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CEO 젠슨 황, 트럼프·시진핑 회동 앞두고 방한…삼성·SK 등과 AI 협력 논의

엔비디아(NVDA)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Jensen Huang)이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서울 회담 일정과 맞물려 있어, 비즈니스와 외교·지정학이 교차하는 복합 이벤트로 평가된다.

2025년 10월 2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황 CEO는 방한 기간 동안 삼성전자·SK그룹 최고경영진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별 면담도 예정돼 있다. 업계는 그가 차세대 인공지능(AI) 인프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중국 수출 규제 완화 등 굵직한 의제를 놓고 연쇄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황 CEO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컨퍼런스’ 직후 한국으로 향했다. 컨퍼런스 현장에서 그는 “삼성, 현대자동차와 AI 팩토리(AI Factory) 구축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 중”이라며 한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AI 팩토리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규모로 장착한 데이터센터를 일컫는 업계 신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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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BM 공급망 핵심: SK하이닉스·삼성

한국은 엔비디아의 ‘슈퍼 칩’을 뒷받침하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기지다. HBM은 여러 칩을 수직 적층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차세대 메모리로, AI 서버·슈퍼컴퓨터의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SK그룹 최태원 회장과의 면담에서 차세대 HBM 로드맵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국내 통신사 연합뉴스에 의해 전해졌다.

한편, 경쟁사 삼성전자 역시 HB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자사 제품이 아직 엔비디아 공식 인증을 받지 못했다. 업계는 황 CEO가 삼성 HBM 인증 프로세스 가속을 촉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 데이터센터·모빌리티·로보틱스 투자 청신호

황 CEO는 올해 중동, 유럽, 아시아를 도는 ‘월드 투어’ 중 방문국마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계약을 발표해 왔다. 이번 한국 일정에서도 GPU 공급·합작법인 설립 등 굵직한 딜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은 현재 수도권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으며, 블룸버그 통신은 “엔비디아가 SK그룹에 차세대 칩을 공급하기로 내부 협의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또한 자율주행차, 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는 한국 산업계의 주력 사업으로,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플랫폼 도입 논의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 트럼프·시진핑 변수와 중국 시장 재개

방한 기간 중 열리는 한·미·중 정상급 회동 역시 엔비디아에 기회이자 리스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연설에서 황 CEO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라 칭했고, 29일(현지시간) “수요일에 직접 만난다”고 언급했다. 업계는 트럼프가 블랙웰(Blackwell) AI 프로세서의 중국 수출 재개 문제를 시진핑 주석과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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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2023~2024년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AI 반도체 수출 제한으로 고전했으나, 2025년 초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규제를 해제하면서 ‘H20’라는 다운그레이드 모델을 중국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 국산 대체 칩 구매를 독려하며 엔비디아 압박을 지속하는 상황이다.

조지 천(George Chen) 아시아그룹 파트너는 CNBC 인터뷰에서 “양국 모두 칩에 위치 추적 기능이 삽입되는 문제를 경계하고 있으며, 엔비디아가 협상 카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블랙웰은 현재 엔비디아가 보유한 최고 사양 AI 칩으로, 연산 효율과 에너지 절감 측면에서 경쟁사가 따라가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약 한국에서 열리는 미·중 협상 테이블에서 블랙웰 중국 수출이 일부 허용될 경우, 엔비디아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매출 회복세를 맞게 된다. 반대로 진전이 없으면 중국 매출 손실이 장기화될 수 있다.


4. HBM·AI 팩토리 용어 해설

HBM(High-Bandwidth Memory)은 여러 층으로 쌓은 메모리 칩을 실리콘 관통 전극(TSV)으로 연결, 전송 폭을 대폭 늘린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다. 기존 GDDR 메모리 대비 전력 효율이 월등해 AI·고성능컴퓨팅(HPC)에서 필수적이다.

AI 팩토리는 한 개 혹은 다수의 데이터센터를 묶어 ‘초대규모 AI 모델 학습·추론 전용 공장’처럼 운영하는 개념이다. GPU·전력·냉각·소프트웨어 스택을 통합 최적화해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실제 제조 공장에 빗대어 불린다.


5. 전망과 시사점

이번 방문은 한국 메모리·인프라 업계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상징적 이벤트다. 한국 기업들은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으로 첨단 AI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려 하고, 엔비디아는 안정적인 HBM 공급선과 아시아 신시장 개척을 노린다. 동시에 미·중 갈등이라는 변수는 향후 수출 전략, 기술 표준, 데이터 보안 규제에 중대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 HBM 인증 여부, 블랙웰 중국 수출, AI 팩토리 투자 규모가 이번 주 핵심 체크포인트”라며, 방한 기간 내 발표되는 세 가지 결과가 엔비디아 주가 및 AI 관련 종목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