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WTI(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은 전일 대비 0.15% 오른 0.09달러, 배럴당 59.83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달물 RBOB(재포밍 가솔린) 휘발유 선물도 0.10% 상승한 0.0019달러, 갤런당 1.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10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두 에너지 상품의 강세는 미ㆍ중 무역 갈등 완화, 러시아 원유 공급 감소 전망, 그리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재고 감소 발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당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가 관세 부과 유예와 기술수출 규제 완화, 기타 무역장벽 축소에 합의하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가 커졌다. 무역 정상화가 공장 가동률과 물류 이동을 자극하면 에너지 수요가 동반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날 달러지수(DXY)가 2.7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달러 표시 원유의 상대가격을 끌어올린 점은 상승폭을 제한했다. 일반적으로 달러 가치와 원유 가격은 역(逆)상관 관계를 띤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일(29일) 발표된 EIA 주간 통계는 시장 심리를 한층 끌어올렸다. 미국 원유 재고는 예상과 달리 감소했으며, 휘발유 재고는 11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세부적으로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5.8% 낮고, 휘발유 재고는 2.7% 미달, 중간유 재고는 8.4%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더해, 세계 경제 펀더멘털이 꾸준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유로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2%, 전년 대비 1.3% 성장해 시장 예상치(각각 0.1%, 1.2%)를 상회했다. 일본은행(BOJ)은 2025년 일본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0.6%에서 0.7%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는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제재를 이미 시행했으며, 이를 철저히 집행할 계획이다.” — 미국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대표가 브리핑에서 언급한 발언
해당 발언 직후 미국 정부는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Rosneft PJSC)와 루코일(Lukoil PJSC)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유럽연합(EU) 역시 로스네프트와 가스프롬네프트(Gazprom Neft)에 대한 거래 금지를 채택하고, 제재 회피를 도운 117척의 ‘그늘 선단(shadow fleet)’ 선박과 45개 기업(중국ㆍ홍콩 소재 12개사 포함)을 추가로 제재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출 감소는 가격 지지 요인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두 달간 최소 28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해 국내 연료 공급난이 심화된 가운데, 10월 상순(1~10일) 러시아의 해상 연료 수출은 일평균 188만 배럴로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장조사기관 보텍사(Vortexa)는 10월 24일 주간 집계에서 7일 이상 항해하지 않은 부유(浮遊) 저장 탱커 내 재고가 전주 대비 12% 증가한 8,975만 배럴에 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 공급 과잉이 하루 40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를 10월 14일에 발표했다.
반면,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는 이번 주말 회의에서 12월 증산분 13만7,000배럴(bpd) 추가 인상이라는 ‘베이스 시나리오’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와 일치한다. OPEC+는 2024년 초 220만 배럴 감산분을 완전히 되돌리기 위해 총 166만 배럴의 증산을 진행 중이며, 9월 산유량은 29.05백만 배럴로 2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생산 동향도 주목된다. 10월 24일 기준 주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0.1% 늘어난 1,365만5,000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다만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같은 주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시추기 수는 420기로, 8월 1일 기록한 4년 최저치(410기)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2022년 12월의 627기 대비 크게 줄어든 것이다.
용어ㆍ배경 설명
WTI는 미국 텍사스주 쿠싱(Cushing)에서 인도되는 고품질 경질원유로, 전 세계 원유 가격 책정의 기준(벤치마크)으로 사용된다.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은 환경 규격을 충족하기 위해 혼합용으로 제작된 휘발유 선물 계약이다. DXY는 유로, 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가중 평균한 지수이며, 달러 강세는 미국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그늘 선단(Shadow Fleet)’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국적과 선적 정보를 위장하거나 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운항하는 선박 집단을 지칭한다. 국제 원유 공급의 투명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연대체로, 세계 원유 생산량 조절을 통해 가격을 안정화한다. 각국 정치ㆍ경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매 회의 결과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곤 한다.
전문가 시각
본 기자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재고 감소와 러시아 공급 차질이 유가를 받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달러 고평가, OPEC+ 증산, IEA가 경고한 중기 공급 과잉이 맞물릴 경우 2026년 이후 하방 압력이 재차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단기 강세ㆍ중기 박스권ㆍ장기 변동성 확대 시나리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항구적 수요 회복이 수반되지 않는 한, 재고 사이클에 의해 단기 랠리가 자주 되돌려지는 ‘세 계단 올라 두 계단 내려오는’ 패턴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 원유 파생상품에 투자할 경우 스프레드 거래 등 리스크 헷지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