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비만 치료제 가격 협상 주도권…트럼프와의 협상이 최대 변수

엘리 릴리(Eli Lilly)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도하며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으나, 투자자들의 시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고강도 약가 협상에 쏠려 있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두 제약사는 각각 릴리의 ‘제프바운드(Zepbound)’와 노보의 ‘오젬픽(Ozempic)·위고비(Wegovy)’를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고한 ‘월 150달러 이하’ 가격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수익 구조에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릴리는 탄탄한 임상 결과와 백악관 인맥, 그리고 직판(DTC) 채널 경쟁력을 앞세워 가격 인하 압박을 견딜 여력이 더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이사회 재편미국 법인 인력 보강 등 내부 불안이 지속돼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태다. BMO 캐피털의 에번 시거먼(Evan Seigerman) 애널리스트는 “노보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는 여전하며, 최근 조직 개편이 투자자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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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분기 실적 전망과 주가 흐름

시장조사업체 LSEG에 따르면 릴리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한 160억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5.69달러로 추정된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2025년 11월 5일 예정된 실적 발표에서 매출 774억 덴마크크로네(약 120억 9,000만 달러), 영업이익 284억 5,000만 크로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릴리 주가는 약 6.2% 상승한 반면, 노보 주가는 약 46% 하락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젬픽 가격을 월 150달러 이하로 낮추겠다”고 공언했으며, 미국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10월 초 “GLP-1 계열 약물의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벨뷰 에셋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폴 메이저(Paul Major)는 “다음 협상 당사자가 누구냐에 따라 노보의 주가가 결정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2. CVS 포뮬러리(보험 등재) 변경과 시장 점유율

노보는 미국 대형 약국 체인 CVS 헬스와의 계약으로 일부 보험 목록에 위고비를 우선 등재해 릴리의 제프바운드를 배제했으나, 시장조사업체 IQVIA의 처방 데이터는 제프바운드가 여전히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입 장벽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견조하다는 의미다.

제프바운드 임상 결과에서 72주(약 1년 4개월) 만에 체중 22% 이상 감소라는 기록을 세운 반면, 위고비68주에 15% 체중 감소를 보여 릴리 우위를 뒷받침했다. 이에 대해 도이치은행 바이오파마 담당 제임스 신(James Shin) 디렉터는 “임상 데이터가 탄탄한 릴리는 가격이 낮아져도 판매 확대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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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진 구조와 파이프라인의 차별화

릴리는 저가 제프바운드 바이알과 자가(自家) 부담 환자용 할인 프로그램을 선제 도입하는 동시에 생산 설비를 확충해 가격 압박에 대비해 왔다. LSEG 애널리스트들은 “릴리는 제조원가를 제외한 매출 비중이 높아 가격 인하 시에도 손익 방어력이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또한 릴리는 후기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이 다양해 비만 치료제 외에도 추가 성장 동력이 확보돼 있다. 반면 노보는 내부 구조조정 및 인력 충원으로 조직이 재편 중이어서 장기 성장 전략이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많다.

BMO 시거먼 애널리스트는 “위고비와 제프바운드로 인해 비만 치료제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졌으나, 궁극적으로는 실적이 시장 기대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이치은행의 신 디렉터도 “가격이 하락한 환경에서 누가 더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며, 현재로선 릴리가 우위”라고 덧붙였다.


4. 용어 설명: GLP-1과 포뮬러리

GLP-1(Glucagon-Like Peptide-1) 수용체 작용제는 혈당 조절과 식욕 억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주사제 형태의 당뇨·비만 치료제다. 인체 내 GLP-1 호르몬을 모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 배출을 지연시켜 체중 감소 효과를 낸다.

포뮬러리(Formulary)는 건강보험이나 약국 체인이 약제를 우선·배제하는 목록으로, 포함 여부가 판매량을 좌우한다. CVS가 제프바운드를 일부 포뮬러리에서 제외함으로써 환자 접근성이 낮아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5. 전문가 시각과 향후 관전 포인트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협상 결과가 GLP-1 계열 약물 전반의 가격 체계를 뒤흔들 결정적 변수” – 벨뷰 에셋매니지먼트 폴 메이저

제약 업계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과 정치권 압박을 감안할 때, 대규모 약가 인하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릴리와 노보의 ‘가격 방어 능력’과 ‘생산·유통 효율’이 장기 주가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투자 관점에서 릴리는 다양한 파이프라인, 생산 능력 확대, 직판 채널 강화 등으로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이 7,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반면 노보는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GLP-1 의약품 부문에 집중 투자하며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3분기 실적은 ‘서막’에 불과하며, 주가를 좌우할 승부처는 트럼프와의 약가 협상이다.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도 고품질 임상 데이터탄탄한 생산·유통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업계 의견이 모인다.

한편 환자·의료진은 가격 인하로 경제적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보험사·정책당국이 사용 제한·사전 승인 절차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어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긴장 상태다.

($1 = 6.4029 덴마크크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