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트럼프(Eric Trump)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Donald Trump Jr.)가 후원하는 블랭크-체크(blank-check) 기업 뉴 아메리카 애퀴지션 I(New America Acquisition I Corp)이 최대 3억 달러(한화 약 4,053억 원) 규모의 미국 기업공개(IPO)를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2025년 8월 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업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목표로 30만 유닛을 개당 10달러에 발행할 계획이다. 이번 거래는 트럼프 일가가 가상화폐, 골프장, 호텔, 통신, 광업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움직임 속에서 등장한 최신 행보다.
블랭크-체크 기업, 즉 스팩(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은 사업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로서, 먼저 자금을 공모한 뒤 2년 이내에 유망한 비상장 회사를 인수·합병(M&A)해 우회 상장시키는 구조를 갖는다.
절차가 간소하고 시간적 이점이 있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거래 구조 및 핵심 인물
뉴 아메리카 애퀴지션 I은 합산 기업가치 7억 달러 이상의 제조·기술 기업을 집중적으로 물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항공우주·중요 광물·국방 물류·친환경 첨단소재 등 미국 내 핵심 공급망 강화에 기여할 기업을 우선순위에 놓겠다는 전략이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에릭 트럼프와 트럼프 주니어는 자문위원회(Advisory Board)에 참여하며, 총 500만 주를 무상으로 배정받는다. 경영은 미디어 업계 베테랑인 케빈 맥거른(Kevin McGurn) 최고경영자(CEO)가 총괄하며, 그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노코멘트”로 답했다.
대표 주관사는 뉴욕 월가 기반의 도미나리 시큐리티스(Dominari Securities)이며, 모회사 도미나리 홀딩스의 주요 주주 역시 트럼프 형제다. 추가 주관사로는 D. 보랄 캐피털(D. Boral Capital)이 참여한다.
트럼프 일가의 사업 확장 일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2017~2021) 중 미국은 공급망 중시,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했다. 그 기조를 이어받아 트럼프 일가는 2024~2025년 사이 다음과 같은 행보를 이어왔다.
- 2025년 1월 암호화폐 밈 코인(meme coin) 출시
- 블록체인 기반 금융사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에 지분 참여
- 골프장·호텔·텔레콤·채굴 기업 등 신규 투자 확대
- 이전에도 다른 SPAC을 통해 총기 판매 기업 및 미디어 회사를 상장시킨 전력
시장 전문가는 “대선 국면과 맞물려 브랜드 파워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과 함께, 이 같은 움직임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안보 어젠다를 투자 영역에서 실현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SPAC 시장 환경 및 규제 리스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1년 이후 SPAC 열풍을 규제하기 위해 재무투명성·계시 의무 강화 조치를 도입했다. 그 결과 2022~2023년 신규 SPAC 상장 건수는 2021년 대비 약 70% 감소했으나, 2024년 들어 규제완화 기대감과 금리 인하 사이클 전망으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트럼프 일가가 높은 정치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 논란과 규제 당국의 엄격한 심사가 예상된다. 또한 거래 상대 기업이 방산·핵심광물 등 전략산업에 속할 경우 외국인투자심의(CFIUS) 절차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투자 포인트 및 전망
제조업 리쇼어링과 공급망 다변화는 바이든 행정부뿐만 아니라 차기 행정부에서도 초당적 의제로 평가된다. 따라서 뉴 아메리카 애퀴지션 I이 표방한 “국내 제조업 부흥” 스토리는 정치·정책 프리미엄을 일부 반영할 여지가 크다. 다만 SPAC 특성상 M&A 대상 선정 실패 혹은 주주 환매(레딤션) 증가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시장 금리와 유동성을 감안할 때, 기업가치 7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제조기업이 SPAC을 통한 우회 상장을 택할 유인은 크지 않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거래 종결(Deal Closing) 시점까지 긴 호흡의 접근이 요구된다.
“트럼프 성(姓)은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지만, 정치·규제 리스크를 감안할 때 투자자는 밸류에이션뿐 아니라 법적 리스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월가 애널리스트의 조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투자 결정에 앞서 ▲ SPAC 구조 이해 ▲ 트럼프 일가의 지분 구조 ▲ 우회 상장 대상 기업의 체질·성장성 ▲ 규제 환경 점검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