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주 강세에 뉴욕증시 상승…러시아 석유 제재·실적 호조 영향

S&P 500·나스닥·다우지수 일제히 상승

미국 증시가 23일(현지시간) 장중 상승세를 이어가며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이날 S&P 500 지수는 전장 대비 0.32% 올랐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0.18%, 나스닥 100 지수0.33% 상승 중이다. 선물시장에서도 12월물 E-미니 S&P, E-미니 나스닥 선물이 각각 0.35% 상승하며 강세장을 예고했다.

2025년 10월 2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지수 상승을 견인한 주인공은 단연 에너지 업종이다. 미국 정부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Rosneft PJSC)루코일(Lukoil PJSC)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국제 유가(WTI)가 장중 5%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의지 부족을 이유로 단행됐으며, 두 기업에 대한 국제 금융망 접근을 차단하고 외국 기업의 거래까지 제한할 수 있어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 우려를 키웠다. 여파로 APA, 발레로 에너지,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 대표 에너지주는 3~6%대까지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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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 효과도 ‘호재’

기업 실적도 증시 강세에 힘을 보탰다. 다우(Dow Inc.)는 3분기 조정 영업이익(EBITDA)이 8억6,800만 달러로 월가 예상치(7억5,970만 달러)를 크게 웃돌며 11% 이상 급등했다. 허니웰 인터내셔널도 3분기 매출이 104억1,000만 달러로 예상치(101억5,000만 달러)를 넘어 5% 가까이 올랐다.

반면 부정적 실적도 있었다. 모리나 헬스케어는 연간 주당순이익(EPS) 전망을 19달러에서 14달러로 대폭 하향하며 20% 넘게 급락했다. IBM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부문 성장률이 14%로 시장 기대치(16%)에 못 미쳐 4% 하락했고, 테슬라도 3분기 EPS(0.50달러)가 예측치(0.54달러)를 밑돌아 3% 넘게 밀렸다.


매크로 변수: 무역·정책·정부 셧다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1일까지 미·중 무역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중(對中) 관세를 추가 인상하겠다”고 재차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한국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다. 시장은 양 정상의 만남이 관세 갈등 완화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미 연방정부 셧다운4주째 이어지고 있다. 노동부의 주간 실업수당 청구, 9월 고용보고서 등 주요 지표 발표가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번 셧다운으로 64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휴직 상태에 놓일 것으로 추정했고, 실업률은 최대 4.7%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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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금리 동향

채권시장에서 12월 만기 미국 10년물 국채선물 가격은 8틱 하락, 금리는 3.984%로 3.4bp 상승했다.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가 1주 만에 최고치(2.309%)로 치솟으며 채권 가격을 압박했다. 또한 재무부가 이날 5년물 TIPS(물가연동국채) 260억 달러를 발행하면서 공급 부담이 가중됐다.

용어 설명*: T-note는 만기 2~10년 사이의 미 국채를 뜻하며, breakeven inflation rate는 명목 국채와 물가연동국채 금리 차이로 계산한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다. TIPS는 인플레이션에 연동돼 원금이 조정되는 특수 국채로, 실질금리 파악에 활용된다.

유럽 채권도 약세다. 독일 10년물 금리는 2.579%로 1.6bp,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4.425%로 0.8bp 상승했다.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10월 30일 회의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1%만 반영하고 있다.


주요 종목별 움직임

“원유 급등 수혜주가 증시 랠리를 주도한다.”

라는 월가 평가처럼 APA, 다이아몬드백 에너지, 데번 에너지 등이 4~6%대 오름세를 기록했고, 할리버튼, 필립스 66, 베이커 휴스도 2% 넘게 상승했다.

양자컴퓨팅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업계가 연방기금과 맞바꾸는 지분 제공 방안을 상무부와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IonQ, Rigetti, D-Wave Quantum, Quantum Computing 주가가 6% 이상 급등했다.

웨스트 파마슈티컬은 연간 EPS 전망을 기존 6.65~6.85달러에서 7.06~7.11달러로 상향 조정, 12% 폭등해 S&P 500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라스베이거스 샌즈는 3분기 매출 33억3,000만 달러로 예상을 넘어 9% 상승했다. 반면 로퍼 테크놀로지스는 4분기 EPS 가이던스(5.11~5.16달러)가 기대치(5.24달러)에 못 미쳐 7% 하락, 나스닥 100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이 사례로 모더나는 선천성 기형 원인으로 꼽히는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CMV) 백신 3상 시험에서 목표 달성에 실패해 4% 넘게 밀렸다.


FOMC·실적 시즌 전망

연방기금선물시장은 오는 10월 28~29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을 99%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금리 민감 업종 전반에는 우호적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실적 시즌은 계속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S&P 500 기업의 85%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으며, 이는 2021년 이후 최고다. 다만 올해 3분기 전체 이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7.2%로 2년 만에 최소폭에 그칠 전망이고, 매출 성장률도 5.9%로 2분기(6.4%)보다 둔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실적을 내놓을 예정인 기업은 포드, 인텔, 블랙스톤, 뉴몬트, T-모바일 등 60여 곳에 달한다.


해외 증시·환류 시장

미국과 달리 아시아·유럽 시장은 혼조세다. 유로 Stoxx 50은 0.17% 상승했지만, 일본 닛케이225는 1.35%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22% 올랐다.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금리 인하 기대 속에 강세를 다소 반납했으나, 유가 급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큰 폭의 변동성은 제한됐다.


전망과 시사점

러시아 제재에 따른 원유 공급 쇼크 우려,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 미·중 정상회담 등 굵직한 변수가 산재해 있는 만큼 시장은 ‘호재와 악재의 줄다리기’ 양상을 띨 전망이다. 다만 유가 상승→인플레이션 기대 확대→채권 금리 상승이라는 전통적 연쇄 작용이 재현된다면,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폭이 제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에너지·방위·원자재처럼 지정학 리스크에 강한 업종과 실적 개선주에 대한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소비재·항공·헬스케어 등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업종은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본 기사에 언급된 종목 및 지수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