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슨모빌(Exxon Mobil)이 카리브해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대규모 심해 광구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발견할 경우 최대 217억 달러(약 29조 원)를 투자할 수 있다고 현지 정부가 밝혔다.
2025년 8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루달 무닐랄(Roodal Moonilal) 에너지부 장관은 수도 포트오브스페인(Port of Spain)에서 열린 계약 체결 행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무닐랄 장관은 이날 엑슨과 체결한 생산분배계약(Production Sharing Contract, PSC)에 대해 “엑슨이 탐사에 성공하면 총 투자 규모가 최대 217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관 발언 “이번 PSC는 엑슨모빌이 트리니다드·토바고로 복귀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성공적인 매장량이 확인될 경우 막대한 외자 유치와 기술 이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것”
심해 광구가 갖는 전략적 의미
트리니다드·토바고는 과거 중·소규모 해상 가스전 개발로 LNG(액화천연가스) 수출국 위상을 다져 왔다. 그러나 기존 가스전의 생산이 정점을 지나며 새 공급원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엑슨이 이번에 주목한 광구는 수심 2,000m 안팎의 심해 블록으로, 장비・인력・자본 투입 규모가 기존 얕은 해상 광구와 차원이 다르다.
PSC 방식은 국제 메이저 에너지 기업이 탐사·개발 비용을 부담하고, 상업적 생산이 개시될 경우 생산물의 일정 비율을 공유하는 구조다. 이는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기술력과 자본을 확보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위험이 크지만 성공 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엑슨모빌의 글로벌 포트폴리오와 연계
엑슨모빌은 가이아나 심해 스테브룩(Stabroek) 블록에서 대규모 유전을 잇달아 발견하며 생산량을 급격히 확대해 왔다. 가이아나와 지질학적으로 인접한 트리니다드·토바고 블록은 동일한 지층대를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전문가들은 “엑슨이 가이아나에서 축적한 시추 데이터와 기술 경험이 새로운 심해 탐사에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경제·산업적 파급효과
현지 경제학자들은 예상 투자액 217억 달러가 그대로 실현될 경우, 트리니다드·토바고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 부문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직접 고용·관련 서비스 산업·국가 세수 증가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다만 깊은 수심과 복잡한 지질 구조로 인해 탐사 실패 위험도 존재한다.
환경·규제 변수
국제사회가 탈(脫)탄소 전환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대형 석유·가스 프로젝트에는 점점 더 엄격한 환경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정부는 “LNG 인프라 확대와 병행해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엑슨모빌도 “저탄소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장 반응 및 전망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제 유가(WTI 기준)는 1% 미만의 변동폭을 보이며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나타냈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가이아나발 호재에 이어 또 다른 심해 유전 잠재력이 부각될 경우 엑슨 주가에 긍정적인 심리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평했다. 반대로 탐사 실패 시 투자 손실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계감도 함께 제기됐다.
엑슨모빌의 심해 탐사·생산 전략은 글로벌 에너지 수급 불안 속에서 여전히 유효한 성장 카드로 평가된다. 국제 에너지기구(IEA)는 “중장기적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탄소배출 절감 수단으로 일정 부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트리니다드·토바고 프로젝트가 상업화될 경우 지역 LNG 허브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트리니다드·토바고 정부는 이번 계약을 “에너지 부문 재도약의 전환점”으로 규정하고, 추가 블록 입찰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지속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심해 탐사가 커다란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술적·환경적 도전과제를 수반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측통들은 탐사 시추 결과가 빠르면 2~3년 내 도출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해저 지질 구조가 복잡한 만큼 시추 데이터 해석과 평가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
결론
엑슨모빌의 트리니다드·토바고 심해 광구 재진출은 미국 에너지 메이저의 공격적 탐사 전략과 카리브해 주변국의 자원 기반 경제 다각화가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투자액 217억 달러는 완전 상업화가 전제돼야 실현 가능한 수치이나, 잠재적 고용 창출과 수출 확대 효과는 지역 경제에 중대한 전환점을 제공할 전망이다. 탐사 성공 여부는 결국 지질 조건·기술 역량·환경 규제라는 복합 변수에 달려 있으며, 첫 탐사 시추 결과가 향후 수년간 역내 에너지 지형을 좌우할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