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Exxon Mobil) 주도 컨소시엄이 가이아나 스타브로크(Stabroek) 해상 블록에서 네 번째 부유식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인 ‘원 가이아나(One Guyana)’호를 본격 투입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로써 동 블록의 총 일일 생산능력은 90만 배럴을 돌파했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형 해상 유전 개발 사례로 꼽힌다. 특히 가이아나 정부는 이번 증설로 연간 석유 수출 수입이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이번 가동을 통해 2030년까지 하루 170만 배럴(boe) 생산이라는 장기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다가섰다. 스타브로크 블록은 2015년 발견 이후 11억 배럴을 웃도는 가채 매장량이 확인됐으며, 최근 10년 간 가장 규모가 큰 해양 석유 발견지로 평가된다.
“원 가이아나의 조기 가동은 글로벌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뿐 아니라 가이아나 지역경제에도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엑손모빌 가이아나 총괄 얼 플랭어(Earle Flangor) 발언
엑손모빌(지분 45%)에 이어 중국 CNOOC가 25%를, 셰브론(Chevron)이 헷스(Hess) 인수로 확보한 30%를 보유한다. 셰브론은 7월 헷스를 인수하면서 엑손모빌과의 지분 우선매수권 분쟁을 매듭지었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합류 첫 성과를 거뒀다.
‘원 가이아나’호는 옐로테일(Yellowtail)·레드테일(Redtail) 유전을 본격 개발한다. 이 선박에서 생산된 원유는 ‘골든 애로헤드(Golden Arrowhead) 원유’라는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계획 대비 4개월 앞당겨 가동을 개시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조기 완공에는 싱가포르 야드의 모듈 제작 최적화와 가이아나 현지 공급망 개선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FPSO란 무엇인가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는 원유·가스를 생산·저장·선적까지 한꺼번에 수행하는 선박 형태의 해양 설비다. 고정식 플랫폼과 달리 유전 위치 변경이 자유롭고 초기 투자비가 낮다. 이번 ‘원 가이아나’호는 30만 bpd급 처리 능력과 200만 배럴 저장 용량을 갖췄다.
경제·지정학적 파급효과
스타브로크 블록 개발은 남미 최빈국 중 하나였던 가이아나를 중남미 최고 성장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IMF는 2024~2025년 가이아나 GDP 성장률을 각각 34%, 26%로 전망한다. 원유 수익은 인프라·교육·보건에 재투자돼 ‘자원 저주’ 우려를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안팎을 유지할 경우, 가이아나는 연 200억 달러 이상의 직·간접 수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동시에 미국·중국 메이저가 동시 투자한 구조는 미중 전략경쟁 속 지정학적 균형추로 작용한다.
애널리스트 시각
골드만삭스는 이번 증설이 글로벌 초경질유(초경량 원유) 공급을 확대해, WTI·브렌트 스프레드 축소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환경단체는 메탄 배출 관리·연안 생태계 영향을 지적하며, ‘그린 텍소노미’ 편입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가이아나는 ‘2050 탄소중립’ 글로벌 추세 속에서도 신흥 산유국이 누릴 수 있는 마지막 호황을 경험할 것” — ING 경제연구소
용어 해설
배럴(bbl)은 원유 거래 단위로, 1배럴은 약 158.987리터다. FPSO는 해상 유전 개발에서 생산 초기 비용 회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핵심 설비로, 깊은 수심·폭풍 해역에서도 운영이 가능하다.
전문가 의견
필자는 초경질유인 ‘골든 애로헤드’가 북미 셰일원유와 함께 아시아 경질유 수요를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본다. 한편 2030년 170만 bpd 목표가 현실화되면, 가이아나는 OPEC 비회원국 중 1인당 생산량 1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생산증대 속도로 인한 가격 하방 압력과 환경·사회(ESG) 요소 관리가 중장기 성장의 변수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