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발 — 유럽 항공우주 3사인 에어버스(Airbus), 탈레스(Thales), 레오나르도(Leonardo)가 위성 제조 부문을 통합하기 위한 첫 단계 계약을 올해 안에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에어버스 방위·우주 부문 최고경영자(CEO) 미하엘 쇨호른(Michael Schoellhorn)이 밝혔다.
2025년 9월 14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세 기업은 ‘프로젝트 브로모(Project Bromo)’라는 이름 아래 위성 제조 합작회사를 설립해 중국·미국 업체들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쟁 상대에는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스타링크(Starlink)도 포함된다.
쇨호른 CEO는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Il Corriere della Sera)와의 인터뷰에서 “
우리는 올바른 궤도에 올라섰지만, 이렇게 큰 걸음을 떼기 전에 해결해야 할 사안이 여전히 남아 있다
”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종류의 거래는 프레임워크(기본) 계약과 실질 종결(closing)이라는 두 단계 절차가 필요하다”며, “첫 번째 계약 서명은 늦어도 2025년 안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용어·배경 설명
프로젝트 브로모(Project Bromo)는 세 회사가 공동 설립할 신설 법인의 내부 코드명이다. ‘브로모(Bromo)’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부에 위치한 활화산 이름으로,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의미의 메타포로도 해석된다. 현재 위성 통신 시장은 저궤도 위성(LEO, Low Earth Orbit)·중궤도 위성(MEO)·정지궤도 위성(GEO) 영역으로 세분되며, 각국 정부·민간기업이 합종연횡(合從連衡)을 거듭하고 있다.
유럽 3사는 공급망·연구개발(R&D)·규모의 경제를 통합해, 우주 산업에서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는 중국계 기업과 다수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스타트업이 장악한 미국 시장에 대응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럽 우주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단일 프로젝트 중심이었지만, 이번 합작은 민간·군수 고객을 동시에 아우르려는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평가한다.
사업 구조 및 단계별 로드맵
① 프레임워크 계약 — 세 회사는 위성 제조·개발·시험·발사 마케팅 전반에 대한 지분 구조, 지적 재산권, 수익 배분을 규정한다.
② 파이널 클로징 — 각국 정부의 규제 승인, 반독점 심사, 내부 실사(due diligence) 등을 통과해야 한다. 통상 12~18개월 소요된다.1
전문가 시각
기자는 이번 논의를 유럽우주국(ESA)의 ‘독립적 발사역량 확보’ 정책과 연결해 해석한다. ESA는 아리안6(Ariane 6) 발사체가 잇단 지연을 겪자, 회원국 방산기업에 ‘규모 확대’ 압박을 가해 왔다. 스타링크·원웹(OneWeb)·아마존 쿠페르니쿠스 등 초대형 위성군(메가콘스텔레이션) 프로젝트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유럽 내 기술·자본·인력을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묶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이번 협상은 주주·노조·정부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프랑스 정부는 탈레스와 에어버스에, 이탈리아 정부는 레오나르도에 각각 ‘골든 셰어(특수 거부권)’를 가지고 있기에, 안보·기술 주권 이슈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프랑스·독일·이탈리아 3국 국방부의 위성 조달 계획이 합작사에 우선 배정될지 여부.
둘째, 스타링크를 비롯한 미국 민간 위성 네트워크와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확보 전략.
셋째, 중국 ‘궤도인터넷(Orbit Internet)’ 프로젝트에 대응한 규모의 경제 달성이 가능할지 여부이다.
환율 참고
기사 작성 시점 기준 환율은 1달러 = 0.8523유로다. 이는 계약 금액, 프로젝트 자금 조달비용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에어버스·탈레스·레오나르도의 위성사업 통합은 유럽 우주산업의 ‘생존을 건 승부수’로 평가된다. 2025년까지 첫 계약이 체결되면, 글로벌 위성 제조·운용 패권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절차가 길어질 경우, 경쟁국의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위험도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