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실리콘밸리 공동]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설립한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가 2,000억 달러로 평가받으며 100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는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한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 단독 보도로 처음 알려졌으며, 업계 내에서는 사우디 아라비아 국부펀드(PIF)·카타르투자청(QIA)·중동계 대형 사모펀드 등이 참여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25년 9월 19일, CNBC 보도에 따르면, 이번 라운드는 기업가치 2,000억 달러(약 268조원)라는 ‘데카콘(Decacorn)’의 스무 배에 해당하는 높은 몸값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는 2023년 말 기업가치 20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받았던 경쟁사 OpenAI의 초기 외부 투자 라운드와 비교할 때 10배가 넘는 수치다.
※OpenAI는 2015년 설립 이후 2023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00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290억 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로이터(Reuters)는 CNBC 보도 직후 xAI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준비 중”이라는 형식적 답변 외에 구체적 언급은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런 침묵은 통상 비공개(소위 ‘스텔스’) 방식으로 진행되는 초대형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자주 관측되는 전형적 행보다.
금융 구조와 배경
글로벌 투자은행 Morgan Stanley는 6월 말 내부 보고서에서 xAI가 50억 달러 규모의 선순위 채권(부채) 발행과 5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지분 투자를 동시에 마쳤다고 분석했다.
이는 ‘클럽 딜(Club Deal)’로 불리는 복수 투자자 공동투자 형태로, 자산운용사·연기금·빅테크와 전략적 제휴를 동시에 꾀하는 방식이다. 특히 채권 조달분은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Data Center) 확충과 GPU·TPU 등 고성능 반도체 확보에 사용될 예정이라는 점이 투자설명서(테어시트) 상에서 강조됐다.
xAI의 전략적 포지셔닝
xAI는 2024년 11월 생성형 AI 서비스 ‘Grok’을 X(구 트위터) 플랫폼에 통합 공개하며 “개방형 생태계를 지향한다”고 선언했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Grok 2.0, 즉 멀티모달(문자·음성·영상 통합) 모델 상용화 로드맵에 직접적인 탄력을 줄 전망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xAI가 테슬라(Tesla)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스페이스X 위성망 ‘스타링크(Starlink)’, 그리고 소셜 플랫폼 X의 방대한 실사용 데이터를 통합해 “세계 최대 규모의 실시간 학습 파이프라인”을 가동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과제
뉴욕대(NYU) AI 연구소의 게리 마커스(Gary Marcus) 교수는
“2000억 달러 밸류에이션은 고위험·고보상 베팅”이라며 “데이터·전력·규제 리스크를 동시에 짊어지는 만큼, xAI가 단기간 내 매출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1기 당시 위워크(WeWork) 사례처럼 ‘가치 재조정’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고 진단했다.
반면 골드만삭스 AI 담당 이재훈 연구원은 “머스크가 보유한 다중 사업체 간 시너지는 일반적인 스타트업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네트워크 효과”라며, 향후 3년 내 xAI의 연간 매출이 200억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강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용어 해설
기업가치(Valuation)란 기업이 가진 현재·미래 수익 가치를 화폐 단위로 환산한 수치다. 통상 매출·순이익 뿐 아니라 지식재산(IP)·사용자 수·전략적 자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한다.
전략적 지분 투자(Strategic Equity Investment)는 단순 재무적 목표(Financial Return)가 아닌 기술·시장 진입, 공급망 확보 등 ‘전략적 목적’ 달성을 위해 집행되는 투자를 의미한다.
데이터센터는 대형 서버와 저장장치를 고밀도로 설치, 24시간 냉각·전력공급·보안 등 인프라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최근 여름철 전력난과 탄소배출 규제가 겹치며 친환경 전력원 확보가 핵심 경쟁요소로 부상했다.
국내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한국의 연기금·벤처캐피털(VC) 업계는 이미 생성형 AI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이번 xAI 사례는 “스타트업이라도 기술·데이터 자산이 확실하면 초고액 밸류에이션이 가능하다”는 벤처 시장 구조 변화를 재확인시켜 준다.
특히 KOSPI·KOSDAQ 상장사 가운데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전력 효율화 장비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에 대한 2차 파급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잇따르고 있다.
결론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머스크가 보유한 자본·데이터·제조 인프라까지 동원할 수 있는 xAI의 행보는 글로벌 AI 전쟁 판도를 좌우할 변수로 부상했다. 이번 100억 달러 조달은 단순한 자금 유치를 넘어, ‘AI 슈퍼컴퍼니’가 등장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추후 IPO(기업공개) 여부, 규제 환경 변화, 기술 혁신 속도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그 진정한 가치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