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 하락이 투자 수익률을 끌어올리자, 일본 투자자들은 7월 한 달 동안 해외 주식을 대거 팔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외국 채권을 대량 매입했다.
2025년 8월 8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이 이날 공개한 자본흐름 통계에서 일본 투자자들은 7월에만 5,364억 엔(약 36억4,000만 달러)어치의 해외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6월의 1조9,900억 엔 순매도에 이어 3개월 연속 매도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채권에 대해서는 3조6,300억 엔 규모의 순매수가 발생하며 역시 3개월 연속 ‘사자(買)’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장기물 채권 매입 규모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엔/달러 환율 변동과 고금리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엔화 약세가 수익률을 끌어올리다
7월 한 달 동안 엔/달러 환율은 약 4.5% 하락하며 2024년 12월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해외 자산에서 발생한 이자·배당을 엔화로 환산할 때 환차익이 추가로 붙으면서, 일본 투자자들에게 환헤지 비용을 감수하지 않은 채권 투자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 셈이다.
세부적으로는 신탁계정(연기금)이 1조5,200억 엔 상당의 해외 주식을 순매도하는 동시에 4,196억 엔어치의 장기채를 순매수했다. 자산운용사(투자신탁)는 4,455억 엔을, 보험사는 2,071억 엔을 각각 해외 주식에서 빼내는 데 그쳤지만, 대신 채권투자를 확대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나섰다.
기관별·만기별 매매 동향
장기채권 시장에는 총 3조8,200억 엔의 일본 자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어음시장에서 1,966억 엔의 순유출이 발생해, 일본 투자자들이 금리 스프레드가 더 큰 장기물로 무게추를 옮긴 것이 확인된다.
일본은행(BOJ)이 별도로 집계한 상반기(1~6월) 자료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미 국채를 5조7,300억 엔 순매수해 전년 동기(6조4,000억 엔) 대비 매수 규모가 소폭 줄었다. 같은 기간 유럽 채권에는 2조3,700억 엔이 유입됐으며, 이 가운데 프랑스 국채 7,020억 엔, 독일 국채 4,940억 엔 순매수가 두드러졌다.
용어와 배경 설명
• 신탁계정(Trust Accounts)* : 주로 국민연금, 후생연금 등 공적·사적 연기금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계정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와 장기적 자본보전을 목표로 한다.
• 장기채(Long-Term Bonds) : 만기가 통상 10년 이상인 채권으로, 단기채 대비 금리 변동에 민감하지만 쿠폰금리가 높아 금리차(스프레드) 수혜 폭이 크다.
현재 글로벌 채권시장은 미국·유럽의 긴축적 통화정책 장기화 전망 속에서 수익률 곡선이 고평준화를 보이고 있다. 일본 투자자 입장에서 엔화 약세까지 맞물리면, 달러·유로 표시 채권의 환산 수익률이 자국 내 채권을 크게 앞선다. 전문가들은 올해 남은 기간에도 해외 장기채권으로 자금 유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환율 향방이 관건
다만 엔화가 과도한 약세 구간에 진입할 경우, 일본 금융당국의 구두 개입이나 실질적 시장개입이 단행될 수 있다는 점은 변동성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자산 매수행렬이 이어질지 여부는 향후 엔/달러 흐름과 미국·유럽 국채금리 방향성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재무성은 “$1 = 147.38엔”의 환율을 기준으로 통계를 산출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