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발 AI 투자 재원 이슈—소프트뱅크 그룹 주가가 수요일 장중 최대 10%까지 하락했다. 엔비디아 지분을 약 $58억(58억달러)에 매각한 사실이 공개되며, ChatGPT 개발사 오픈AI를 포함한 대형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 수요가 확대되고 있음을 부각했기 때문이다.
2025년 11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AI 중심의 ‘올인(all-in)’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금성 자산을 신속히 확보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유동성이 높은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이번 엔비디아 지분 처분은 그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대규모 자금 소요가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콘글로머릿은 $225억 규모의 오픈AI 후속 투자를 집행해야 하며, 반도체 기업 암페어(Ampere) 인수에 $65억, 스위스 ABB의 로보틱스 사업부 인수에 $54억이 각각 필요하다. 투자·M&A 라인업만 놓고 보더라도 단기간 내 수십억달러대의 현금 지출이 예정돼 있음을 시사한다.
크레딧사이츠의 애널리스트 메리 폴록은 메모에서 소프트뱅크가 최근 투자·인수에 최소 $410억을 약정했다고 추정했다. 9월 말 기준 현금 포지션은 4조2천억 엔(약 $278.6억)으로 집계됐다. 폴록은 “현 분기 내 현금 수요는 상당하다”고 평가하며, 10월에 하이브리드 증권을 발행했던 시점 대비 유동성은 개선됐지만 “최소 $410억의 투자 지출을 능동적으로 조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이브리드 증권 발행으로 유동성 완충 장치가 강화됐다고 보면서도, AI 투자 드라이브가 강한 만큼 자금 측면의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하이브리드 증권은 부채와 자본의 특성을 함께 가진 금융상품으로, 회계·신용평가상 부분 자본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아 레버리지 지표를 완화하는 데 쓰인다용어설명.
밸류에이션 과열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소프트뱅크는 AI 익스포저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급등한 기술주 가치가 과도하게 선반영됐다는 우려가 상존하지만, 소프트뱅크는 자산 재배치를 통해 핵심 AI 자산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소프트뱅크는 화요일, 엔비디아 지분 매각 사실과 함께 6~9월 사이 T-모바일 US 지분을 $92억에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수개월 동안 현금 유입을 극대화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리스크 허용도가 높고 공격적 투자 성향으로 알려진 손정의 회장 겸 CEO는 인공지능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해 확신을 나타내고 있다. 뉴 스트리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롤프 벌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해당 포지션은 크고 유동성이 충분해 현금화가 용이했으며, 소프트뱅크는 오픈AI로의 자본 재배치에서 더 큰 상승 여력을 본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6월에도 승자 독식 경향을 언급하며, 알파벳의 구글과 아마존 같은 기업들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일부 기업이 이익을 흡수하며 지배력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주가 흐름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4월부터 10월 사이 4배 이상 급등한 뒤 최근 급등분을 일부 반납했다. 수요일에는 장중 낙폭을 일부 만회해 종가 기준 3.46% 하락으로 마감했다. 한편, 전일 밤 사이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가 지배력을 가진 Arm의 주가도 각각 3% 하락했다.
자금 조달 현황과 레버리지 지표
소프트뱅크는 지분 매각 외에도 채권 발행과 대출 실행을 병행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오픈AI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85억 대출을 체결했고, 암페어 인수를 위해 $65억 브리지론을 마련했으나 아직 집행하지는 않았다. 브리지론은 인수 종결 전 단기 자금 공백을 메우는 임시성 대출을 의미한다용어설명.
또한 4월 이후 3개 통화로 채권을 발행했다. 발행 규모는 각각 엔화 6,200억 엔(약 $41.1억), 미화 $22억, 유로화 17억 유로(약 $19.8억)다. 통화 다변화는 투자자 저변 확대와 조달 비용 최적화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환변동 위험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레버리지 건전성을 가늠하는 론투밸류(LTV) 비율은 9월 말 16.5%로, 직전 분기의 17%에서 소폭 낮아졌다. 고토 요시미츠 소프트뱅크 CFO는 화요일 실적 브리핑에서 당시 수준이 “사실상 다소 너무 안전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LTV는 보유 자산 가치 대비 부채 비율을 뜻하며, 낮을수록 보수적 레버리지 운용을 의미한다용어설명.
