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AMD, 중국 칩 매출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합의

엔비디아(Nvidia)와 AMD가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AIㆍ데이터센터용 특수 반도체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직접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내용은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과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것으로,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규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도입된 ‘매출 공유형(export-revenue-sharing) 라이선스’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5년 8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후속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중국 수출용 반도체에 대한 특별 허가(수출 라이선스)를 지난해 8월 초 재발급받았으며, 그 조건으로 ‘매출 15% 미국 정부 납부’가 포함됐다. 라이선스는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발행했으며, 납부 대상은 엔비디아의 H20, AMD의 MI308 판매로 발생하는 중국 내 총매출액(gross revenue)이다.

협상 배경에 대해 FT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의 전면적 수출 금지 대신 <부분 허용+수익 공유> 방식을 도입해 양측의 이해를 절충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와 AMD는 2024년 1분기부터 중국 판매가 전면 중단되면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잠재 매출이 묶여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이후 미·중 정상 간 ‘안정적 관계’ 강조가 이어지며 워싱턴은 규제 완화 카드를 검토했고, 그 결과가 ‘15% 납부’를 조건으로 한 라이선스 재발급이라는 설명이다.

주요 조항
① 납부 대상 기간: 라이선스 발급일(2024년 8월 5일)부터 3년간.
② 납부 방식: 분기별 실적 보고 후 30일 이내 BIS 전용 계좌로 송금.
③ 회계 기준: 미국 GAAP(일반회계원칙) 기준 총매출액의 15%(순이익 아님).
④ 대상 제품: 엔비디아 H20, AMD MI308. 차세대 모델이 후속으로 포함될 경우 서면 합의 필요.


칩 설명 및 중국 고객사

엔비디아 H20은 하이엔드 AI 트레이닝과 클라우드 서비스에 최적화된 ‘호퍼(Hopper)’ 아키텍처 기반 GPU다. FT는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 소셜미디어·게임업체 텐센트, 대형 언어모델 스타트업 딥식(DeepSeek) 등이 H20을 대량 주문했다고 전했다.

AMD MI308은 CDNA 아키텍처를 적용한 데이터센터용 가속기 칩으로, AI 추론과 HPC(고성능컴퓨팅)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의 국영 클라우드 기업과 바이오 의약 연구기관이 도입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5% 룰은 과거에 없던 방식이다. 정부와 기업이 ‘사실상의 로열티’를 공유하는 셈”이라고 한 미 행정부 고위 관료는 FT에 말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 변천

2018년 이후 미국은 ‘바이든 시대’에도 유지된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을 통해 ① 600 TFLOPS 이상 AI 연산 능력을 가진 GPU, ② 5nm 이하 공정의 첨단 로직 칩을 중국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왔다. H20과 MI308은 성능을 ‘규제 임계치’ 바로 아래로 조정해 라이선스 취득이 가능해진 상품이다.

한편 엔비디아의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는 작년 말 “수출 제한은 곧바로 미국 혁신 기업의 시장 상실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이번 합의는 자사 시장을 유지하면서도 미 정부의 안보 우려를 일정 부분 충족한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산업·시장 영향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내 AI 칩 시장 규모는 2024년 110억 달러에서 2026년 220억 달러로 두 배 성장할 전망이다. 수출 재개로 엔비디아와 AMD는 향후 3년간 최대 30억~35억 달러의 추가 매출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가운데 15%가 미국 국고로 귀속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와 기업 모두 ‘윈윈 구조’를 설계한 사례”라고 분석한다.

전문 용어 해설

수출 라이선스(export license)란 국가안보ㆍ대외정책 목적에 따라 특정 기업 및 제품의 해외 판매를 정부가 사전에 허가하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상무부 BIS가 심사·발급하며, 통상 1~2년 유효 기간을 부여한다.

H20·MI308은 표준 제품명일 뿐, 규제 준수를 위해 내부 클록, 메모리 대역폭, 연산 정밀도 등을 미세 조정한 ‘중국 전용 모델’이다. 같은 이름의 ‘글로벌 모델’과 비교해 소폭 사양이 낮을 수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

미 대선 후 정책 연속성: 차기 행정부가 해당 합의를 유지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중국의 자국산 GPU 개발 속도: 화웨이·Biren 등 토종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매출 공유’가 다른 국가에도 확산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