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요 둔화 우려에 국제유가 1주 만에 최저치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5일(현지시각)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전장보다 0.93달러(-1.40%) 떨어진 배럴당 65.57달러를 기록해 1주일 만에 최저치로 밀려났다. 9월물 RBOB 가솔린 선물도 0.0088달러(-0.42%)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2025년 8월 5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미국유로존의 서비스업 지표 약화 및 OPEC+ 증산 결정이 결합되며 에너지 수요 둔화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원유와 가솔린 가격 모두 압박을 받는 모습이다.

주요 경제 지표 부진이 투자심리를 악화했다. 미국 7월 ISM 서비스업 지수는 50.1로 전월 대비 0.7포인트 떨어졌고, 시장 전망치인 51.5에 훨씬 못 미쳤다. 동시에 유로존 7월 S&P 글로벌 종합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속보치 51.0에서 50.9로 하향 수정됐다. 두 지표 모두 확장·위축을 가르는 50선에 연달아 근접하며 글로벌 서비스 부문의 활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OPEC+ 증산 결정과 공급 과잉 우려

WTI 가격 차트

지난 3일 일요일 개최된 정례 회의에서 OPEC+는 9월 1일부터 하루 54만7000배럴(bpd)을 추가로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결정은 팬데믹 이후 2년간 이어진 감산 정책을 단계적으로 되돌리는 과정의 일환이며,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bpd를 복원하는 로드맵이다. 다만 해당 기구는 “수요를 면밀히 주시해 필요 시 증산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혀, 추가 조정 가능성을 열어 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전 세계 원유 재고가 하루 100만bpd 속도로 늘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글로벌 수요 대비 1.5% 규모의 잉여 공급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7월 OPEC 산유량은 전달 대비 2만bpd 감소한 2831만bpd로 집계됐지만, 시장은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지정학 변수: 러시아산 원유 제재와 관세 카드

지정학적 리스크도 원유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이번 주 금요일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국가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가 하루 430만bpd를 수출하는 만큼,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삼자릿수 수준의 추가 비용’이 글로벌 원유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추가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이 패키지에는 20개 러시아 은행의 국제은행 간통신협회(SWIFT) 퇴출과 해외 정제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한 거래 제한이 포함됐다. 아울러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최대 정유소도 블랙리스트에 올라섰다. EU는 이번 제재로 러시아 ‘그늘선대(Shadow Fleet)’ 소속 탱커 105척을 추가 제재해, 총 제재 대상 선박은 400척을 넘어섰다.


재고·시추·해상 물량 동향

선박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해상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5% 줄어든 7912만배럴이다. 해상 재고가 감소한 것은 공급 과잉 우려를 일부 완화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해석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7월 25일 기준)는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5.6% 낮고, △가솔린 재고는 0.7% 낮으며, △난방유·항공유 등 중간유분(디스틸레이트) 재고는 15.2% 낮다고 집계했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주당 0.3% 증가해 1331만bpd를 기록했으나, 2024년 12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363만bpd)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편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 수는 410기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다. 2022년 12월 627기와 비교하면 2년 반 사이 34.6% 감소한 수치다.


용어·배경 설명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질유로, 북미 원유 가격의 대표적 기준이다.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는 환경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산소 첨가제를 혼합할 수 있는 ‘개질 가솔린 기초유’를 뜻한다.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23개 주요 산유국 협의체이며, 기존 OPEC 13개 회원국에 비(非)OPEC 산유국이 더해진 형태다. ISM·PMI는 기업 구매담당자를 대상으로 서비스·제조업 활동을 조사해 경기 확장(50 이상)·수축(50 이하)을 가늠하는 지표다.


전문가 분석 및 전망

시장 참가자들은 경기 둔화→수요 감소증산→공급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악재’가 유가 약세를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ISM·PMI 부진이 단기적 수요 위축을 나타내는 신호라면, OPEC+ 증산은 구조적 공급 과잉을 촉발할 수 있다. 여기에 고율 관세나 추가 제재 등 지정학적 변수는 공급 충격을 야기해 가격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미국 시추 활동 위축해상 재고 감소는 하락 압력을 일부 상쇄해 단기 바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실제로 과거 사례를 보면, 시추기 감소가 3~6개월 후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공급 균형이 회복된 바 있다. 향후 몇 달간은 글로벌 경기 지표와 OPEC+ 회의 결과, 러시아 관련 제재·관세 동향이 유가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