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부족이 클라우드를 재편하다: 데이터센터 스파에서 우주 서버까지

인공지능(AI)의 고속 진화는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서버들이 환경과 공존하면서도 소비 전력을 줄일 수 있는 방식에 대한 재검토를 촉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의 중추로서 거의 모든 디지털 서비스를 지탱하지만, 막대한 전력과 물을 필요로 하고 지역사회에는 경관·자원 부담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AI 워크로드가 데이터센터로 집적될수록 전력 공급망에 가해지는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2025년 12월 29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레노버(Lenovo)는 건축사무소인 Mamou‑Mani와 구조공학사 AKT II와 협력해 미래의 데이터센터를 새롭게 구상했다. 이들이 제안하는 설계는 데이터센터를 지역사회와 공생시키는 다양한 방식을 제시하며, 전통적 데이터센터 아키텍처가 AI 수요를 감당하기엔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대안적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

레노버의 시몬 라르손(Simone Larsson), 엔터프라이즈 AI 책임자는 CNBC에 “데이터센터의 아키텍처가 더 이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티핑 포인트’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해 대형 기술기업들과 인프라 개발자들은 지속가능한 대안과 기발한 설계해법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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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스파와 데이터 빌리지

레노버가 11월에 Opinium과 공동 수행한 “Data Center of the Future” 연구에 따르면, 전통적 데이터센터는 AI 워크로드를 효율적으로 구동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속가능성 목표와 규제 준수 측면에서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IT 의사결정자들은 에너지를 줄이는 기술 파트너를 우선시한다고 응답했지만, 응답자의 오직 46%만이 현재 데이터센터 설계가 지속가능성 목표를 충족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노버는 Mamou‑Mani의 건축가들과 AKT II의 엔지니어들과 협력하여 환경과 더 잘 통합되고 에너지 제약을 해소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설계를 제시했다. 제안된 설계는 사용이 중단된 터널이나 벙커를 활용해 지하에 데이터센터를 배치하거나, 태양광으로부터 24시간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공중에 부유시키는 방식 등을 포함한다.

데이터 빌리지(Data Village) 개념은 도시 인근에 모듈형으로 쌓아 올린 서버들을 배치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과잉 열(폐열)을 학교나 주택 같은 지역 편의시설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데이터 스파(Data Spa)는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열을 웰빙 시설에 활용하고, 스파에서 발생한 열을 다시 데이터센터의 냉각 기술에 재활용하는 순환 구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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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레노버 스스로도 이러한 설계들이 실제로 도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해당 설계들이 2055년 이후에나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인정했으며, 규제 변경, 비용과 엔지니어링 복잡성, 법적·확장성 제약 등 다수의 장벽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채택은 지역별로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S&P Global의 451 Research 선임연구분석가 퍼킨스 리우(Perkins Liu)는 미국은 수요가 높고 가용 토지가 많으며 규제 환경이 비교적 유연해 대규모·초고밀도 캠퍼스형 데이터센터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반면 유럽은 전력망이 더 제한적이고 규제가 엄격해 도입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사례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2018년에 데이터센터를 해저 약 117피트(약 35.6미터) 아래에 배치하는 잠수함형 프로젝트를 시행해 해수의 냉각 효과와 조력 발전을 이용해 재생에너지로 전원을 공급하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또한 작년 여름에는 에퀴닉스(Equinix)의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과잉 열을 파리의 올림픽 수영장 난방에 활용한 사례도 보고됐다.


우주에 배치되는 서버들

구글의 ‘Suncatcher’ 프로젝트, 알리바바와 저장(浙江) 연구소의 “Three‑Body Computing Constellation” 이니셔티브, 엔비디아(Nvidia)의 Starcloud 등은 궤도상 데이터센터 경쟁이 가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규모 기업인 Edge Aerospace와 Loft Orbital 또한 관련 기술을 탐색하고 있다.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는 공상과학처럼 보일 수 있으나, 구글은 태양을 직접 에너지 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아이디어의 영감으로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소설을 인용하기도 한다. 유럽연합(EU) 자금이 지원한 ASCEND 연구는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Thales Alenia Space)와 협력해 로봇 기술을 사용하여 궤도에 센터를 발사하는 가능성을 탐구했다.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는 이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며 2028년에 첫 궤도 시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엔비디아가 지원한 스타클라우드(Starcloud)는 11월에 기존 우주에서 운용된 어떤 GPU 계산 장치보다 100배 더 강력한 칩을 우주로 보낸 바 있다.

