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약세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25년 8월 15일 현재 달러·엔 환율은 7월 초 이후 큰 폭의 변동 없이1달러당 145엔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같은 날 발표된 일본 2분기 국내총생산(GDP) 예비치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일본은행(BOJ)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됐지만, 외환시장은 아직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축소되면 해당 통화 가치가 오르기 마련이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하락한 반면,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로써 미·일 10년물 금리차가 좁혀졌는데, 이는 통상적으로 엔화 강세 요인이다. 그러나 달러·엔 환율은 이에 반응하지 않고 있어 전통적인 상관관계가 약화됐다는 점이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 기대와 달리 움직이는 외환시장
시장조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보고서에서 “올해 들어 엔화·수익률 차·주식시장 간 전통적 연계성이 뚜렷하게 훼손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보고서는 7월 이후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최근 경향을 가리켜 “해방일(Liberation Day) 이후 상관관계 약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이는 외환 헤지 전략 변화나 미국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 프리미엄이 요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 잔존하는 투자심리와 일본 자본 흐름
흥미롭게도 외국인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는 8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재무성(Ministry of Finance) 집계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은 7월까지 약 4개월 연속으로 순유입을 기록했다. 미국·일본 간 무역 협정 체결 이후 일본 증시는 글로벌 주요 증시 대비 양호한 성적을 내고 있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내부·외부 자금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일본 기관투자자 역시 해외 채권·주식 투자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자금 순유출입은 대체로 균형을 이뤄 엔화에 중립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매도세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달러 매수세만 줄어들어도 환율이 급격히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3. BOJ 정책 전환 가능성과 시장 반응
이번 분기 깜짝 성장률은 BOJ의 정책 기조를 재검토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행은 장기간 마이너스 금리와 수익률곡선관리(YCC) 정책을 고수해 왔으나, 물가 압력과 임금상승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만일 일본은행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매파적(more hawkish) 스탠스로 전환한다면, 엔화는 단기간에 상당 폭 반등할 잠재력이 있다.” — 캐피털 이코노믹스 보고서 중
일각에서는 2025년 12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이나 YCC 상단 재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하지만 미·일 금리차가 여전히 절대적 수준에서 큰 만큼, 정책 효과가 환율에 즉각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4. 용어·배경 설명
수익률 스프레드란 두 국가(또는 두 채권) 간 금리 차이를 뜻한다. 예컨대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0%, 일본 10년물이 0.6%라면 스프레드는 3.4%포인트다. 일반적으로 신규 자금은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통화로 이동하므로, 스프레드가 축소되면 저금리 통화(엔화)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YCC(수익률곡선관리)는 일본은행이 10년물 국채 금리를 목표 범위로 묶어 두어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다. 이 정책은 초저금리를 고착화해 엔화 약세를 유발하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5. 기자 시각: 향후 시나리오
현재 기술적 분석 상으로 달러·엔 환율은 140~150엔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미·일 실질금리차와 BOJ 정책 수정 가능성이 맞물릴 경우, 엔화가 130엔대 초중반까지 가파르게 되돌릴 여지가 존재한다. 다만 2024~2025년 사이 확보된 일본기업의 해외 수익(달러자산) 본국송환 시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경로 등도 변수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교역 긴장 완화와 정책 불확실성 해소가 시장 왜곡을 정상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기본 시나리오(base case)로 엔화가 점진적 회복 경로를 탈 것”이라고 봤지만, ■강력한 촉매■가 발동할 경우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투자자들은 BOJ의 정책 회의록, 미국 경제지표, 국제 무역협상 진전을 면밀히 주시하며 포지션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환헤지 전략을 재검토하는 국내 기관들도 같은 맥락에서 자산배분 비중을 수시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엔화가 달러에 대해 현 수준 이상 추가 약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미 국채 수익률이 다시 급등하거나 일본 내부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는 등 새로운 매도 요인이 필요하다. 반대로, 작은 정책 변화만으로도 최근 경직된 상관관계가 복원되면 환율은 빠르게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 결정에 앞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명확히 인지하고, 분산 투자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변동성이 큰 외환시장은 레버리지 활용 시 손실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