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급락에 일본의 환시개입 임박…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

엔화 약세가 완고하게 지속되면서 일본이 약 3년 사이 세 번째 외환시장 개입 직전까지 몰리고 있다. 그러나 다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개입이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며, 당국이 시장 심리를 자극해 되레 매도세를 부를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다.

2025년 11월 21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올해 반등 기대와 달리 엔화는 10개월래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집권당을 이끌게 된 사나에 다카이치(Sanae Takaichi) 이후 약 7주 동안 국채와 함께 동반 하락했고, 정부 지출 확대 구상이 더해지며 약세 압력이 심화됐다. 이달 들어서는 일본 증시도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내각은 금요일 21.3조 엔(약 1,35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승인했다. 동시에 가타야마 사츠키(Satsuki Katayama) 재무장관은 환시개입 경고 수위를 높이며, 움직임이 무질서하거나 과도할 경우 개입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다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구두 개입이 몇 차례 더 이어진 뒤, 달러/엔 158~162 구간에서 실제 엔 매수(달러 매도)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경계가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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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2024년 4~5월, 7월의 과거 개입은 바닥권에서 엔화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엔화 약세에 대한 대규모 투기적 순매도 포지션이 누적돼 있지 않고, 통화정책 변화 신호도 뚜렷하지 않아 과거와 같은 반등 재연이 어렵다는 진단이 많다다. 싱가포르의 루미스 세일즈(Loomis Sayles) 글로벌 매크로 전략가 보 주앙(Bo Zhuang)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개입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엔화 포지션이 과도하게 쌓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초기 개입은 오히려 숏 포지션(엔 매도) 추가 구축의 ‘엄호’를 제공해 더 많은 투자자가 엔화를 계속 팔도록 만들 수 있다… 몇 시간 후면 시장이 다시 약세 방향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핵심 분수령: 160엔

달러당 156.7엔 수준에서, 환율은 지난해 7월 약 400억 달러 규모의 개입을 촉발했던 38년래 최저 161.96엔에 근접해 있다. 심리적·기술적 저항선으로 160엔이 부각되며 ‘대시험대’로 떠올랐다다.

통상 사례에 비춰보면, 실제 엔 매수 개입에 앞서 당국은 “결정적 조치”를 언급하는 등 경고 톤을 한층 끌어올리고, 은행들을 상대로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실시할 수 있다. JP모건의 일본 환율 전략 총괄 다나세 준야(Junya Tanase)는 “개입에 정해진 마지노선은 없지만, 시장은 분명히 지난해 157~162엔 부근 개입 레벨을 기억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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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가 달러당 160엔에 접근하는데 개입이 없다면, 시장은 당국의 개입 의지가 약해졌다고 추정하며 공격적 엔 매도에 나설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의 전략가 야마다 슈스케(Shusuke Yamada)개입이 없을 경우 165엔까지의 추가 약세 경로가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다.


‘통화 내성’ 시험대: 채권과 외환의 동시 압박

투자자들은 취임 한 달 남짓인 다카이치가타야마의 정책 성향을 아직 파악 중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포트폴리오로 ‘투표’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장기물 일본국채(JGB)는 사상 최고 금리 기록을 경신하며 사상 최고 수준의 30년·40년물 수익률을 연일 새로 썼고, 엔화는 3개월 연속 월간 하락이 유력해졌다다.

미즈호의 금리·외환 데스크 수석 전략가 오모리 쇼키(Shoki Omori)는 “장기물 JGB 수익률의 급등은, 일본 당국이 엔 약세를 어디까지 용인할지를 가늠하려는 외환시장의 ‘시험’과 맞물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옵션 시장에서도 포지션이 가벼운 상태라는 신호가 확인된다. 내재변동성이 낮고, 엔 강세(엔 상승) 방어 옵션에 대한 수요도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다.

다만 금요일 채권시장은 일부 안정세를 찾았고, 다카이치는 “올해 회계연도 차입 규모는 작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엔화에 대한 하방 압력은 몇 년째 사라지지 않았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여전히 크고, 일본은행(BOJ)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다.


정책의 접점: BOJ의 인상 신호가 ‘결정적’

약한 엔화는 지난해 BOJ의 대응을 촉발한 핵심 요인이었다. 당시 중앙은행은 정부의 엔 매수 개입과 보조를 맞춰 7월 기준금리를 0.25%까지 인상했고, 1월에는 이를 0.5%로 추가 인상한 뒤 현재까지 동결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Kazuo Ueda) 총재는 올해 12월 또는 내년 1월추가 조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 왔다다.

싱가포르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츠(Eastspring Investments)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고 롱렌(Rong Ren Goh)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통화를 안정시키는 데 정말 도움이 될 조치는 BOJ가 마침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다. 빠르면 12월에도 가능하다.”

“솔직히, 이제는 행동할 때가 된 듯하다.”


배경·용어 풀이

환시개입: 정부·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서 직접 통화를 매매해 환율을 안정시키는 조치다. 일본의 경우 재무성이 실행 주체이며, BOJ가 집행 창구 역할을 맡는다다.

숏 포지션: 자산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포지션이다. 본 기사 맥락에서 ‘엔 숏’은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거래를 뜻한다다.

레이트 체크(rate check): 당국이 시중은행에 주요 환율 호가를 문의·확인하는 절차로, 개입 임박 신호로 시장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다.

내재변동성: 옵션 가격에 내포된 미래 변동성 기대치다. 낮은 내재변동성은 투자자들이 단기 급변 가능성을 크지 않게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다.

JGB(Japan Government Bond):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엔화표시 국채다. 30년·40년물 등 장기물 수익률 상승은 차입 비용 증가재정 우려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다.


해설·전망: 왜 이번 개입은 더 어려운가

첫째, 현재 시장에는 과거 2022년, 2024년과 달리 청산해야 할 대규모 투기적 숏 포지션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개입이 ‘숏 커버(되사기) 랠리’를 촉발해 급반등을 유도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 둘째, 정책 공조의 온도가 관건이다. 과거 성공적 개입 국면에는 정부의 매수개입과 BOJ의 금리·정책 조정이 동시에 제시되어 신뢰성 있는 정책 패키지로 인식됐다. 이번에도 BOJ의 추가 인상 신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입은 단기 변동성만 키우고 추세 반전은 어렵다는 회의가 커질 수 있다다.

셋째, 160엔은 상징성이 크지만 ‘선 긋기(line in the sand)’는 양날의 칼이다. 해당 구간에서 반복 개입에도 시장이 지속 돌파한다면, 정책 신뢰도 손상과 함께 추가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당국은 개입 타이밍과 강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다.

넷째, 옵션·파생시장의 포지션이 가벼운 상태는 단기 급반등의 ‘연료’가 부족함을 뜻한다. 내재변동성이 낮고 엔 강세 방어 수요가 제한적이면, 개입 직후의 상방 탄력은 과거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다.

정리하면, 단독 개입만으로는 엔 약세의 구조적 원인인 미·일 금리 격차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연말(12월) 혹은 연초(1월)로 거론되는 BOJ의 추가 인상 여부다. 정책금리 인상과 재정 메시지(차입 축소 신호)가 결합되면, 개입의 신뢰성과 지속성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금리 경로가 더딘 채 재정 확대 우려만 부각되면, 165엔 등 추가 약세 경로가 열릴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다.


참고 환율*: $1 = 156.70엔 (기사 말미 기준)

출처: 싱가포르/로이터, Gregor Stuart Hunter, Rae W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