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프랑스 파리 – 유럽 항공우주 방산 3사인 에어버스(Airbus), 탈레스(Thales), 레오나르도(Leonardo)가 각사의 위성 사업부를 하나로 묶어 약 100억 유로(약 11조7,000억 원) 규모의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화산 이름에서 따온 ‘프로젝트 브로모(Project Bromo)’로 불리며, 저궤도 위성(Low Earth Orbit·LEO) 시장 확대 속에 중국·미국 경쟁사, 특히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Starlink)에 맞설 유럽판 초대형 위성 제조사를 꾸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여름철 한때 거버넌스와 기업가치 평가를 둘러싼 입장차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됐으나, 최근 다시 동력을 얻어 9월 말까지 양해각서(MOU) 체결을 목표로 최종 조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정이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소식통 3명은 “정치권의 초기 신호는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국가별 민감 자산 보호를 위한 지배구조·지분 구조에 대해 각국 정부의 서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새 합작사에는 기밀 보호를 위한 별도 법인이 포함될 전망이다.
합의 불발 가능성도 남아 있다. 논의가 최종 결렬될 수 있다는 경고 역시 동시에 제기된다.
지분율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으나, ‘3등분’에 가까운 균등 분할이 유력하다. 업계 관계자 2명은 “각 사의 위성 부문 연매출이 총 60억~65억 유로로 추산되며, 위성 업계 밸류에이션 멀티플(매출 대비 기업가치)이 1.5~3배 수준임을 고려해 신설 법인 가치가 약 100억 유로로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레오나르도 대변인은 코멘트를 거부했다. 에어버스 측은 이번 주 워싱턴에서 기욤 포리(Guillaume Faury) 최고경영자가 “우리는 진행 중이며, 유럽 각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면서 “이해관계자들과 접촉을 시작했고, 反독점 심사도 추진 중”이라고 언급한 발언을 재확인했다. 탈레스는 “아직 합의된 것은 없다”며 “추가 언급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10년간 유럽 위성업계 ‘챔피언’ 구상은 반독점 규제 및 국가 간 이해 충돌에 가로막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스타링크의 급부상과 LEO 위성 중심 시장 재편으로, 유럽 주요 공급업체들은 자산 통합을 미루다간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유럽 전략적 자율성 확보 차원에서 이번 협상은 방산·우주 산업 구조 재편의 일부이기도 하다. 세 회사 모두 정부가 소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기밀 기술 이전이 수반되는 거래에는 각국 정치적 승인이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이탈리아 산업부·독일 국방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프랑스 국유지분청(APE) 역시 “논평할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거래가 성사되면, 에어버스·레오나르도·BAE 시스템스(BAE Systems)가 2001년 합병으로 만든 미사일 전문기업 MBDA와 유사한 구조의 ‘유럽 단일 위성 챔피언’이 탄생한다. 앞서 6월 로이터는 “탈레스+레오나르도의 기존 합작사인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Thales Alenia Space)와 텔레스파지오(Telespazio)도 새 구조에 편입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 용어 설명 – 저궤도 위성(LEO)은 고도 약 500~2,000km 궤도를 도는 소형 위성으로, 발사·제조 단가가 낮아 통신, 지구관측, 위성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서비스로, 2023년 기준 약 4,500기 이상의 LEO 위성을 운용 중이다.
“유럽은 우주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시장이 급속도로 변하는 지금, 분산·중복 투자를 지속한다면 글로벌 경쟁에 뒤처질 위험이 크다.”
[기자 관전평] 대서양 건너 스페이스X 스타링크, 아마존 ‘프로젝트 카이퍼’ 등 민간 빅테크가 위성인터넷 경쟁을 주도하면서, 전통 방산·우주기업 중심이던 유럽 위성 생태계는 ‘규모의 경제’ 확보가 절실해졌다. 이번 합작사 구상은 늦었지만 필수 불가결한 선택지다. 다만 국가 기밀·고용 문제와 EU 경쟁법이라는 이중 관문을 통과해야 하므로, 실질적인 통합이 완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환율 기준: 1달러 = 0.8536 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