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가 구상했던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 작업을 사실상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요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머스크가 막후에서 정치 활동 비중을 줄이고 기업 경영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5년 8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강력한 공화당 인사들과의 관계를 의식해 신당 추진이 자칫 표 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측근들에게 “이제는 회사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는 지난 7월 공화·민주 양당에 실망한 유권자를 대변하겠다며 ‘아메리카당’ 창당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실질적 준비 작업은 거의 진행되지 않은 채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그 사이 그는 2028년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JD 밴스(JD Vance) 부통령과의 교류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밴스와의 관계가 훼손되면 기업 활동 전반이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머스크의 셈법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밴스는 최근 “머스크가 다시 공화당 진영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올해 초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감정의 골은 ‘빅 뷰티풀 빌(Big Beautiful Bill)’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다. 머스크는 이 법안이 정부 효율성 부서(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재정 절감 목표를 훼손한다며 비판했다. 해당 법안은 7월 통과돼 전기차 메이커에 지급되던 탄소배출권(환경 크레딧) 제도를 폐지했으며, 이는 테슬라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를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맞서 스페이스X 등 머스크 계열사의 연방정부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국방부·항공우주국(NASA) 핵심 사업과 직결된 계약이 대부분이라 실제 철회는 어렵다는 검토 결과가 나왔다.
테슬라 주주들이 주목하는 ‘정치 리스크’
머스크가 정치 행보를 자제할 것이라는 소식은 테슬라 주주에게 안도감을 주고 있다. 올해 초 그가 ‘도지 코인(DOGE) 재단’ 의장직에서 물러났을 때도 주가는 반등한 바 있다. 이번 WSJ 보도 직후, 테슬라 주가는 장후 거래에서 한때 –1.5%까지 하락했으나 곧 –0.7%로 낙폭을 축소했다.
창당 계획이 처음 공개된 7월에는 ‘경영 집중력 저하’ 우려로 테슬라 주가가 요동쳤다. 테슬라는 현재 판매 부진과 자율주행·로보틱스 사업 성과 지연이라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머스크는 로보택시(robotax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다음 성장 축”이라고 강조해 왔지만, 시장의 평가는 신중하다.
그럼에도 테슬라 이사회는 최근 290억 달러(약 39조 원)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승인해 머스크의 장기 리더십에 힘을 실었다. 이 같은 ‘슈퍼패키지’는 성과 목표 달성 시 주식으로 지급되는 구조로,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 몰입을 유도하는 장치로 평가된다.
용어 돋보기
빅 뷰티풀 빌(Big Beautiful Bill)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한 대표 예산 법안으로, 명칭은 트럼프가 자주 쓰는 수사에서 따왔다. 내용은 전기차 업계에 돌아가던 환경 크레딧 예산을 삭감해 재정 절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로보택시(Robotaxi)는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으로 운행되는 택시를 뜻하며, 머스크가 ‘차세대 테슬라’의 먹거리로 지목한 분야다.
기자 해석 및 전망
머스크의 이번 결정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정치적 모험보다 기업 가치 보호를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테슬라의 거버넌스 리스크가 한층 완화될 수 있다. 둘째, 공화당 내 잠재적 대권 주자들과의 유대가 강화되면, 향후 우주·방위산업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서 스페이스X의 입지가 확보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머스크 특유의 ‘즉흥적 결정’이 재차 변수가 될 여지는 남아 있다. 테슬라 판매 부진과 자율주행 상용화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성과 제고를 위해 또 한 번 정치적 파급력이 큰 의사결정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