밸류에이션 과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CFO 나브닛 고빌은 AI 서비스에 대한 증가하는 수요가 투자 논지를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닷컴 버블과 오늘을 가르는 차이는, AI 기업들이 이미 의미 있는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비투자(capex)에 대한 논의가 많지만, 실제로는 수요가 투자를 견인하고 있다.”
한편 보도에 제시된 환율은 $1=150.78엔이다. 이는 기사 내 달러·엔 표기를 상호 보완하는 참고 기준이다.
용어 풀이·맥락 정리
후속 투자(follow-on investment): 초기 투자 이후 동일 자산·기업에 추가로 집행하는 투자로, 지분율 유지·강화를 위한 참여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하이브리드 증권(hybrids): 부채와 자본 특성을 겸비한 증권(예: 영구채 등)으로, 일부는 신용평가에서 자본 항목으로 부분 인정돼 레버리지 지표를 개선하는 데 쓰인다.
브리지론(bridging loan): 인수 종결 등 특정 이벤트까지의 단기 유동성 공백을 메우는 임시 대출. 이후 장기 차입, 자본 조달, 또는 현금흐름으로 상환·대체된다.
론투밸류(LTV): 담보 또는 보유자산 가치 대비 차입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 비율이 낮을수록 변동성 충격에 대한 완충력이 크다.
밸류에이션 과열: 실적·현금흐름 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높게 형성된 상태에 대한 우려로, 조정 위험을 시사한다.
설비투자(capex): 생산능력 확충·유지 목적의 유형자산 투자. AI 시대에는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냉각 인프라 등이 핵심 영역이다.
해설: 소프트뱅크의 ‘현금화—재배치’ 전술과 리스크
엔비디아·T-모바일 US 등 유동성이 큰 자산을 현금화해 오픈AI·암페어·ABB 로보틱스로 자본을 재배치하는 소프트뱅크의 움직임은 전형적인 포트폴리오 재편에 가깝다. 장점은 실행 속도가 빠르고, 목표 섹터(생성형 AI·반도체·로보틱스) 노출을 단기간에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대규모 집행이 짧은 기간에 집중될 경우 시장 변동성, 딜 클로징 리스크, 조달비용 상승에 노출된다. 특히 금리 환경이 높게 고착될수록 채권·대출 기반 조달의 자본비용은 순이익과 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LTV가 낮아 ‘안전’하다는 점은 평시엔 긍정적이지만, 성장기에 과도히 보수적일 경우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CFO가 “조금 너무 안전하다”고 표현한 배경에는,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가 읽힌다. 반대로 시장 조정 시에는 자산가격 하락과 조달환경 경색이 맞물릴 수 있어, 유동성 버퍼의 질과 만기구조 관리가 핵심 변수다.
비전펀드 측의 “수요가 capex를 견인”한다는 시각은 현장 체감과 맞닿아 있다. 생성형 AI 모델 고도화, 데이터센터 확충, AI 반도체 수요 증가는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럼에도 밸류에이션이 이미 높게 형성된 종목에 대한 추가 익스포저 확대는 조정 위험을 내포한다. 결과적으로 소프트뱅크의 성과는 오픈AI 후속 투자의 상업화 속도, 암페어 인수의 시너지가 현실화되는지, 그리고 ABB 로보틱스 사업의 성장 궤적이 얼마나 빨리 나타나는지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요약하자면, 소프트뱅크는 현금화—재배치—차입·채권 병행이라는 다층적 조달 믹스로 AI 초격차 전략을 가속하고 있다. 이는 공격적이되 계산된 접근으로 볼 수 있으나, 단기 변동성 확대와 장기 자본효율 간의 미세한 균형이 관건이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조달 비용, 딜 클로징 진척, LTV와 유동성 버퍼의 변화, 그리고 AI 수요의 실체적 매출화 속도를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