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미국 반도체 업계의 양대 거인인 엔비디아(Nvidia)와 인텔(Intel)이 초대형 지분 투자 및 공동 개발 협력을 공식화하며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특히 엔비디아가 인텔 주식을 50억 달러어치 매수하겠다고 밝히자, 2024년 7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인텔 주가가 25% 폭등하며 장중 31달러 선을 회복했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인텔 보통주 2억1450만 주(주당 23.28달러 기준)를 총 50억 달러 규모로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두 회사가 데이터센터·PC용 차세대 맞춤형 제품을 공동 설계·제조하기로 한 보다 광범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의 일환이다.
협력 골자와 기술적 의미
이번 협력의 핵심은 엔비디아의 AI·가속 컴퓨팅 기술과 인텔의 CPU 기술 및 x86 생태계를 NVLink 고속 인터커넥트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인텔은 엔비디아 전용 x86 CPU를 파운드리 공정으로 제조하고, 엔비디아는 이를 자사 AI 인프라 플랫폼에 통합한다. *NVLink: 엔비디아가 자체 개발한 고대역폭 칩 간 연결 기술
PC 분야에서도 두 회사의 협업이 진행된다. 인텔은 x86 시스템온칩(SoC)에 엔비디아 RTX GPU 칩릿을 탑재해 고성능 CPU·GPU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며, 이는 고사양 게임용 노트북·워크스테이션·AI PC 등 차세대 개인용 컴퓨팅 기기의 뼈대를 이룰 전망이다.
“이번 계약은 인텔 CEO 팻 겔싱어가 공언해온 ‘플래그십 고객 확보’ 전략의 결정판이며, 인텔 파운드리 매출 성장과 점유율 확대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 — 베어드(Baird) 애널리스트 보고서
베어드는 이어 “엔비디아에는 총주소시장(TAM) 확대, 램버스(Rambus)에는 x86 수요 회복 및 AI 아키텍처 내 콘텐츠 증가, 마이크론(Micron)에는 동행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CPU·GPU 양분 시장에서 AMD에는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덧붙였다. TAM: Total Addressable Market, 총주소시장
웰스파고·웨드부시(Wedbush) 역시 “이번 발표는 미국의 AI 패권 경쟁력 강화를 상징한다”면서 “인텔이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시장 촉매(Catalyst)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정책·산업적 배경
이번 발표는 인텔이 2025년 8월 트럼프 행정부와 체결했던 89억 달러 규모 정부 지원 협약 직후 나왔다. 해당 지원 패키지에는 미국 CHIPS 및 과학법에 따른 미지급 보조금 57억 달러와 Secure Enclave 프로그램 자금 32억 달러가 포함돼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대중(對中) 기술 격차 유지를 위해 거액을 투입하고 있다.
증시 반응과 여파
엔비디아 주가는 3% 이상 추가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 경신 흐름을 재개했고, 인텔 급등 효과는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산됐다. 반면 AMD는 3.6%, Arm은 5.5%, TSMC는 0.7% 하락했다. 상승 종목으로는 램리서치(+3.7%), KLA(+6.4%), 시놉시스(+8.3%) 등이 눈에 띄었다.
AI 인프라 경쟁과 미·중 기술 패권이 교차하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은 ‘엔비디아+인텔’ 동맹이 고성능 AI 서버용 통합 플랫폼을 조기에 내놓을 경우, 일부 애플리케이션에서 ASIC(주문형 반도체) 수요가 감소해 BOM(원가 구조)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 해설: 일반 투자자가 알아둘 핵심 용어
• x86: 인텔이 설계한 범용 CPU 아키텍처. PC·서버 시장의 사실상 표준으로, 윈도우·리눅스 등 운영체제를 폭넓게 지원한다.
• 칩릿(Chiplet): 여러 반도체 칩을 작게 분할한 뒤 2.5D/3D 패키징으로 결합해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방식. 공정 전환 부담을 낮추고 설계 유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 NVLink: GPU↔GPU·GPU↔CPU 간에 PCIe 대비 최대 12배 높은 대역폭을 제공하는 엔비디아 고속 연결 기술.
• BOM (Bill of Materials):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부품의 항목별 리스트 및 비용. AI 서버의 경우 CPU, GPU, HBM 메모리 등이 주요 비중을 차지한다.
기자 관전평
첫째, 엔비디아가 양산 파운드리 파트너를 인텔로 다변화함으로써 삼성전자·TSMC가 독점하던 고성능 반도체 위탁생산 지형에 균열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졌다. 둘째, 인텔은 ‘IDM 2.0’ 전략의 최대 난제였던 외부 대형 고객 확보에 성공함으로써 파운드리 턴어라운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셋째, 미국 정부 자금·민간 자본·기술 동맹이 결합된 이번 사례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공공·민간 합동 모델’의 대표적 성공 프로토타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실제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최소 12~18개월 이상의 검증·생태계 구축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기 실적보다는 로드맵 가시성과 생산 수율 모니터링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