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중국에 더 진보된 AI 칩 판매 위해 美 정부와 협의 중

엔비디아(Nvidia)가 중국 시장에 더 진보한 인공지능(AI)용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막바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5년 8월 2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황젠슨(젠슨) 황은 대만 방문 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B30A’로 알려진 차세대 칩의 중국 수출 가능성과 관련해 “결정권은 미국 정부에 있다”며 “현재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는 8월 19일자 기사에서 엔비디아가 중국 전용으로 개발 중인 B30A가 현행 수출 허가 품목인 H20보다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미국의 수출 규제 기준을 충족하도록 설계되고 있다고 전했다. B30A가 허가를 받게 되면, 작년부터 중국에 유일하게 판매가 허용된 H20의 뒤를 잇는 두 번째 중국 전용 모델이 된다.

Nvidia CEO Jensen Huang speaks

황 CEO는 대만에서 기자가 B30A를 거론하자 “데이터센터용 AI 칩, 즉 H20의 후속 제품을 중국에 공급하고 싶지만 이는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미 정부와 대화 중이며 결과를 말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도 “H20보다 더 고급형 칩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는 중국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성능을 낮춘 특화 모델 H20을 개발했지만, 올해 4월 미국 상무부가 이를 군사 전용 가능성을 이유로 다시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55억 달러 규모의 일회성 충당금을 계상해야 했다(CNBC, 4월 15일). 같은 해 7월, H20은 조건부로 재수출 허가를 받았고, 엔비디아는 중국향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로열티 형태로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수출 재개 소식이 채 잦아들기도 전에 중국 규제당국은 이달 들어 엔비디아 칩에 ‘킬 스위치(kill switch)·백도어(backdoor)’가 내장돼 있을 수 있다는 보안 우려를 제기했다. 엔비디아는 공식 성명을 통해 “어떠한 킬 스위치나 백도어도 제품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더해 다수의 현지 매체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게 엔비디아 및 AMD 칩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황 CEO는 “미국이 중국 시장에 참여하지 않으면 화웨이(Huawei)가 그 빈틈을 메울 것”이라며, ‘미국 기술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의 칩 판매는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펴 왔다.

실제 7월 H20 재허가 당시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에) 최상급도, 차상급도, 심지어 3번째로 좋은 것도 팔지 않는다”며 “중국이 받는 것은 4번째 수준의 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월 21일 기사에서 ‘루트닉 장관의 발언이 중국 관료들에게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이로 인해 현지 규제 당국이 H20 구매 자제를 독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8월 22일 IT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엔비디아가 일부 부품 공급사에 H20 관련 생산 중단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관련 소식이 전해진 8월 22일 오전 5시 53분(동부시간) 프리마켓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일 대비 1.34% 하락했다.


■ 용어 정리
GPU(Graphic Processing Unit)는 원래 그래픽 연산용으로 개발됐으나 병렬 연산 구조 덕분에 대규모 AI 학습에도 쓰인다. 킬 스위치란 하드웨어를 원격으로 비활성화하는 장치, 백도어는 외부인이 몰래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숨은 통로를 뜻한다. 규제 당국은 이런 기능이 군사·보안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 시각
지속되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엔비디아는 ‘성능·규제·시장’이라는 세 장벽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B30A가 승인을 받으면 회사는 중국 매출을 방어할 수 있지만, 미국 정부는 성능 수위를 면밀히 통제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승인이 지연되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토종 업체의 AI 칩 실전 배치 속도가 가속화될 수 있다. 결국 엔비디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이 앞으로 몇 개월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