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DELHI(뉴델리)—지난달 발생한 에어인디아(Air India) 보잉 787 여객기 추락사고와 관련해, 조종실 녹음자료(CVR)가 “기장이 이륙 직후 엔진으로 가는 연료를 차단했다”는 정황을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2025년 7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이 로이터통신 기사를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조종실 대화 기록에는 두 조종사 간 다음과 같은 대화가 남아 있다. 먼저 한 조종사가 “왜 연료를 끊었느냐”고 묻자, 다른 조종사는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 연료 스위치(Fuel Control Switch)란 무엇인가?
연료 스위치는 항공기 엔진에 연료를 공급(RUN)하거나 차단(CUTOFF)하는 역할을 한다. 지상에서 엔진 시동 및 정지, 또는 비행 중 엔진 고장 시 수동으로 재점화·정지를 할 때 사용된다. 보잉 787에는 엔진 수에 맞춰 두 개의 스위치가 있으며, 해당 사고기는 GE 엔진 2기를 장착한 기종이다.
이 스위치는 스프링 장치가 내장돼 있어 조종사가 위로 당긴 뒤 앞·뒤로 밀어야 위치가 바뀐다. 전문가들은 “무심코 스위치를 건드려 오작동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스위치가 한번 이동하면 즉각적으로 연료 공급이 차단돼 추력 손실이 발생한다.
“정상적인 정신 상태의 조종사라면 상승 직후 연료 스위치를 끄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 미국 항공안전 전문가 존 낸스(John Nance)
▶ 사고 당시 스위치 이동 경로
비행기록장치(FDR) 분석 결과, 활주로를 이륙한 지 수 초 만에 두 엔진의 연료 스위치가 RUN → CUTOFF 순서로 1초 간격을 두고 전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엔진 추력은 급격히 감소했으며, 비행기는 고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추락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예비 조사보고서에 “스위치가 다시 CUTOFF → RUN으로 복귀했다”는 내용도 언급돼 있다는 점이다. 현장 수거된 파편에서도 두 스위치 모두 RUN 위치로 확인됐다. 이는 일부 전문가들로 하여금 “기장이 순간적으로 스위치를 잘못 조작한 뒤 바로 복귀시켰지만, 이미 추력이 급감해 회복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게 했다.
▶ 연료 스위치와 엔진 재점화 절차
보잉 787 매뉴얼에 따르면, 비행 중 스위치가 CUTOFF에서 RUN으로 이동하면, 엔진 제어장치가 자동으로 재점화(재라이트) 시퀀스를 실행한다. 점화·연료 주입·추력 회복을 순차적으로 수행하는데, 통상 수 초에서 수십 초가 소요된다. 이륙 초기 단계처럼 추력이 필수적인 상황에서는, 그 수 초조차도 치명적인 고도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항공안전 전문가 존 콕스(John Cox)는 “연료 차단 스위치와 연료 밸브는 독립 회로로 설계돼 있어, 한쪽 고장이 다른 회로를 따라 연쇄적으로 발생할 확률은 낮다”고 설명했다.
▶ 조종실 대화 재구성
WSJ 보도에 따르면, 이륙 직후 부조종사가 기장에게 “왜 스위치를 CUTOFF로 옮겼느냐”고 질문했다. 이 대목은 “기장이 실수로 스위치를 조작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다만 녹음에서는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명확히 특정되지 않았다.
항공심리 전문가는 “이륙 직후는 조종사 업무량(Workload)이 최고조에 달한다”며, “실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기장 출신 베테랑 조종사는 “스위치 조작은 의식적 행동이 요구되므로 단순 실수라는 설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한다.
▶ 용어 해설: CUTOFF · RUN
1 CUTOFF는 엔진으로 가는 연료를 완전히 차단해 엔진이 꺼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2 RUN은 정상적으로 연료가 공급돼 엔진이 작동하는 상태를 뜻한다.
두 상태는 스위치를 통해 명확히 구분되며, 중간 단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 향후 쟁점 및 관전 포인트
현재 인도 민간항공국(DCGA)과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공조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핵심은 다음 두 가지다.
① 기계적 결함 vs 인적 요인
스위치가 물리적으로 고장 났는지, 혹은 조종사가 실수 또는 다른 이유로 조작했는지가 1차 쟁점이다.
② 절차·교육 개선 필요성
사고 원인에 따라 보잉 787 계열 전체에 대해 운항 매뉴얼 개정이나 조종사 훈련 강화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 기자의 시각
정황상 인적 요인이 지목되지만, 항공 재난 조사에서는 다각도의 교차검증이 필수다. 특히 보잉 787은 첨단 전자제어(FADEC) 시스템이 도입돼 있어, 전기적·소프트웨어적 결함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수 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그사이 항공업계는 동일 기종 운항 절차를 재점검하며,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한 리스크 분석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