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나폴리스에 본사를 둔 엘리 릴리(Eli Lilly)가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포르글리프론(orforglipron)이 72주 동안 12% 이상의 평균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내며 시장 진입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2025년 8월 7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회사가 발표한 최종 3상 임상시험 결과에서 일일 복용 최고용량(36㎎) 투여군 참여자들은 평균 체중 약 27파운드(12.2㎏)를 감량했다. 이는 동사 경구 제형이 주 1회 주사제인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와 비교해 동등하거나 다소 낮은 수치로 평가된다.
이번 결과는 월가 일부 애널리스트가 전망했던 15% 안팎의 감량 기대치에는 못 미쳤으나, 주사제가 아닌 알약 형태라는 편의성 측면에서 의료진의 기대를 충족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주사제들이 높은 기준을 세웠지만, 이번 연구는 경구 GLP-1 제제가 비만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 자이메 알만도즈 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비만·체중관리 프로그램 디렉터
임상 세부 결과와 의료진 반응
최고용량 투여군의 59.2%가 체중의 10% 이상, 39.3%가 15% 이상 감량했다. 알만도즈 박사는 “경구 제제에서 이 같은 고감량 달성률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비율은 10.3%로 위약군(2.6%)보다 높았다. 주요 이상반응은 오심(33.7%)·구토(24%)·설사(23.1%) 등 위장관 증상으로, 대부분 경증~중등도였으나 투여 지속성 측면에서는 개선 여지가 지적됐다. BMO 캐피털마켓의 에번 시거먼 애널리스트가 사전 전망한 ‘중단율 <10%’ 기대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 셈이다.
브리검앤우먼스병원 체중관리센터 공동디렉터 캐럴라인 아포비언 박사는 “위고비나 릴리 주사제 제프바운드(Zepbound)의 중단율(7% 이하)보다 높다”며 “흥분을 어느 정도는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플로리다대학 에이미 시어 교수는 “처방 결정에서 일부 부작용보다 경구 복용 편의성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GLP-1 작용기전과 경구 제형의 의의
GLP-1(Glucagon-Like Peptide-1)은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증폭시키는 장(腸) 호르몬이다. 기존 주사제는 대개 펩타이드 기반으로 체내 흡수가 어렵고 제조 공정·콜드체인 관리가 복잡하다. 반면 오포르글리프론은 비(非)펩타이드 소분자로 설계돼 체내 흡수가 용이하며, 식이 제한도 필요 없다. 이는 제조비용 절감 및 공급망 단순화로 이어져 환자와 보험사 모두에게 가격 인하 효과를 제공할 잠재력이 크다.
엘리 릴리 카디오메타볼릭 헬스 부문 사장 켄 커스터는 “현재 주사제 치료를 받는 전 세계 환자는 8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약 1억 7,000만 명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구 소분자 제제는 공급 병목을 해소할 핵심 해법”이라고 밝혔다.
시장 전망과 경쟁 구도
릴리는 2025년 말 규제당국에 허가 신청을 제출하고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한다. 업계는 경구 GLP-1 시장이 연 500억 달러, 전체 GLP-1 계열이 1,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보고 있다. 릴리는 노보 노디스크 외에도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로슈·구조 테라퓨틱스·바이킹 테라퓨틱스 등과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약 3년 앞선 개발 속도를 유지 중이다.
전문가들은 “편의성과 공정 단순성”이 초기 시장 확장에 결정적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 주사제 사용을 꺼리는 ‘니들 포비아’ 환자층, 주사 사용법 지도에 부담을 느끼는 1차 진료 의사에게 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보험 적용 확대, 가격 경쟁력 확보 여부 역시 시장 지배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전문적 해석 및 향후 과제
기자 해설 — 이번 결과는 효능·편의성·비용 세 축에서 릴리의 전략적 우위를 입증한다. 다만 10%가 넘는 중단율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 복약 순응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주사제 대비 다소 낮을 수 있는 감량 폭이 체중 감량을 최우선시하는 고위험군에게 어떻게 평가될지 관찰이 필요하다. 회사가 예고한 추가 3상 데이터(당뇨 동반 비만군 포함)와 장기 심혈관 결과가 긍정적으로 이어져야만, 경구 GLP-1 최초 허가라는 타이틀이 시장 성공으로 직결될 전망이다.
결국 헬스케어 투자자와 정책 결정자는 가격 책정·보험 급여·공급망 역량을 주시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약물이더라도, 재정적·물류적 장벽을 해결하지 못하면 대중적 확산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세부 결과는 9월 유럽 의학 학회에서 공개되며, 이어 동료 평가 저널에 게재될 예정이다. 후속 데이터가 긍정적으로 확인될 경우, 오포르글리프론은 차세대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주사제→알약’이라는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