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엔비디아(Nvidia)가 중국 시장용 최첨단 인공지능(AI) 칩 H20에 대한 생산 일시 중단을 대만 폭스콘(Foxconn)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은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관계자를 통해 확인됐다.
2025년 8월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H20 칩의 백엔드 프로세싱(back-end processing)을 담당하는 주요 협력사 폭스콘에 “작업을 당분간 보류(suspend)”해 달라고 요청했다. 백엔드 프로세싱은 반도체 웨이퍼가 완성된 이후 패키징·테스트·어셈블리 등을 수행해 최종 제품 형태로 만드는 공정을 뜻한다. 폭스콘의 법인명은 Hon Hai Precision Industry Co Ltd이며, 대만 증시(종목코드 2317)에 상장돼 있다.
이 H20 칩은 현재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 안에서 엔비디아가 중국에 판매할 수 있는 가장 고급 사양의 제품으로 평가된다. 엔비디아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추가적인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용어 및 배경 설명
• AI 칩은 인공지능 연산(머신러닝·딥러닝)을 위한 고성능 병렬 처리 능력을 갖춘 반도체를 말한다.
• 백엔드 프로세싱은 칩 설계·웨이퍼 가공 이후 이루어지는 패키징·테스트 단계로, 제품의 품질과 수율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이다.
• 폭스콘은 아이폰 조립사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서버·반도체 패키징 등 다양한 전자 제품의 제조·공급망을 담당한다.
업계 파장 및 시사점
이번 생산 보류 조치는 AI 칩 공급망의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여실히 보여 준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내 고성능 연산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H20 공급 지연이 현지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사업자의 설비 투자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엔비디아는 “공급망 관리 차원”이라는 짤막한 입장만을 내놓아, 언제 작업이 재개될지·물량이 조정될지 등 구체적 일정은 미정이다.
폭스콘 측은 해당 보도에 대해 공식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업계 관측통들은 엔비디아가 다른 파운드리·패키징 업체와도 물량 배분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보지만, 현재로서는 H20 칩 자체의 설계 변경이나 성능 조정 여부를 확인할 만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엔비디아는 나스닥 티커(NVDA)로, 2024 회계연도 이후 AI 서버용 GPU 판매 급증을 바탕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번 H20 생산 보류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 매출 비중이 일부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지역의 AI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어 전사(全社) 실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문가 관점
반도체 공급망 전문가는 “패키징 라인의 공정 중단은 완전한 생산 중단보다는 일정 조정 성격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엔비디아가 미국 규제 범위 내에서 칩 사양을 맞추는 과정에서 사소한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또 다른 분석가는 “AI 칩 시장의 핵심은 연산 효율과 에너지 소비인데, H20는 이전 세대 제품 대비 전력 대비 성능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중국 고객사들이 대체 물량을 찾기 어려워 단기 수요 공백이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엔비디아·폭스콘 간 협의 결과가 공개될 때까지 중국 내 AI 하드웨어 생태계가 변동성 높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 사안은 향후 미국·중국 간 기술·무역 정책이 하드웨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