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노동] 캐나다 국적기 에어캐나다의 객실승무원들이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이어온 파업을 4일째 지속하고 있다. 여름 성수기 항공 수요가 정점을 찍는 시기에 수십만 명의 승객이 항공편 취소로 영향을 받으면서, 노동계와 정치권, 업계 전반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5년 8월 1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승무원 노조인 캐나다공공노동조합(CUPE)은 사측과의 교섭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다만 노조는 “파업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린 연방 노동위원회(CIRB)·회사·노조 간 ‘삼자 대치’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상 근무 무급 문제”와 “임금 인상 폭”에 대한 견해차다. 승무원들은 탑승객 boarding, 비상 장비 점검 등 이륙 전 지상 업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 측은 “신규 계약서에 지상 근무 수당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면서, 사측이 제시한 총보상 38% 인상안이 실제 임금 기준으로는 17.2% 증가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마이클 루소(Michael Rousseau) CEO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38% 총보상 인상은 항공업계에서도 파격적인 제안”이라고 반론을 제기했으나, 노조와의 간극을 인정하며 “교착 상태를 해소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한편, 패티 하지두(Patty Hajdu) 캐나다 고용·노동장관은 노사 양측에 정부 조정 절차를 수용할 것을 권고하고, 항공업계 무급 노동 실태 조사 착수를 약속했다. 이는 승무원들이 제기한 ‘지상 근무 무급’ 문제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기 위한 조치다.
☞ ‘Star Alliance’란?
스타얼라이언스는 루프트한자·싱가포르항공·유나이티드항공 등 전 세계 26개 항공사가 참여하는 글로벌 항공동맹이다. 공동 마일리지 적립·사용, 환승 편의 개선 등을 제공해 항공사 간 시너지를 창출한다. 에어캐나다는 이 동맹의 핵심 회원사로, 평시 하루 평균 130,000명의 승객을 운송한다.
“우리는 임금 없이 살아남을 수 없다…형벌을 각오하고서라도 부당한 복귀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 — 마크 행콕(Mark Hancock), CUPE 대표
CUPE는 CIRB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음에도 “노사가 임금·무급 작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때까지 파업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행콕 대표는 “필요하다면 구금도 감수하겠다”는 강경 발언으로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승객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캘거리에서 토론토를 거쳐 독일로 향해야 하는 클라우스 히크만(76)은 항공편이 취소돼 다른 항공사로 부득이하게 갈아타야 했다. 히크만은 “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점은 이해하지만, 건강 문제와 환승 일정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레지나(사스캐처원주) 거주 제임스 넘포(38)는 카메룬 장례식 참석 후 귀국길에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이틀째 발이 묶였다. 그는 “에어캐나다가 첫날 호텔 숙박만 제공하고 이후엔 아무 지원도 하지 않았다”면서 “아이들과 함께 공항 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선택지는?
소수여당인 연방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카드는 ①법원에 업무복귀 명령 집행을 요청, ②노동위원회 신속 심리, ③대체입법(back-to-work legislation) 추진 등이 있다. 그러나 9월 15일까지 회기가 중단된 의회 일정을 감안하면 즉각적인 입법은 현실성이 낮다.
노동계 연대도 거세다. 캐나다 최대 노동단체 캐나다노동총연맹(CLC)의 베아 브루스크(Bea Bruske) 의장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에어캐나다 파업 대열에 합류할 준비가 돼 있다”며, 3백만 조합원을 대표해 재정·법률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종사 노조 에어라인파일럿협회(ALPA) 역시 “비번 중인 조종사들이 피켓라인에 동참하라”고 독려하며, “이번 사태는 캐나다 노동운동의 중대 분수령”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시각*
항공·관광 산업 전문가는 “팬데믹 기간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했던 항공사들이 수요 회복기에도 인력·임금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면서, “이번 파업이 북미 항공업계 전반의 인건비 구조 재편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미국 주요 항공사 승무원 단체협약 협상에서도 ‘지상 근무 유급화’가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해당 의견은 전문가 일반론으로, 기사 내용과 별도 분석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