의 성장 잠재력에 베팅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향후 슈퍼루미널의 기업가치 산정에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과 임상 일정

슈퍼루미널의 리드(lead) 경구용 후보 물질은 2026년 상반기 인간 대상 제1상 임상시험(Phase 1)에 진입할 예정이다. 릴리는 본 임상 이후에도 추가 후보 물질 발굴 옵션을 갖는다.

경구용 비만 치료제는 주사제 대비 복약 순응도(compliance)가 높아 시장 판도를 뒤흔들 잠재력이 크다. 현재 GLP-1 계열 주사제가 비만 치료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나, 경구 제형 성공 시 비만 및 동반 질환(제2형 당뇨병, 고혈압 등) 환자층이 보다 편리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동향

세계 비만 인구는 2030년 10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도 2022년 240억 달러에서 2030년 1,0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 릴리의 ‘제프버디(Zepbound)’ 등 GLP-1 계열 약물이 주요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이번 계약은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비만 치료제 R&D 레이스에서 릴리가 ‘차세대 경구 제형’으로 승부수를 띄운 사례로 주목받는다. 업계 채널들은 릴리가 이미 자체 경구용 GLP-1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외부 혁신 기술을 과감히 도입해 속도를 높였다고 분석한다.


전문가 코멘트 및 시장 전망

“경구 제형 개발은 생산·물류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환자 편의성을 끌어올려, 장기적으로 주사제 시장을 대체할 잠재력이 있다.” — 국내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시장조사기관 모더나 인사이트(Moderna Insight)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최초로 허가될 경우 연 매출이 50억 달러 이상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약효 지속성·부작용·복제약 이슈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현재 글로벌 빅파마들은 다중 타깃(poly-pharmacology) 전략을 도입해 비만과 심혈관 위험을 동시에 낮추는 복합 작용(new mechanism)을 연구 중이다. 슈퍼루미널 플랫폼이 이러한 복합 타깃을 조기에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은 차세대 통합 치료제 개발의 ‘포석’으로 평가된다.


용어 해설

카디오메타볼릭(cardiometabolic) 질환은 심장·혈관계 이상과 대사 장애가 동반된 복합 질환을 통칭한다. 비만은 이러한 위험 인자를 가중시키기 때문에, 비만 치료의 성공 여부가 곧 카디오메타볼릭 위험 저하로 연결된다.

GLP-1(Glucagon-Like Peptide-1)은 식욕 조절 호르몬으로, 이를 유사하게 작용하도록 만든 약물이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다. 세마글루타이드·티르제파타이드 등이 대표적이다.

마일스톤은 임상 단계 진입, 허가 획득, 판매 실적 달성 등 특정 목표 달성 시 지급되는 단계별 기술료를 의미한다. 로열티는 제품 출시 후 순매출에 연동해 지급되는 비율형 수익 분배 구조를 말한다.

이번 계약에서 언급된 “tiered royalties”순매출 구간별 차등 로열티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매출이 커질수록 로열티 비율도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릴리와 슈퍼루미널의 협력은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를 노린 전략적 파트너십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 투자자·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향후 임상 결과와 규제 당국 심사 속도 등이 시장 변동성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