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빌 게이츠 등 대거 투자한 로봇 스타트업 ‘필드AI’, 기업가치 20억 달러 돌파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본사를 둔 로봇 스타트업 필드AI(FieldAI)가 최근 두 차례 투자 라운드를 통해 총 4억 500만 달러(약 5,490억 원)를 조달하며 기업가치 20억 달러(약 2조 7,200억 원)를 인정받았다. 이번 라운드에는 글로벌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선도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벤처캐피털 부문 엔벤처스(NVentures),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패밀리오피스 베이조스 익스페디션(Bezos Expeditions),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투자 펀드 게이츠 프런티어 등이 참여해 이목을 끌었다.

2025년 8월 20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가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아하 모멘트(aha moment)’ 속에서 이뤄졌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알리 아가(Ali Agha)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번 자금 유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 아가는 “노동력 부족과 안전·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도입을 서두르는 고객사가 급증하고 있다”며, 필드AI가 최근 몇 달 새 1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신설했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설립 2년 만에 20억 달러의 ‘유니콘’을 넘어선 ‘데카라콘’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단숨에 로봇·AI 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라운드 참여 투자자는 엔벤처스, 베이조스 익스페디션, Khosla Ventures, Temasek, Canaan Partners, 인텔 캐피털, 삼성벤처투자, 게이츠 프런티어 등으로 다양하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에 따르면 라운드는 ‘오버서브스크라이브(oversubscribed)’—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상태—로 마감됐다. 아가는 “대다수 투자자가 우리가 아닌, 우리가 투자받기 전에 먼저 접촉해 왔다”고 설명했다.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 이미지

로봇·AI 산업 투자 열기는 필드AI뿐 아니라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CNBC ‘디스럽터 50’에 두 차례 선정된 게코 로보틱스(Gecko Robotics)는 올해 6월 1억 2,500만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대형 기술기업들은 AI 역량 강화와 효율성 개선을 위해 로봇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필드AI의 핵심 경쟁력‘노코드(no-code) 운영 체계’로 불리는 자동화·제어 모델에 있다. 이는 건설, 에너지, 물류 등 다양한 산업 환경에서 별도 추가 개발이나 설정 변경 없이 로봇을 즉시 배치할 수 있게끔 돕는다. 아가는 이를 “노력 없는 전이성(effortless transferability)”으로 정의하며 “고객 측 작업을 최소화해 대규모 확산을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필드AI 팀은 구글 딥마인드, 스페이스X, 아마존, 테슬라 오토파일럿, NASA 등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들로 구성됐다. 특히 아가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10여 년간 근무하며 자율주행 로봇과 ‘물리적 AI(Physical AI)’ 분야를 연구한 전문가다. JPL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 탐사용 로봇을 개발·운용하는 핵심 연구소다.

“미래 산업 현장은 단순 반복 업무를 로봇이, 고부가가치 의사결정을 인간이 담당하는 휴먼-로봇 협업 체제로 재편될 것이다.” – 알리 아가, 필드AI CEO

용어 설명*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 초고액 자산가가 개인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투자 운용 조직을 뜻한다.
오버서브스크라이브(Oversubscribed): 투자 수요가 당초 모집 규모를 초과한 상태를 의미하며, 기업의 인기가 높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망과 시사점
전문가들은 제조·물류·건설업에서 로봇 자동화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실전 현장 데이터를 학습한 범용 지능형 로봇(General-purpose Robots)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지목한다. 필드AI처럼 ‘플랫폼형 로봇 SW’를 제공하는 기업은 하드웨어 제약을 넘어 빠르게 고객 기반을 확보할 전망이다. 다만, 자본 조달 경쟁 심화와 기술 표준 부재가 단기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시장 인텔리전스 기업 CB Insights는 “2025년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가 458억 달러에서 2030년 1,585억 달러로 세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필드AI의 대규모 투자 유치는 이러한 성장 곡선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