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인도와 미국의 투자자들과 함께 인도 딥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India Deep Tech Alliance(인도 딥테크 얼라이언스)에 합류했다. 이 연합체는 $8억5천만달러 이상 규모의 자본 약정을 추가로 확보하며, 심각한 자금 공백 해소를 목표로 새로운 회원을 대거 영입했다고 밝혔다.
2025년 11월 5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신규 참여 투자자에는 퀄컴 벤처스(Qualcomm Ventures), 액티베이트 AI(Activate AI), 인포엣지 벤처스(InfoEdge Ventures), 치라테 벤처스(Chirate Ventures), 칼라리 캐피털(Kalaari Capital) 등이 포함됐다. 이번 합류로 얼라이언스의 투자 저변이 넓어졌으며, 인도 내 연구개발 중심의 스타트업을 겨냥한 민관·글로벌 파트너십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이 얼라이언스는 지난 9월 출범했으며, 우주,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핵심 기술 산업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10억달러 규모의 초기 약정을 발표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창립 회원이자 전략 고문으로서, 인도 딥테크 스타트업이 자사의 AI 및 컴퓨팅 도구를 채택·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 자문, 교육·훈련, 정책적 의견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창업자와 애널리스트들이 지적해 온, 연구기반 스타트업의 만성적 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최근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딥테크 기업은 개발 기간이 길고 수익화 경로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통상적인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같은 흐름은 인도 정부가 $120억달러 규모의 연구개발(R&D) 촉진 프로그램을 발표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나왔다. 인도는 서비스 산업의 강자로 꼽히지만, 제조업에서는 여전히 선진국 대비 격차를 보이고 있어, 이번 정책 및 민간 투자 확대가 산업 고도화의 촉매가 될지 주목된다.
업계 단체 나스콤(Nasscom)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딥테크 스타트업 자금 조달은 지난해 78% 급증해 $16억달러에 달했지만, 전체 조달액 $74억달러 중 약 5분의 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 규모와 비중 모두 더 확대될 여지가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앞서 올해 4월, 한 인도 장관이 스타트업들에게 식료품 배달 같은 일상형 서비스보다 중국을 본받아 고급 기술에 집중하라고 촉구한 발언이 논란을 낳았다. 다수의 창업자들은 정부가 혁신 지원에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반박하며, 정책·규제·인프라 뒷받침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칩(반도체)과 인공지능처럼 국가의 경제·전략적 자립을 좌우하는 코어 기술 구축을 위해 딥테크 투자가 결정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글로벌 반도체·AI 생태계의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의 참여는 인도 딥테크 생태계의 기술 역량 내재화와 인재 양성 측면에서 상징성이 크다.
셀레스타 캐피털(Celesta Capital)의 창립 매니징 파트너 스리람 비스와나단(Sriram Viswanathan)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지원 확대에 힘입어
“인도가 딥테크에 눈을 돌리기에 이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다”
고 말했다.
셀레스타 캐피털은 우주 기술 기업 아그니쿨 코스모스(Agnikul Cosmos)와 드론 제조사 아이디어포지(IdeaForge) 등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으며, 액셀이(Accel), 블룸 벤처스(Blume Ventures), 가자 캐피털(Gaja Capital), 프렘지 인베스트(Premji Invest) 등과 함께 이번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킨 투자사 중 하나다.
얼라이언스 참여사들은 향후 5~10년에 걸쳐 각 사의 자본을 인도 딥테크 스타트업에 직접 집행하는 한편, 멘토십과 네트워크 접근성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 재원 공급을 넘어, 시장·기술·정책 전반에 걸친 다층적 지원을 의미한다.
비스와나단은 또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실질적인 공동펀드 결성은 아니다. 자발적인 참여 구조다.”
그는 이러한 연합 모델이 업계 단체 나스콤의 협업 방식과 유사하다고 비유했다.
해설 | 딥테크와 ‘자본 약정’이 의미하는 것
딥테크(deep tech)는 과학·공학 기반의 근본 기술 혁신을 지칭하는 용어로, 소비자 앱이나 단기 트렌드형 서비스와 달리 장기간 연구개발과 대규모 초기투자가 필요한 분야를 포괄한다. 우주·반도체·AI·로보틱스 등이 대표적이며, 상용화까지의 기술 검증과 규제 적합성 확보 등의 관문이 많아 자본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민간 벤처캐피털의 위험선호와 펀드 만기 구조가 충돌하는 경우가 잦아, 만성적 자금 부족이 발생해 왔다.
이번에 언급된 자본 약정(capital commitment)은 즉시 집행되는 현금 유입과는 구분된다. 이는 투자자들이 일정 조건과 기간에 따라 자금을 투입할 의사와 능력을 공식화한 것으로,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가시성을 높이는 한편, 단계별 성과에 따라 탄력적으로 자금이 집행될 수 있는 구조다. 연합체가 “공동펀드가 아닌 자발적 협의체”임을 강조한 것도, 다수 투자자가 각자 책임으로 참여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멘토링·정책 제언·기술 이전 등 비재무적 지원을 병행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숫자 지표도 흐름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인도 딥테크 투자액이 78% 늘어 $16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전체의 약 20%에 해당하는 데 그쳤다는 나스콤의 데이터는, 성장 속도 대비 절대 규모의 제약을 시사한다. 엔비디아의 합류와 주요 VC의 확장은 기술 스택 표준화와 생태계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자금 외적인 레버리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동시에, 인도 정부의 $120억달러 R&D 이니셔티브와 이번 민간 연합의 궤적이 맞물리면, 서비스 대국인 인도가 지적되어온 제조·하드웨어 역량 부족 문제를 보완할 동력이 형성될 수 있다. 다만 딥테크의 본질적 속성상 장기 개발 주기와 불확실성은 상존해, 5~10년에 걸친 인내자본과 정책 일관성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인도 딥테크 얼라이언스의 자발적 네트워크형 투자는 민간 혁신 역량과 정책 지원의 교차점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를 모색하는 실험으로 읽힌다. 엔비디아의 기술 자문·교육·정책 입력 참여는 현지 스타트업이 AI 및 컴퓨팅 도구를 빠르게 내재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나스콤 등 업계 단체와의 거버넌스 연계는 표준·인재·시장 접근성의 동시 개선에 긍정적 파급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