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Airbus SE)가 3분기(7~9월) 실적에서 시장 전망을 웃돌며 핵심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상업용 여객기 인도량 증가와 함께 헬리콥터·방산 부문의 견조한 수요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5년 10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동일 기간 조정 영업이익(EBIT adjusted)이 전년 동기 대비 38% 급증한 19억4,000만 유로(약 22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 역시 14% 증가한 178억3,000만 유로를 달성했다.
이는 에어버스가 자체 집계한 애널리스트 컨센서스(조정 EBIT 17억6,000만 유로·매출 173억7,000만 유로)를 모두 상회한 결과다. 회사 측은 통상 관세를 반영한 수치임을 명확히 하면서도,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그대로 유지했다.
▶ A220 생산 속도 조정
다만 에어버스는 캐나다 설계 기종인 A220의 월간 조립 목표를 2026년 12대로 낮췄다. 기존 목표였던 14대에서 두 대 줄어든 수치다.
에어버스는 2018년 캐나다 밤바디어(Bombardier)로부터 A220 프로그램을 인수했으며, 장기적으로 월 14대 생산이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는 최소 조건이라고 설명해 왔다.
앞서 로이터는 이번 주 초, 회사가 A220 일부 기체의 조립 시점을 2025~2026년으로 미룬 사실을 전하며 내부적으로 이미 ‘월 12대’ 목표를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식 발표는 해당 내용을 사실상 확인한 셈이다.
▶ 2025년 여객기 인도 목표는 그대로
에어버스는 2025년 약 820대의 상업용 항공기를 인도한다는 기존 목표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1~9월 누적 인도량이 507대에 머물러 있어, 연말로 갈수록 ‘백로드(back-loaded)’* 형태의 집중 인도가 불가피해졌다.
*백로드: 회계연도 후반에 실적·납품이 집중되는 현상. 연초 대비 물량·매출 비중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구조를 뜻한다.
기욤 포리(Guillaume Faury) 최고경영자(CEO)는 “엔진 공급난이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예측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 엔진 제조사와 정비(MRO) 업체들이 스페어 파츠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주요 항공사 역시 대기 기간 해소를 위해 부품 수요를 지속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 A320neo·A400M 등 다른 핵심 프로그램 상황
에어버스는 주력 기종인 A320neo 패밀리의 월간 생산 속도를 2027년 어느 시점에 75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거듭 강조했다. 업계 평균치(60대 수준)보다 25% 이상 높은 수치로, 공급망 안정화가 전제돼야 실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산 부문에서는 A400M 대형 수송기 프로그램의 잠재적 주문 변동성을 여전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스페인 정부와의 생산 완화 합의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계약 구조가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 글로벌 경쟁사 동향
한편 보잉은 같은 날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주당 손실 7.47달러(시장 예상치 –4.59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차세대 장거리 항공기 777X 프로그램이 약 5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을 반영하면서 실적 충격이 확대됐다.
777X는 기존 777 모델의 연장선상에서 개발된 신형 광동체(Wide-body) 기종으로, GE9X 고효율 엔진과 신형 복합재 날개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인증 절차 지연과 생산 일정 변경으로 비용이 누적되고 있다.
▶ 용어 풀이 및 업계 전망
핵심 영업이익(EBIT adjusted)은 일회성 비용과 수익을 제외한 실질 영업성과를 의미한다.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본업에서 발생한 현금창출력과 수익성을 가늠한다.
A220은 100~150석 규모의 소형 단일통로(Narrow-body) 항공기로, 연료 효율성과 소음 저감 기능 때문에 단·중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들의 차세대 주력 기체로 꼽힌다. 그러나 비교적 낮은 생산 규모 탓에 손익분기점 달성이 지연돼 왔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에어버스가 공급망·노동력·고물가 변수를 통제할 경우 2026년 전후 A220 BEP 달성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월간 12대 생산이 최종 목표가 아닌 “중간 마일스톤”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 증산 전략이 재차 제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글로벌 항공수요가 팬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단기적인 엔진·부품 공급 병목이 해소될 경우 에어버스와 보잉 모두 생산 캐파 확대를 위한 새로운 투자 결정을 내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