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 SK하이닉스가 2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하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강한 회복 신호를 보냈다.
2025년 7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이 로이터(Reuters) 기사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4∼6월 영업이익이 9조2,000억 원(미화 약 66억9,000만 달러)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5조5,000억 원 대비 약 69% 급증한 수치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성과는 초거대 언어 모델(Generative AI) 학습용으로 쓰이는 첨단 고대역폭 메모리(High-Bandwidth Memory, HBM)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증가한 데 힘입었다. 회사 측은 또한 “미국의 잠재적 추가 관세를 우려한 일부 고객사가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단기 수요가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시장 컨센서스를 집계하는 LSEG SmartEstimate는 이번 분기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을 9조 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실제 발표치는 이를 소폭 상회했으나, 통계적 오차 범위 내라 평가된다. LSEG SmartEstimate는 일관성 있게 정확성을 보여온 애널리스트 비중을 높여 산출하는 추정 모델이다.
엔비디아(Nvidia)의 대표적 HBM 공급사인 SK하이닉스는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가 추진 중인 AI 칩셋 수요 급증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 양산·검증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생산 효율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 “HBM 경쟁에서 다소 뒤처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번 실적 발표는 ‘5나노 공정’처럼 공정 미세화 경쟁이 아닌, 메모리 내 대역폭을 극대화해 AI 연산 효율을 끌어올리는 기술이 투자자 관심의 중심으로 떠올랐음을 방증한다. HBM은 기존 DDR 메모리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가 수 배 빠르며, 칩을 수직 적층해 면적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HBM은 AI 칩셋의 병목 현상을 해소해 모델 학습과 추론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열쇠”라며,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 본격적인 하이엔드 프리미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분기 SK하이닉스의 한·미 통화 기준 실적을 환율(1달러=1,374.58원)로 환산하면 약 66억9,000만 달러에 해당한다. 회사가 공개한 어닝 서프라이즈 수치는 없었지만,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면서도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투자자 심리 개선 신호가 확연하다는 분석이다.
➊ HBM이란?
HBM은 DRAM 칩을 3차원으로 적층해 데이터 전송 폭을 넓히는 차세대 메모리 규격이다. 고성능 GPU·AI 가속기 등에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칩 하나에 최대 12~24개의 DRAM 다이를 수직으로 적층해 이론 대역폭을 수 TB/s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➋ Generative AI(생성형 AI)의 메모리 수요
Chat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이 학습·추론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파라미터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메모리 용량·대역폭 제약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HBM 채택이 필수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메모리 업체 주가가 GPU 기업 못지않게 상승세를 타고 있다.
➌ 관세 리스크와 재고 비축
미국 정부가 중국산 IT 제품 및 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재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서구권 반도체 고객사들은 공급망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재고를 확보하는 ‘안전재고’ 전략을 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단기 수요 급증의 가장 큰 수혜사로 부상했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하반기에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진다면 SK하이닉스의 캐파(Capacity) 및 ASP(Average Selling Price) 상승 효과가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HBM 증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원가 증가와 경쟁사 견제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SK하이닉스 실적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갈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지속되는 한, 업체 간 차별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