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대규모 투자 계획, 영국 AI 생태계에 새 활력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영국의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웨이브(Wayve)의 차기 투자 라운드에 최대 5억 달러(약 6천7백억 원)를 투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당 소식은 웨이브가 19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것이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양사는 이미 투자의향서(LOI·Letter of Intent)를 체결해 실질적인 실사 및 세부 조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투자안이 최종 확정되면 엔비디아는 웨이브의 Series C가칭 라운드에 참여하는 주요 전략적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엔비디아는 같은 날 영국 인공지능 생태계 전반에 20억 파운드(미화 27억 달러) 규모의 장기 투자를 약속했으며, 웨이브 투자는 그 첫 단추에 해당한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웨이브는 현재 영국과 미국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시험 운행하고 있고, 독일 및 일본까지 시험·개발 지역을 확대 중이다.
용어 설명: 투자의향서(LOI)란?
투자의향서(LOI)는 정식 계약 체결에 앞서 거래 당사자 간 기본 합의 사항을 문서화한 비구속적 문서다. 투자 규모·지분율·실사 범위 같은 핵심 조건이 포함되며, 향후 법적 구속력이 있는 주식인수계약(SPA) 체결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한다.
웨이브의 사업 현황 및 기술력
웨이브는 딥러닝 기반 AI 드라이빙 모델을 개발해 왔다. 기존 라이다·레이더 기반 센서 퓨전 방식보다 카메라와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맞춰 비용 효율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웨이브 측은 “End-to-End 학습 모델로 억 단위 이상의 실제 주행 데이터를 학습해 도심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상황을 인지·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웨이브는 런던, 샌프란시스코 등 복잡한 도심 도로에서 시험 주행을 수행 중이다. 2024년 말에는 도이치반(DPV) 및 일본 주요 완성차 OEM과의 공동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이번 자금 유치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함께 차량 내 AI 반도체 연구에도 투입될 예정으로, 엔비디아의 DRIVE Orin·DRIVE Thor 플랫폼 활용 가능성이 크다.
영·미 기술 파트너십의 연장선
이번 투자 움직임은 최근 영국과 미국 정부가 체결한 ‘기술 파트너십 협정’의 후속 효과로 해석된다. 양국은 인공지능, 반도체, 양자 컴퓨팅 등을 핵심 전략 분야로 지정하고 연구·투자·인력 교류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엔비디아가 보유한 GPU(그래픽처리장치) 설계 기술은 대형 AI 모델 학습·추론의 필수 인프라이며, 웨이브가 개발하는 자율주행 AI 스택과의 시너지 효과가 주목된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하드웨어, 웨이브는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면서 ‘수직 통합형 자율주행 생태계’ 구축을 노린다”고 평가했다.
영국 AI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기술기업의 유치를 통해 R&D 허브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20억 파운드 규모의 엔비디아 투자 발표는 영국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 상향과 인재 유입 가속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국 내 AI 벤처캐피털인 드레이퍼 에스프리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영국 AI 투자액은 182억 달러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이번 엔비디아-웨이브 협력은 2025년 투자 지표를 한 단계 끌어올릴 촉매로 평가된다.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 경쟁 구도
한편 미국의 웨이모(Waymo)·크루즈(Cruise), 중국의 바이두 아폴로(Apollo) 등도 완전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웨이브는 ‘카메라 중심’ 접근법을 내세워 고가 센서 의존도를 낮추고 있으며, 이번 엔비디아 투자를 통해 대규모 데이터 학습 인프라를 획득한다.
웨이브 공동창업자 겸 CEO 알렉산더 케ンド릭은 “엔비디아의 지원으로 글로벌 다중도시 자율주행 상용화 일정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며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통합을 통해 비용 효율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투자 절차 및 향후 일정
투자의향서에 명시된 예비 일정에 따르면, 양사는 2026년 1분기까지 세부 실사를 완료하고, 같은 해 상반기 내 최종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한다. 투자금은 60%가 신규 연구개발, 25%가 글로벌 확장, 15%가 인프라 고도화에 배분될 계획이다.
이번 자금 조달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웨이브의 추정 기업가치는 3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Series B 라운드(2억 달러, 기업가치 10억 달러 대비 3배 성장이다.
엔비디아 측은 “웨이브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시대에 필수적인 AI 주행 모델 분야의 선두주자”라며 “장기 파트너십을 통해 각국 규제·안전 기준을 충족할 기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정책·기술 세 갈래 관전 포인트
첫째,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각국 규제 완화 속도가 투자 회수 시점을 결정할 변수다. 둘째, GPU 공급난이 완화될 경우 웨이브의 데이터 학습 속도가 가속될 수 있다. 셋째, 영국 정부가 AI 연구 인력 비자 쿼터를 늘릴 예정이어서 글로벌 인재 유입 효과도 주목된다.
자율주행 및 AI 업계를 주시하는 투자자라면 엔비디아-웨이브 협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본 건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잇는 전략적 투자 사례로, 향후 모빌리티 혁신의 현실화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