유럽우주정책연구소(ESPI)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로부터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는 민간 자본 약 7천만 유로(약 8,200만 달러)가 투자되었다. 그러나 당분간 궤도 데이터센터의 실현은 발사 비용이 여전히 큰 장애물로 남아 있다. 방사선에 견디는 하드웨어(radiation‑hardened hardware), 진공 상태에서의 냉각 문제, 대규모 고전력 컴퓨팅 장비를 궤도로 올리는 높은 비용이 큰 난제로 지적된다.

S&P Global의 리우는 고속·신뢰 가능한 통신, 우주 잔해 문제, 유지보수의 어려움도 주요 도전 과제라고 말했다. ESPI의 비용 모델은 스페이스엑스의 스타십(Starship) 발사 가격이 1,000만 달러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가정에 의존하고 있으며, ESPI 연구원 저메인 구티에레즈(Jermaine Gutierrez)는 현재로서는 단기적으로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지상 기반 개발과 비용 절감이 우주 배치의 이점보다 빠르게 진전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시각적·지역적 공존과 규제의 역할

레노버의 라르손은 미래형 데이터센터 계획의 핵심은 공존과 공생(symbiosis)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일부 열을 지역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이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부정적 인식을 줄이고 상호 이익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Mamou‑Mani의 파트너 제임스 청(James Cheung)은 데이터센터를 “박스들의 얼굴 없는 거대한 괴수(faceless mega‑juggernauts)”로 보지 않도록 시각적으로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가들은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자연 모방 설계)와 같은 기법을 사용해 자연 알고리즘이 열을 흩어지게 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보여줄 수 있음을 탐구했다. 제임스 청은 “우리는 매일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데이터센터와 상호작용하지만, 이 배경의 거대한 존재는 물과 자원에 막대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 대비와 정책적 과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혁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규제 개정과 새로운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CNBC에 밝혔다. S&P Global의 리우는 데이터센터 운영자는 녹색 기술을 임의로 채택할 수 있지만, 이는 재무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하며 전력망 업그레이드와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레트로핏(retrofit)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미 깨진 사이클에 들어가려는 시도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레노버의 라르손은 말했다. 대신 기업들은 규제 제약을 어떻게 완화해야 인류와 기업 이익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을지 재고해야 한다.


용어 설명

데이터센터는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장비를 집약해 중앙에서 운영하는 시설로, 클라우드 서비스·웹 호스팅·AI 연산 등 디지털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전력·냉각·물 사용량이 매우 높아 지역 전력망과 수자원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는 자연의 구조와 과정을 모방해 효율적인 설계와 공학적 해법을 찾는 접근법으로, 데이터센터에서는 자연적 열 분산 방식이나 구조적 최적화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응용된다.

방사선 저항 하드웨어(radiation‑hardened hardware)는 우주환경에서 발생하는 우주방사선과 같은 고에너지 입자에 손상되지 않도록 설계된 전자장비를 말한다. 이러한 장비는 지구 기반 장비보다 제조 비용이 높고, 우주 환경에 적합하도록 설계와 테스트가 필요하다.


경제적·시장 영향에 대한 분석

에너지 공급 제한과 AI 수요 증가는 데이터센터 업계의 자본지출(CAPEX) 구조와 운영비용(OPEX)에 모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첫째, 고효율 냉각·열 재활용·전력관리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장비와 엔지니어링 서비스 시장이 성장할 것이다. 둘째, 전력망 확충과 재생에너지 구축 수요가 커지며 신재생 발전 및 전력망 업그레이드 관련 기업들의 수주와 투자가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지역별 규제와 자원 제약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지리적 분포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규제가 유연하고 토지가 공급되는 지역(예: 미국 일부 지역)은 초고밀도 캠퍼스형 데이터센터가 계속 확대될 수 있으나, 전력망과 규제가 까다로운 지역(예: 유럽 일부)은 소규모·분산형 혹은 폐열 재활용이 가능한 설계로 전환하는 방향이 강해질 것이다. 이는 건설·부동산·전력·냉동·열관리 관련 산업 연계 수요에 파급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의 상용화가 현실화될 경우 초기에는 발사·내구성·통신 비용으로 인해 틈새 수요(특정 지역의 전력 제약을 피하려는 고객 등)를 충족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상 기반의 지속적 비용 절감이 우주 배치의 경제성을 앞설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와 기업은 단기적 기술 시연과 장기적 비용 구조를 함께 고려해 포트폴리오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결론

AI 확산과 에너지 한계는 데이터센터 산업의 설계와 운영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들고 있다. 레노버와 건축·엔지니어링 파트너들이 제시한 데이터 빌리지·데이터 스파와 같은 개념은 공생과 자원 재활용을 강조한다. 또한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 연구는 기술적·경제적 장애물을 안고 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되고 있다. 향후 수년 내에는 규제 변화, 전력망 투자, 냉각·열관리 혁신이 데이터센터 산업과 관련 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