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Airbus)가 올해 연간 항공기 인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록적인 속도로 항공기를 출고해야 한다고 업계 소식통과 애널리스트들이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2025년 9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8월 한 달 동안 약 60대의 항공기를 고객사에 인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는 올해 전년 대비 7% 증가한 820대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엔진 및 객실 내장재 공급 차질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인도 실적은 단기 실적·현금 창출뿐 아니라 항공사들의 성장 계획에도 직결되는 핵심 지표다.
만약 60대라는 집계가 확정될 경우, 이는 2024년 8월 대비 큰 폭의 증가이지만 2025년 누적 인도 대수는 약 433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 뒤처진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했다.
에어버스는 월간 실적이 공식 발표되는 금요일(현지시간)까지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앞서 7월, 에어버스는 “연간 약 820대”라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이는 2024년 실제 인도량 766대에서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회사는 엔진 제조사 CFM International과 프랫앤드휘트니(Pratt & Whitney)의 공급 지연으로 일정을 재조정해야 했다. 항공사들이 예비 엔진 확보에 나서면서 완성기 조립 라인과의 ‘줄다리기’가 심화됐다는 설명이다.
에어버스는 하반기 엔진 입고가 몰릴 것으로 보고 엔진 없이 동체만 완성해 두는 이른바 “글라이더(glider)” 방식으로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6월 말 기준 이런 반(半)완성기는 60대가량 적체돼 있었다.
회사에 따르면 엔진이 도착하면 1~2개월 내에 동체·날개·항전 시스템 통합을 완료해 고객 인도가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3분기에 상당수 적체를 해소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Jefferies의 애널리스트 클로에 르메리(Chloe Lemarie)는 “목표 달성은 아직 가능하다고 보지만, 9월이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기 시황 분석으로 유명한 롭 모리스(Rob Morris) 전 Cirium Ascend 책임자는 “8월 58대라는 당사의 추정치를 기준으로 할 때, 에어버스는 9~12월 평균 97대를 출고해야 연말 목표선에 도달한다”면서 “이는 2018년 최고 평균치(92대)보다 5% 이상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모리스는 과거 실적 통계 모델을 근거로 에어버스가 올 연말 810대 인도에 도달할 확률을 5%로 제시하고 “개인적으론 790~800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올해 초 한때 보잉(Boeing)이 월별 인도량에서 에어버스를 앞지르기도 했으나, 내·외부 위기를 수습 중인 보잉의 회복 속도를 감안하면 에어버스가 올해도 세계 최대 민간 항공기 제조사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용어 설명
글라이더(glider): 엔진이 장착되지 않은 상태로 완조립한 항공기를 가리키는 업계 은어다. 동체·날개·객실 내장 공정을 미리 끝내 엔진만 끼우면 곧바로 시험비행과 인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CFM International: 미국 GE 에어로스페이스와 프랑스 사프란 에어로엔진즈가 50대 50으로 합작한 세계 최대 항공기 엔진 제조사다. 대표 기종으로 A320neo에 장착되는 LEAP-1A가 있다.
프랫앤드휘트니: 미국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 계열의 엔진 업체로, A320neo에 탑재되는 PW1100G ‘기어드 터보팬’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자 시각ㆍ전망
공급망 교란은 팬데믹 기간 적층된 문제들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특히 엔진 부품에 포함된 특수 합금·주조 공정은 리드타임이 12~18개월에 달해 단기간 내 생산을 늘리기 어렵다. 따라서 4분기 인도량은 엔진 입고 속도와 최종 조립 능력이라는 두 변수를 동시에 충족해야만 한다.
에어버스가 목표 달성에 성공한다면, 이는 공급망 복원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반대로 실패할 경우 생산 증가 계획과 투자자 신뢰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9월 실적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