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서·에이수스·하이센스, 노키아와의 동영상 스트리밍 특허 분쟁서 英 고등법원 ‘중간 라이선스’ 인정 판결 승소

대만의 에이서(Acer)·에이수스(Asus)와 중국의 하이센스(Hisense)가 노키아(Nokia)와의 글로벌 특허 분쟁에서 런던 고등법원으로부터 중간적(interim) 특허 라이선스(임시 라이선스)를 인정받았다는 판결을 2025년 12월 18일 발표했다.

2025년 12월 18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노키아가 보유한 동영상 코딩(video coding) 기술 관련 표준필수특허(Standard Essential Patents, SEP) 분쟁과 연결된 사안이다. 법원은 노키아의 위치에 있는 자발적 라이선서(willing licensor)가 FRAND(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 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의 특허 라이선스 조건이 법원에서 결정될 때까지 중간 라이선스에 동의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판결 요지에 따라 재판부는 에이서, 에이수스, 하이센스가 노키아에 기기당 $0.365를 지급하는 조건의 중간 라이선스를 인정했다. 이는 에이서와 에이수스가 제안한 기기당 $0.03보다 높은 금액이지만, 노키아가 요구한 $0.69보다 낮은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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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발언 제임스 멜러(Judge James Mellor)는 판결문에서 노키아가 해당 판결에 대해 “상고하겠다는 강한 결심(a firm resolve to appeal)”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멜러 판사는 노키아가 이 판결에 불복하여 영국 대법원(Supreme Court)까지 상고할 가능성을 명확히 했다고 전했다.

영국 법원은 2020년 영국 대법원(Supreme Court)의 판결 이후 글로벌 FRAND 조건을 설정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인정되며, 중국 법원 또한 유사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아마존(Amazon)과 노키아 간 분쟁, 레노버(Lenovo)와 에릭슨(Ericsson) 간 분쟁에서도 재판 진행 중 단기간의 특허 라이선스 허용 결정이 내려진 사례가 있으며, 삼성(Samsung)도 ZTE와의 소송에서 올해 6월 중간 라이선스를 인정받은 바 있다(단, 해당 결정은 항소에서 뒤집히기도 했다).

노키아와 에이서·에이수스·하이센스 간의 분쟁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쟁점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도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노키아는 2025년 내에 미국에서 관련 소송을 제기해 에이서와 에이수스의 컴퓨터, 하이센스의 텔레비전이 스트리밍 비디오의 효율과 품질을 개선하는 표준과 관련된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노키아는 유럽에서도 동일한 회사들을 상대로 관련 불만을 제기했으며, 별도로 아마존과의 스트리밍 비디오 특허 분쟁은 합의로 종결된 사례가 있다.


용어 설명 — FRAND와 중간 라이선스

이번 판결의 핵심인 FRAND는 표준필수특허를 보유한 권리자가 특허를 사용하려는 사업자에게 제시해야 하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을 말한다. FRAND는 라이선스 비용, 지불 방식, 적용 범위 등 여러 요소를 포함하며, 당사자 간 합의가 어려운 경우 법원이 조건을 정하게 된다. 중간 라이선스(interim licence)는 FRAND 조건의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당사자간 분쟁으로 인해 사업 활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잠정적으로 설정되는 라이선스다. 중간 라이선스는 보전적·임시적 성격을 가지며 최종 판결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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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배경으로는 영국에서의 선례가 중요하다. 2020년 영국 대법원 판결은 영국 법원이 FRAND 조건을 전 세계적으로 설정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 간 표준특허 분쟁에서 영국 법원이 사실상 ‘세계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이러한 판결의 영향력은 국제적 분쟁 해결 방식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시장영향 및 업계 관측

전문가와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번 중간 라이선스 인정은 단기적으로는 에이서·에이수스·하이센스의 제품별 비용 구조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기기당 $0.365라는 금액은 대형 제조사들에게는 단위당 수십 센트 수준의 비용 변화로, 제품 가격에는 즉각적·명시적으로 반영되기보다는 제조사들이 수익성, 마진 관리, 공급망 조정 등을 통해 흡수하거나 일부 모델에 한해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판결의 확정 여부와 상고 결과에 따라 라이선스 비용의 표준화 가능성이 있다. 만약 상고가 기각되어 해당 금액이나 유사한 수준의 FRAND가 확정되면, 동영상 코딩 관련 표준특허를 보유한 권리자들이 요구하는 로열티 수준이 국제적으로 평균화될 우려가 있으며, 이는 소비자용 전자기기(특히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스마트TV)의 제조원가와 최종가격을 상향 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노키아의 상고가 인용되어 노키아 측 주장에 더 유리한 금액이 확정되면, 기기당 로열티 상승 압력이 커져 제조사의 비용 부담이 증대될 수 있다. 이러한 변동성은 반도체·디스플레이·네트워크 장비 공급망 전반에도 파급될 수 있으며, 투자자 관점에서는 관련 제조사들의 영업이익률과 주가 변동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법적·전략적 고려 사항

이번 사건은 다국적 기업이 표준특허를 둘러싸고 동시에 여러 관할권에서 소송을 제기하거나 방어 전략을 병행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법원이 단기적 해법으로 중간 라이선스를 허용하는 것은 제품 시장의 급작스러운 정지나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실무적 선택이다. 그러나 중간 라이선스는 최종 판결 이전의 잠정적 조치이므로, 각 당사자는 비용·평판·시장 점유율을 고려해 합의에 이를지, 상고를 통해 판결 자체를 뒤집을지 전략적 판단을 내리게 된다.

특히 이번 판결은 영국 법원의 결정이 글로벌 FRAND 기준에 미치는 영향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권리자 입장에서는 영국 법원을 통한 강력한 판결 확보가 국제적 협상력을 높여줄 수 있으며, 구현기업(implementer) 입장에서는 영국 판결이 다른 관할권의 판결과 충돌할 경우 복수 관할의 법적 불확실성을 관리해야 한다.


결론 및 전망

런던 고등법원이 에이서·에이수스·하이센스에게 중간 라이선스를 인정한 이번 판결은 표준특허 분쟁에서 법원이 임시적 상호작용을 통해 시장 혼란을 줄이는 방식의 실무를 재확인한 사례다. 노키아의 상고 의사 표명으로 최종 결과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당사자들이 법적·경제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조정과 합의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와 투자자들은 향후 영국 대법원으로의 상고 여부와 다른 관할권에서의 병행 소송 결과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