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 릴리, 비만 신약 ‘엘로랄린타이드’ 중간임상서 체중 최대 20.1% 감소… 다음 달 임상 3상 돌입

엘리 릴리(Eli Lilly)가 주 1회 투여 비만 후보물질 엘로랄린타이드(eloralintide)의 중간단계 임상에서 체중을 최대 20.1%까지 줄이는 결과를 확인하고, 다음 달부터 임상 3상(후기 단계) 시험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다. 이로써 릴리는 빠르게 성장하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또 하나의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 11월 6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번 중간단계 시험에서 엘로랄린타이드는 용량에 따라 유의미한 체중 감소를 보여줬다. 회사는 해당 데이터를 근거로 후기 단계 임상을 신속히 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시장을 장악한 1세대 비만 치료제는 주로 GLP-1(장내 호르몬) 기반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차세대 전략으로 다른 호르몬 경로를 표적하거나, 지방 감소 과정에서 근육량 보존을 돕는 접근을 탐색 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릴리의 엘로랄린타이드는 아밀린(amylin) 경로를 겨냥해 차별화된 기전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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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랄린타이드의 작용기전과 차별점

엘로랄린타이드는 췌장 호르몬인 아밀린을 모방하는 계열로, 소화 속도를 늦추고 식욕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갖는다. 이는 릴리의 제프바운드(Zepbound)나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처럼 GLP-1 수용체를 자극하는 약물과는 구별되는 접근이다. 엘로랄린타이드는 뇌의 아밀린 수용체를 활성화하고 위 배출 속도를 지연시키며, 이 과정에서 부작용 부담을 상대적으로 낮출 잠재력이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아밀린 기반 후보물질에 대한 대형 제약사들의 관심도 높아 로슈(Roche), 애브비(AbbVie),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등이 이 축에 가세해 있다.

전문 용어 한눈에 보기
GLP-1: 식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낮추는 장내 호르몬 경로를 활용하는 약물군을 의미한다.
아밀린: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위 배출 지연포만감 증가에 관여한다. 아밀린 유사체는 이러한 생리적 효과를 약물로 재현해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릴리가 운전석(Driver’s seat)에”

중간단계 시험에서 가장 낮은 1 mg 용량 투여군은 체중 9.5%(약 10.2 kg)을 감량했고, 가장 높은 9 mg 용량 투여군은 체중 20.1%(약 21.3 kg)을 줄였다. 이는 48주간 위약군에서 관찰된 평균 0.2 kg 감소와 대비된다. 이번 결과는 주 1회 투여라는 편의성과 함께 엘로랄린타이드의 용량-반응 관계를 뚜렷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48주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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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스(Jefferies)의 애널리스트 루시 코더링턴(Lucy Codrington)은 이번 데이터가 “아밀린 계열이 GLP-1에 견줄 만하거나 그 이상의 체중 감량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릴리 주주발 앤 게이너(Bahl and Gaynor)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케빈 게이드(Kevin Gade)는 이번 성과가 아밀린 치료제 영역에서 릴리를 “운전석”에 앉혔다고 강조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릴리의 결과가 다른 아밀린 기반 파이프라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시장은 아밀린 축이 차세대 비만 치료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이번 데이터는 로슈의 파트너인 질랜드 파마(Zealand Pharma) 주가에도 영향을 미쳐, 동사의 주가는 11% 하락했고 올해 4월 이후 최악의 일중 낙폭을 기록할 것으로 보도됐다.

질랜드 파마 CEO 아담 스틴스버그(Adam Steensberg)는 로이터에 “릴리의 데이터는 전반적으로 아밀린 약물이 비만 치료에 갖는 잠재력을 입증한다”면서, “이는 질랜드 파마가 보유한 후보물질 페트렐린타이드(petrelintide)의 잠재력에 대한 우리의 신념을 지지하고 검증해 준다”고 말했다.

릴리는 다음 달 임상 3상 개시를 예고했으며, 이는 질랜드의 페트렐린타이드보다 개발 속도를 앞서는 것이다. 질랜드의 해당 후보물질은 내년 상반기 중간단계 데이터 공개가 예상된다.

코더링턴은 페트렐린타이드도 15%~20% 수준의 체중 감소를 보여줄 여지가 여전히 있다면서도, “질랜드 측의 중간단계 데이터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두 약물을 비교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릴리의 이번 연구는 제2형 당뇨병이 없는 성인 중, 과체중이면서 최소 1개 이상의 비만 관련 질환을 가진 26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같은 설계는 비만 동반 질환 환자군에서의 약물 효과성과 안전성을 현실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해설: 왜 아밀린이 주목받나

아밀린 축은 GLP-1 계열과 상보적인 경로로 여겨지며, 식욕 조절위 배출 지연을 통해 포만감을 강화한다. 엘로랄린타이드뇌의 아밀린 수용체 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부작용 프로파일을 완화할 잠재력을 강조했다는 점은, 장기 치료가 필요한 비만 환자에서 치료 지속성을 높일 가능성과 직결된다. 다만 현 시점에서 직접 비교(head-to-head) 임상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GLP-1 대비 효능 및 내약성의 우위는 추후 데이터로 확증될 필요가 있다.

시장·전략적 시사점

릴리가 주 1회 제형으로 중간단계에서 최대 20.1% 감소라는 수치를 제시한 것은, 차세대 비만 치료단일 호르몬 경로를 넘어 다중 경로 또는 대체 경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관점에서 GLP-1 의존도를 낮추고, 환자 특성에 따른 맞춤형 치료 선택지를 넓히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또한 질랜드 파마 등 경쟁사 대비 개발 속도를 앞세운 릴리의 행보는, 임상 3상 데이터 확보 시점과 상업화 준비 측면에서 시간적 우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

핵심 포인트 요약
효능: 중간단계에서 최대 20.1% 체중 감소(9 mg), 1 mg에서도 9.5% 감량.
비교군: 48주 위약군 0.2 kg 감소.
전략: GLP-1을 넘어 아밀린 경로로 확장, 부작용 저감 가능성 강조.
경쟁: 질랜드 파마 등 아밀린 계열 후보물질 대비 개발 속도 선점.


용어와 수치 해설

용량 표기: 본 시험의 핵심 용량은 1 mg9 mg으로 제시됐다주 1회 투여. 감량 수치: 백분율(%)은 기준체중 대비 상대적 감소율, 킬로그램(kg)은 절대 감량치를 의미한다. 두 지표를 병기함으로써, 체중 규모가 다양한 환자군에서 효과를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시험군 특성: 이번 연구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제외하고, 비만 관련 동반질환이 있는 과체중 성인을 모집했다. 이는 대사 위험이 높은 환자군에서의 약물 효과를 평가하려는 목적과 부합한다.


전망

릴리의 임상 3상 돌입은 아밀린 기반 비만 치료제 경쟁 구도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질랜드 파마페트렐린타이드가 내년 상반기 데이터 공개를 앞둔 가운데, 제프리스는 해당 후보물질도 15%~20% 감량을 보일 잠재력이 있다고 진단했지만, 현재로서는 공개된 중간단계 데이터 부재로 직접 비교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향후 수년간 효능-내약성-순응도의 균형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며, 아밀린 축은 그 한 축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