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이자 ABC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샤크 탱크(Shark Tank)> 투자자로 유명한 마크 큐번(Mark Cuban)은 약 60억 달러(한화 약 8조 원)의 자산을 보유한 억만장자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에도 사치보다 검소함(frugality)을 자처하며, 젊은 시절에 길들인 절약 습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2025년 9월 12일, 나스닥닷컴이 소개한 원문 기사에 따르면, 큐번은 “돈을 아끼는 행위가 결국에는 돈을 버는 행위”라는 신념 아래, 누구라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절약 전략을 꾸준히 실천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값비싼 자동차나 호화로운 생활 대신, ‘학생처럼’ 지내는 삶을 스스로 선택했다. “부자가 된 지금도 여전히 낡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장을 보고, 직접 빨래를 돌린다”는 그의 철학은 과시적 소비를 경계하는 투자자들에게 설득력을 갖는다.
절약 습관 ① 값싼 자동차 소유
큐번은 25세가 될 때까지 200달러(약 27만 원) 이하의 중고 차량만 운전했다고 회고한다. 특히 1977년식 피아트 X1/9 모델은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었지만, 그는 “
차는 나를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데려다 주면 그만
”이라며 소비 여력을 투자 자본으로 전환했다.
그 선택의 배경에는 『Cashing in on the American Dream: How to Retire at 35』(1988)이라는 재테크 서적이 있었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하루 50달러로 생활하면 35세에 은퇴할 수 있다’는 것이며, 큐번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이동수단 비용부터 최소화했다.
절약 습관 ② 룸메이트와의 동거
24세 시절, 그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3베드룸 아파트에서 무려 5명의 룸메이트와 함께 살았다. 큐번은 “침대 대신 소파나 바닥에서 잤다”고 밝히며, 이렇게 절약한 월세·공과금이 초기 창업 자금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평균 월세가 급등하는 현 시점에도 ‘룸메이트 제도’는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비용 절감 전략이다. 다만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한국에선 심리적 장벽이 있지만, ‘셰어하우스’ 형태로 응용하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절약 습관 ③ 자정(子正) 시간대 식료품 쇼핑
큐번은 20대 초반, 대형마트가 문 닫기 직전인 밤 12시에 장을 봤다고 회상한다. 당시 치킨 1파운드(약 453g)에 0.49달러, 냉동 감자 1.29달러 같은 ‘떨이 세일’을 노린 것이다.
이 전략은 재고 회전을 위해 폐점 전 할인을 단행하는 미국 유통 업계의 관행에서 비롯됐다. 한국의 경우도 대형마트·편의점의 ‘당일 소진’ 할인 코너와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활용하면 식비를 20% 이상 아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절약 습관 ④ 집안일 직접 처리
억만장자라면 집사·운전기사·가정부를 두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큐번은 “세탁은 2초면 끝난다”며 현재도 셀프 런드리를 고수한다. 그의 세 자녀 역시 각자의 빨래를 직접 돌린다.
가사노동을 타인에게 맡기면 편리하지만, 그는 “돈으로 시간을 살기 전에,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자조(自助) 철학은 소득 대비 소비를 최소화해 현금흐름을 투자로 전환하려는 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절약 습관 ⑤ 생필품을 세일 때 대량 구매
큐번은 현재도 샴푸·치약·화장지처럼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소모재(consumables)’를 세일 기간에 ‘몇 년 치’ 사들인다. 그는 “
할인율이 30%라면, 이는 즉시 30%의 수익률을 확보한 것과 같다
”고 설명한다.
이 ‘벌크 구매(Bulk Buying)’ 전략은 창고형 할인점(예: 코스트코) 이용자 사이에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은 오히려 낭비를 초래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기자의 시각: 왜 지금 ‘검소함’이 중요한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2022~2023년 단행한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생활비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고금리·경기 침체 리스크가 겹치는 상황에서, ‘소득 확대’만큼이나 ‘지출 최소화’가 개인 재무 전략의 양대 축으로 부상했다.
큐번의 사례는 단순한 금욕주의가 아닌 ‘비용 절감→투자 재원 확보→자산 증식’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 준다. 실제로 그는 소프트웨어 회사 ‘마이크로솔루션스’, 인터넷 라디오 ‘브로드캐스트닷컴’을 연쇄적으로 창업·매각하며 부(富)를 쌓았는데, 초기 자금을 마련한 바탕이 바로 극단적 절약이었다.
또한 “학생처럼 살기(Live like a student)”는, 소득이 늘어도 생활 수준을 급격히 높이지 말라는 경고다. 이는 행동경제학의 ‘지출 편승(Lifestyle Creep)’ 현상을 방지하는 대표적 방법이기도 하다.
알아두면 좋은 개념
1 라이프스타일 크리프(Lifestyle Creep)란?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 수준이 자연스럽게 상승해, 결과적으로 저축·투자 여력이 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방치하면 ‘평생 월급쟁이’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2 벌크 바이잉(Bulk Buying): 동일 제품을 대량 구매해 단가를 낮추는 소비 패턴. 미국의 코스트코(Co-stco Wholesale)나 샘스클럽(Sam’s Club)이 대표적인 채널이다. 한국에서도 창고형 할인점이 확대되며 관련 수요가 급증했다.
전문가 피드백
재무컨설팅사 ‘프루던트 파이낸스’의 김준혁 대표는 “큐번의 절약 철학은 단순한 구두쇠가 아니라, 기회비용 관점에서 ‘가장 큰 수익률’을 얻는 행위”라고 해석했다. 그는 특히 “지금 같은 고금리 환경에서, 30% 세일은 연 30% 수익률에 해당한다”며, 생필품 할인 매입이 사실상 무위험(arbitrage) 투자임을 강조했다.
반면 일부 소비자들은 ‘시간 가치’와 ‘품질 저하’ 우려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벌크 구매 시 유통·보관 비용까지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결론
마크 큐번의 다섯 가지 절약 습관—저렴한 차량 이용, 룸메이트 생활, 심야 장보기, 집안일 직접 수행, 생필품 대량 구매—은 거창한 재무 지식 없이도 실천 가능하다. 그는 자신이 ‘필요에 의한 절약’에서 ‘설계된 절약’으로 태도를 전환했지만,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소비를 제한해 확보한 현금을 투자에 투입하면 복리 효과가 가속화된다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다.
결국 가장 효율적인 부의 축적 방법은 ‘지출 관리와 장기 투자’를 병행하는 삶의 방식임을, 큐번의 사례는 다시 한 번 입증하고 있다.