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 시스코(Cisco Systems, Ticker: CSCO)의 주가가 최근 12개월간 46% 급등한 가운데, 글로벌 증권사 에버코어 ISI(Evercore ISI)가 29일(현지 시각) 시스코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아웃퍼폼(Outperform)’에서 ‘인라인(In Line)’으로 한 단계 낮췄다. 목표주가는 주당 72달러로 유지됐으며, 이는 26일 종가 대비 약 6%의 추가 상승 여력만을 시사한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에버코어 ISI는 클라이언트 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핵심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부문의 순환적 회복과 클라우드·AI 시장에 대한 더 매력적인 서사 덕분에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현재 가격 수준에서는 추가적인 상방이 제한적”
라고 진단했다.
■ 밸류에이션(Valuation) 확대, 그러나 ‘AI 매출’ 구체적 공시 부재
보고서에 따르면 시스코의 주가수익비율(P/E)은 최근 약 18배로, 5년 평균인 14배를 크게 상회한다. 에버코어 ISI는 이 같은 멀티플 확장이 투자 심리를 지지해 왔으나, 향후 모멘텀 지속 여부는 ‘AI 부문 실적 가시성’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분석진은 “AI 수주(Orders)만을 공개하고 있으며, 관련 매출(Revenue)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한 시스코가 시장에서 ‘AI 승자’로 인정받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 보안(Security)·옵저버빌리티(Observability) 부문 저성장 지속
에버코어 ISI는 시스코 내 ‘레거시(Legacy)’ 보안·옵저버빌리티 부문의 분기별 성장률이 한 자릿수 초반(low single digit)에 머물렀다는 점을 짚었다. 이는 고성장을 보이는 경쟁사 대비 상대적 열위로 해석된다. 특히 차세대 방화벽·클라우드 보안과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시스코가 “개선 움직임은 있으나 가시적 성과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평가됐다.
■ AI 전략: ‘실리콘 원(Silicon One)’로 하이퍼스케일러 공략
에버코어 ISI는 시스코의 AI 전략 자체는 “매력적(compelling)”이라고 인정했다. 시스코 자체 반도체 플랫폼인 Silicon One을 통해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사업자에 진입하며 초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실질적인 매출 기여가 “기업(Enterprise) AI 시장에서 본격화되기까지는 2027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캠퍼스 네트워킹’ 회복 논리는 이미 주가에 선반영
시스코를 오랫동안 견인했던 ‘캠퍼스 네트워킹(Campus Networking)’ 수요 회복도 이제는 “대부분 현실화돼 추가 모멘텀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에버코어 ISI의 관측이다. 보고서는 2025년 7월 이후 기저효과(Base Effect) 소멸로 주문 성장률 비교(Comps)가 까다로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 CFO 교체로 가시성 ‘흐림’… FY26 가이던스 불확실
에버코어 ISI는 최근 발표된 최고재무책임자(CFO) 교체가 2026회계연도(FY26) 가이던스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장기 전망을 명료하게 제시해야 할 시점에 경영진 변화가 발생한 만큼, 투자자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용어 풀이 및 시장 맥락
• 멀티플 확장(Multiple Expansion)은 동일한 이익 기준으로 주가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면 P/E 등 밸류에이션 지표가 상승한다.
•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는 대규모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과 같은 업체를 지칭한다.
• 옵저버빌리티(Observability) 솔루션은 IT 시스템 성능·보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문제를 조기에 탐지·해결하도록 돕는다.
■ 전문기자 관전평
에버코어 ISI의 의견은 ‘펀더멘털 개선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전통적 가치평가 관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시스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연쇄적인 공급망 차질을 극복하고, 엔드 투 엔드(end-to-end) 네트워킹 솔루션 전환을 가속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꾸준히 상향시켜 왔다. 그러나 AI 붐에 따른 IT 지출 확대 국면에서, 구글·엔비디아 등 ‘순수 AI 플레이어’와 달리 ‘AI 전략의 실적 가시성’ 부족은 분명한 약점이다. 따라서 기관투자자들은 AI 주문이 실제 매출로 연결되는 시점에 주목해야 하며, 이는 최소 2~3개 분기의 데이터 포인트가 축적돼야 신뢰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한편, 시스코가 보안·옵저버빌리티 부문에서 레거시 제품 비중을 빠르게 줄이고, 경쟁사의 SaaS 기반 솔루션에 대응할 수 있을지가 중장기 밸류에이션을 좌우할 변수로 보인다. 특히 2026년 이후 CFO 리더십이 재무 목표와 주주환원(배당·자사주 매입) 정책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신뢰도는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동일 비중(In Line)’ 하향은 시스코 펀더멘털의 약화보다 ‘가격(Price)’과 ‘가치(Value)’ 사이 괴리가 좁혀졌음을 의미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 실현(Profit Taking)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고려할 시점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