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idia·NASDAQ: NVDA) 주가는 지난 수년간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하며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의 대표 수혜주로 자리 잡았다.
2025년 9월 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단순히 GPU(그래픽처리장치) 분야의 1위 기업 지분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투자자는 동시에 엔비디아가 보유한 다수의 AI 특화 상장·비상장 기업 지분까지 ‘묶음’으로 얻는다. 사실상 소형 인공지능 상장지수펀드(AI ETF)에 간접 투자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엔비디아는 최근 수년간 적극적인 지분 투자 전략을 구사하며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장했다. 2025년 회계연도 2분기(5월 — 7월)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상장 주식 가치는 43억 3,000만 달러(약 5조 7,0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회계상 당기순이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상장사 6곳에 대한 지분 현황
엔비디아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다음 6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 코어위브(CoreWeave·NASDAQ: CRWV) — GPU 기반 AI 클라우드 플랫폼 운영
• 암홀딩스(Arm Holdings·NASDAQ: ARM) — 중앙처리장치(CPU) 설계·라이선스 1위
• 어플라이드디지털(Applied Digital·NASDAQ: APLD) — AI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 네비우스그룹(Nebius Group·NASDAQ: NBIS) — 클라우드·로봇공학 복합 플랫폼
• 리커전파마(Recursion Pharmaceuticals·NASDAQ: RXRX) — AI 신약 개발 바이오텍
• 위라이드(WeRide·NASDAQ: WRD) — 중국 자율주행·로보택시 기업
이 가운데 코어위브는 2025년 3월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가 158% 급등해 엔비디아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가장 크다. 엔비디아는 2,428만 주(지분율 5%)를 보유하고 있으며, 평가 가치는 39억 6,000만 달러에 달한다.
반면 암홀딩스 지분은 1.1만 주(지분율 0.1%)에 불과하지만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 덕분에 포트폴리오 내 ‘유일한 흑자 기업’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암홀딩스는 최근 분기 및 직전 12개월 기준 모두 GAAP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 순이익이 플러스다.
나머지 4개 기업은 아직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이다. 특히 리커전파마와 위라이드는 올해 들어 주가가 각 –30.5%, –34% 하락했다. 이는 조기 성장 단계 기업들이 연구·개발(R&D)과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비상장 스타트업 27곳에 투자하는 NVentures
엔비디아는 2021년 사내 벤처캐피털 조직 NVentures를 설립해 초기 단계 AI 스타트업에도 공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현재 홈페이지에 공개된 투자처는 총 27곳으로, 이 중 13곳이 헬스케어 분야이며 그 가운데 9곳이 AI 기반 신약 발굴·개발 기업이다.
전 세계 제약 시장의 총주소가능시장(TAM)은 2024년 기준 약 1조 7,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신약 개발에는 평균 10년 이상, 수십억 달러가 소요되지만 AI는 후보물질 선별과 임상 설계 기간을 단축시켜 비용 절감 및 성공 확률 향상을 돕는다. 엔비디아가 의약·바이오 영역에 집중 투자하는 배경이다.
투자 이익이 분기 실적에 미친 영향
2025 회계연도 2분기(5월 — 7월) 동안 엔비디아는 보유 주식 평가차익으로 약 22억 달러를 순이익에 반영했다. 이는 분기 조정 순이익 258억 달러의 8.5%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이는 장부상 이익이므로 실제 현금 유입은 아니다. 주식을 매도해야만 실현손익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수치는 엔비디아의 투자 안목과 포트폴리오 규모가 이미 사업 본연의 실적에 견줄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시사한다. S&P 500 지수가 같은 기간 15.6% 상승하는 우호적 시장 분위기도 평가익 확대를 거들었다.
지분 투자의 전략적 의미
엔비디아가 스타트업 지분을 보유하면 단순 재무 투자 외에 전략적 이점도 얻는다. 회사는 NVentures 포트폴리오 기업의 기술·인력을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으며, 필요시 인수·합병(M&A)으로 연결해 AI 생태계 장악력을 확대할 수 있다.
이는 반도체 설계에서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플랫폼까지 이어지는 ‘엔드투엔드(end-to-end) 인공지능 인프라’ 비전을 공고히 한다. 예컨대 GPU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스타트업에 선제 투자해 장기적 고객 기반을 확보하는 전략이 대표적이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 13-F 보고서 — 미국 자산 1억 달러 이상 기관투자가가 분기마다 보유 상장 주식을 공개하는 의무 보고서.
• GAAP —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 원칙으로, 기업 실적 비교 시 기준점 역할을 한다.
• IPO — 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 비상장사가 처음으로 주식을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절차.
• TAM — Total Addressable Market, 제품·서비스가 이론적으로 점유할 수 있는 최대 시장 규모.
전문가 시각
국내 증시 투자자에게도 엔비디아는 이미 익숙한 종목이지만, 해당 기업의 ‘투자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엔비디아 주가가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승 동력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GPU 판매 실적뿐 아니라 이 같은 지분 투자 포트폴리오가 제공하는 숨은 가치가 자리한다.
특히 코어위브·네비우스 등 클라우드 스타트업은 GPU 수요 급증 시 실적이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엔비디아가 ‘칩·서버 → 클라우드 → 어플리케이션’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실질적 가격 결정력을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투자 관점에서, 엔비디아를 매수함으로써 투자자는 GPU 시장점유율 1위 기업과 함께 초기 단계 AI·바이오·자율주행 신흥 기업에 대한 지분을 자연스럽게 확보한다. 이는 개별 종목 분석·배분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성장 잠재력을 공유하는 패시브+액티브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스타트업 투자는 변동성이 크고, 회계상 평가차익은 언제든 손실로 반전될 수 있다.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는 현재 시점에서는 포트폴리오 분산과 투자 기간을 충분히 고려한 접근이 요구된다.
*13-F 보고서는 기관의 보유 주식 내역을 공개해 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일반 투자자도 SEC 전자공시시스템(EDGAR)에서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